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대통령, 세종서 첫 업무보고…격식·결론 없는 열린 토의
기재부·공정위·금융위 업무보고…당·정·청 인사 참석하는 토의형식
참신·솔직한 의견 쏟아지면서 예정시간 훌쩍 넘겨
(세종=연합뉴스) 민경락 이대희 김수현 기자 = 25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진행된 기획재정부·공정거래위원회·금융위원회 업무보고는 기존 업무보고와 형식부터 달랐다.
보고가 아닌 토의 방식이었고 결론과 격식, 시나리오가 없는 3무(無) 원칙에 따라 진행이 됐다.
더 많은 참석자가 솔직한 의견을 내놓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한 배려였다.
업무보고에는 문 대통령, 당·정·청 인사, 3개 부처 장·차관 및 국장급 이상 간부뿐만 아니라 현장 실무자와 전문가들도 다수 참석했고 발언 기회도 공평하게 주어졌다.
여기저기서 발언 기회를 달라는 요구가 빗발치면서 업무보고는 당초 예상했던 시간을 40여 분이나 훌쩍 넘겨서야 끝이 났다.
한 기재부 간부는 내년 예산안 편성 과정에서 중앙정부가 11조원이 넘는 규모의 세출 구조조정을 한 만큼 지방재정의 혁신도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놨다.
또 다른 간부는 지방자치단체 간 재정 불균형이 심각한 점을 지적하면서 서울·경기도 등 일부에 편중된 세수 불균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근본적인 검토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에 대해 행정안전부의 한 간부는 지자체 순회 등을 통해 재정 혁신을 유도하겠다면서 재정 분권에 대해서도 중앙정부의 이해를 구하겠다고 답했다.
신혼이라고 밝힌 기재부의 한 여성 사무관은 국가 재정을 지키는 보루로서 역할을 강조하면서 내년 예산안 편성 과정에서 세출 구조조정의 어려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공정위의 한 간부는 대기업이 거래를 대가로 하청업체 경영 정보를 요구하면서 중소기업의 기술 혁신요인을 가로막고 있다면서 이에 대한 근절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새 정부가 규제개혁에 드라이브를 걸기 전에 과거 정부가 추진했던 규제개혁이 왜 실패했는지에 대한 면밀한 검토가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청와대의 한 고위 간부는 새 정부의 경제정책이 이전과 다른 점은 기득권 보호가 아닌 시장 활력과 신기술 중소벤처 육성을 통해 사회적 이득을 극대화하는 데 있다고 강조했다.
최근 가맹 갑질로 사회적 주목을 받은 프랜차이즈 문제 해결을 위해 무조건적인 규제보다는 사업을 모범적으로 잘하는 곳은 상생모델로 선정해 인센티브를 주는 방식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아이디어도 제시됐다.
금융 관련 이슈에 대해서는 주로 금융위가 정책 과제로 제시한 포용적 금융에 대한 의견이 많았다.
한 지역 신용회복위원회 센터장은 현장에서 채무조정 상담사례를 직접 소개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채무가 너무 소액이어서 파산 신청도 불가능하고 장기 연체로 고통받는 분이 많았다며 대부분 조금이라도 빚을 갚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이었다고 전했다.
최고금리 인하 정책은 불법 사금융을 불러올 수 있고 카드수수료 인하는 '충분하지 않다'와 '정부가 시장의 가격 결정에 개입한다'는 상반된 지적을 모두 받고 있어 애로가 있다는 정부 측 토로도 나왔다.
고형권 기획재정부 1차관은 "사전에 발언자·토론 내용을 정하지 않았고 발언하려는 사람이 너무 많아서 진행에 애를 먹었다"라며 "대통령이 경제부처들이 수고를 많이 하고 잘하고 있다는 취지로 격려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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