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단 유해성 논란에 소비자들 "어디 믿을만한 제품 없나요?"
"웃돈 주더라도 안전성 우선" 동물복지 계란·유기농 생리대 인기
전문가들 "정부 안이한 대응·무능력한 모습 소비자 불신 키워" 지적도
(서울=연합뉴스) 사건팀 = 가습기 살균제, 햄버거병, 살충제 달걀, 농약 닭고기에 이어 생리대 부작용 논란까지 먹을거리와 생필품 전반에 유해성 논란이 불거지며 소비자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잇단 논란에 소비자들은 믿고 먹고 안심하고 쓸 수 있는 제품을 찾느라 분주한 모습이다. 소비자들이 제품에 대한 정보를 보다 꼼꼼하게 살피고 구매를 결정하는 소비 패턴이 생겨나고 있다.
가습기 살균제 파동을 계기로 주부들 사이에서는 분리가 가능하고 세척하기 쉬운 가습기가 인기를 끌고 있다. 또 햄버거병 논란이 불거진 프랜차이즈 매장을 피해 고급 수제 햄버거를 찾거나 햄버거를 아예 끊었다는 사례도 늘고 있다.
24일 20∼40대 여성들이 자주 찾는 온라인 커뮤니티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는 안심할 수 있는 먹을거리, 유기농 생리대 등을 추천해달라는 글이 잇따랐다.
소비자들은 온라인상에서 살충제 검사 결과 부적합 판정을 받은 계란의 난각 코드 정보를 공유하거나 적합 판정을 받은 계란 농장을 소개하고 공동구매하기도 했다.
특히 공장식 밀집 사육환경이 아닌 넓은 공간에서 키운 닭과 '동물복지인증' 계란은 고가에도 인기를 끌고 있다. 경기도 용인에 사는 주부 김모(33·여)씨는 "인터넷 등을 통해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계란을 찾는 중"이라며 "가격이 신경 쓰이지만, 아이를 생각하면 한판에 1만 원까지 지출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부작용 논란' 생리대 사태를 계기로 면 생리대 등을 찾는 소비자의 움직임도 눈에 띄게 늘었다.
직장인 김수지(31·여)씨는 "온라인 쇼핑몰마다 면 생리대 주문이 폭주해 지금 주문해도 추석 연휴가 지나야 제품을 받아볼 수 있다고 하더라"며 "시간이 걸리더라도 면 생리대를 써야 안심이 될 것 같아서 일단 주문을 넣어놨다"고 말했다.
서울 영등포구 사는 김모(33·여)씨는 "면으로 된 생리대를 이용하기는 불편해 유기농 생리대를 찾기로 했다"며 "해외 직구(직접구매) 사이트를 통해 약 10만 원어치 물품을 주문했다"고 말했다.
경실련 소비자정의센터 윤철한 팀장은 "가습기 살균제부터 생리대까지 연이어 문제가 생기면서 소비자들도 안전을 먼저 생각하게 됐다"며 "비싸더라도 유기농이나 더 안전한 제품을 찾고, 식품의 경우 텃밭에서 직접 재배하는 소비자들이 늘었다"고 분석했다.
정부의 안이한 대응이 소비자의 불신을 키웠다는 지적도 나왔다. 부처 간 엇박자와 발표 오류 등 정부의 위기대처에서 한계가 드러났다는 것이다.
윤 팀장은 "정부의 안일한 대처 때문에 소비자들의 불신이 커졌다"며 "사건이 터졌을 때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하지 못하고 뒷수습에만 급급한 모습"이라고 비판했다. 또 윤 팀장은 류영진 식약처장의 대응에 대해서도 "살충제 계란 파동이 터졌을 때 안일한 인식이 드러났다"며 "식약처를 제대로 이끌고 나가지 못하고 식품안전에 책임질 수 있는 분이 아니라는 생각이들었다"고 꼬집었다.
이어 그는 "기업 위주의 정책이 아닌 소비자 중심의 정책을 만들고, 징벌적 손해배상 등을 도입해 기업들이 안전을 더 신경 쓰게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승신 건국대 소비자정보학과 교수는 "제품의 안전 기준을 설정하고 점검하는 일은 기업이 아닌 국가가 해야 하는 일"이라며 "이번 기회에 특히 식품에 대해서는 국가가 총괄적으로 인증제도를 점검하고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고 말했다.
kih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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