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상임금 중요기준 '신의칙'이란…서로 지켜야 할 공평한 룰
민법 기본 원칙이자 모든 법 영역에 적용될 수 있는 규범
사적 영역 다툼 해결할 때 기준…'게임의 룰·타협 한계선'
(서울=연합뉴스) 임주영 기자 = 31일 열린 기아자동차 통상임금 소송에서 핵심적인 판단 근거가 된 '신의성실의 원칙(신의칙)'은 법률행위를 할 때 신의에 따라 성실하게 행동해야 하며 상대방의 신뢰를 저버려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권리 행사나 의무 이행은 상대방을 배려해 신뢰를 저버리지 않는 내용·방법으로 해야 한다는 원칙이다.
민법 제2조(신의성실)에 반영된 우리 민법의 기본 대원칙이다. 단순한 법 조항이 아니라 개인 사이의 자유로운 계약 관계를 규정하는 근대 사법(私法) 전반의 대원칙인 법적 규범이다.
한 마디로 '서로 조금씩 양보해서 해결해야 할 선이자 룰'이다. 서로 간에 지키거나 감수해야 할 공평한 룰이라고도 할 수 있다. 일종의 '국민의 법감정'과도 비슷한 맥락이다.
형법 등 국가와의 관계 등 공적인 규율을 정한 공법(公法)의 경우 누가 옳은지 그른지, 맞고 틀리는지를 법규에 근거해 엄격하게 가리게 된다.
이와 달리 개인 간의 사적 영역은 이런 식으로 해결할 수 없다. 예외적인 경우가 아니면 국가가 개입할 수 없다. 그래서 당사자끼리 해결해야 할 때 양쪽의 의견이 맞지 않거나 서로 다툴 때 가장 공평한 방법으로 조화롭게 해결하기 위한 '게임의 룰', '상대방에게 요구할 수 있는 한계선'이 바로 신의칙인 셈이다.
민법 2조에 이 내용이 규정된 것도 민법 조문에 다른 내용이 없으면 신의칙에 의해 해결하라는 취지다. 실정법에 따로 규정이 없으면 이런 원칙에 따라 사정을 잘 헤아려봐서 서로 조금씩 양보해서 신뢰를 해치지 않으면서도 적절하게 이익을 나눌 수 있도록 해결하게 된다. 기본법인 민법을 토대로 파생된 특별법인 상법, 절차법인 민사소송법도 모두 근저에 이런 이념이 흐르고 있으며 분쟁이 났을 때 별도의 규정이 없으면 이 원칙이 적용된다.
예를 들어 일반적으로는 타인의 신체를 가격하면 상해죄로 처벌받지만 정해진 규칙에 따라 경기를 통해 승부를 가리는 권투선수들은 '합법적으로' 타인을 가격할 수 있다. 다만 정해진 기준에 따라 체급별로 글러브를 끼고 다툰다. 그런데 이럴 때 누군가 글러브에 돌을 넣고 가격하는 것까지 용인되지는 않는다. 단순화하자면 이런 경기에서 부정한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는 개념이 신의칙이라고 할 수 있다.
zoo@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