"편견 깨고 싶어"…10년째 무대 오른 '바퀴 달린 성악가'

입력 2017-09-03 09:45
"편견 깨고 싶어"…10년째 무대 오른 '바퀴 달린 성악가'

전신마비 이남현, 비장애인과 함께 한 콘서트 직접 기획

(서울=연합뉴스) 현혜란 기자 = "노래할 때 힘들지 않으냐고 많이 물어보는데 세상에 힘들지 않은 일이 어디 있나요. 비장애인으로도 살아보고, 장애인으로 살고 있지만, 고통에 차이는 있을지언정 세상에 쉽게 할 수 있는 일은 없는 것 같아요."

대학생이던 2004년 수영장에서 다이빙 사고로 목 신경이 끊어져 전신이 마비된 이남현 씨를 따라붙는 수식어는 '바퀴 달린 성악가'다. 휠체어에 의지한 채 노래를 불러서다.

몸이 불편하지만 전국 각지에서 요청이 끊이지 않아 하루에 두 번씩 무대에 서는 날도 허다하다.

"감개무량하죠. 처음에는 제가 하고 싶다고 해서 노래할 수 있는 게 아니었으니까요. 홍보물을 만들어서 '저는 이런 사람입니다', '무대에 설 수 있게 해주세요' 등으로 부탁하면서 맨발로 뛰어다닌 기억이 생생합니다."

이 씨는 무대경력 10년 차 베테랑이다. 과거에는 장애인단체가 마련한 행사 무대에 서거나, 기업의 후원을 받아 마이크를 잡을 수 있었다면 이제는 자력으로 콘서트를 여는 수준이 됐다.

이 씨는 2일 오후 대학로 소극장을 빌려 장애인과 비장애인 연주자가 함께하는 '희망다리 콘서트'를 열었다. 이씨가 2014년부터 직접 기획한 콘서트로 이번이 7회째다.

그는 3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남녀를 구분하기 전에 '사람'이라고 이야기하는 것처럼 장애인·비장애인을 나누지 않고 '연주자'로 봐줬으면 하는 게 이번 콘서트의 취지"라고 설명했다.

이 씨가 자비를 털어 콘서트를 여는 이유는 하나다. 어깨 윗부분만 간신히 움직일 수 있는 자신이 노래하는 것을 보고 장애로 절망에 빠진 사람들에게 희망이 되어주고 싶어서다.

이 씨는 사고 후 폐활량의 20∼30%밖에 쓸 수 없다. 그래서 무대에서 한 곡을 부르고 나면 토크 콘서트 형식으로 관객과 대화하며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준 뒤 다음 곡을 부른다.

그는 "제 공연을 보러오는 관객 중에는 장애인도 있고, 비장애인도 있다"면서 "눈에 보이는 장애를 가진 분들에게는 꿈과 희망을, 눈에 보이지 않는 장애를 가진 분들에게는 위로와 용기를 주고 싶다"고 말했다.

노래를 부르기로 마음먹기까지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이 씨 역시 눈에 보이는 장애는 둘째 치고 우울증까지 이겨내야 했다.

예고를 졸업하고 대학에서 성악을 전공하던 이 씨는 군 제대 후 복학을 코앞에 두고서 사고를 당했다. 그토록 좋아하는 음악을 제대로 시작해보지도 못한 채 주저앉아야 했기에 더욱 절망스러웠다고 회상했다.

다시 성악을 시작하겠다고 결심했을 때도 의료진과 주변 반응은 부정적이었다. "폐활량도 떨어지고 복식호흡도 못 하는데 무슨 성악이냐"며 핀잔까지 들어야 했다.

이 씨는 단호한 의지로 이런 편견을 깨부쉈다. 이제는 자신의 무대를 보여줌으로써 장애를 바라보는 편견을 깨뜨리고 싶다고 한다.

"아무리 의학이 발전해도 장애를 가진 사람이 0명이 되는 날은 오지 않을 겁니다. 장애가 있건, 없건 구별하지 않는 게 중요하죠. 언젠가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교육받는 예술학교를 만들어 통합교육을 하는 게 꿈이에요. 누구든 직접 경험해보지 않으면 '장애인도 할 수 있다'는 명제를 깨닫기 어려우니까요."

runr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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