伊로마서 강제퇴거된 이민자, 격렬 항의…경찰, 물대포 진압

입력 2017-08-25 18:23
伊로마서 강제퇴거된 이민자, 격렬 항의…경찰, 물대포 진압

2명 체포·13명 부상…인권단체 "대안 없는 강제퇴거가 폭력사태 초래"

(로마=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이탈리아 로마에서 최근 불법 점유한 거주지에서 강제 퇴거된 아프리카 이민자들이 시내 한복판에서 경찰과 격렬히 충돌했다.

에티오피아, 에리트레아 출신이 주가 된 약 100명의 이민자들은 24일 테르미니 기차역 인근의 인디펜덴차 광장에서 자신들을 끌어내려는 경찰에 맞서 돌과 물병, 소형 가스통 등을 던지며 강하게 저항했고, 경찰이 이들을 물대포로 진압하며 큰 혼란이 빚어졌다.



이 과정에서 이민자 2명이 체포되고, 13명이 크고 작은 부상을 입었다고 이탈리아 언론은 25일 전했다.

이번 충돌은 경찰이 지난 19일 인디펜덴차 광장 인근의 건물을 2013년 이래 무단 점유해 생활해온 800여 명의 아프리카 이민자들을 강제 퇴거 조치한 게 발단이 됐다.

로마시는 이민자들이 당국이 지정한 건물로 이주할 것을 거부하자 공권력을 투입, 이들을 강제로 건물에서 끌어냈다.

하지만, 쫓겨난 이민자들 가운데 상당수는 이 건물 인근의 광장과 테르미니 역 주변에 진을 치고, 노숙을 불사하며 당국의 조치에 항의해 왔다.



이날 광장에 모여 있던 이민자들을 해산시키는 과정에서 격렬한 저항에 부딪힌 경찰은 테르미니역 쪽으로 도망을 가는 일부 이민자들을 쫓으며 "그들이 무엇인가를 던지면, 팔을 부러뜨리라"고 이야기한 것이 드러나기도 했다.

또, 경찰의 물대포에 맞아 여성 이민자들이 바닥에 쓰러지는 모습이 속속 목격되는 등 강경 진압이 도마 위에 오르자, 경찰은 성명을 내고 "광장을 점유한 이민자들을 해산시키기 위한 이날 작전은 대테러 조치의 일환"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민자들은 "우리는 테러리스트가 아니다"라고 절규하며 무차별적인 진압에 나선 경찰에 항의의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국제인권단체들은 이번 이민자 강제 퇴거 조치가 이민자들에 대한 충분한 주거 대안 없이 이뤄진 데다 사전 고지도 되지 않았다며 로마 시를 비판하고 있다.



국경없는의사회(MSF)는 "주거지에 대한 대안의 결여로 이런 폭력적인 상황이 초래된 것은 부끄러운 일"이라며 "강제로 터전이 옮겨진 이민자들을 위해 수긍할 만한 해결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러나, 로마시는 "경찰의 노고로 광장에 공권력이 회복됐다"며 이번 진압 작전을 옹호했다.

반(反)이민 성향의 우파정당 북부동맹(NL)과 이탈리아형제당도 이민자들에 대한 경찰의 공권력 집행에 지지를 표명했다.

ykhyun14@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