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롱 동유럽 순방…'일자리 보호외교'로 인기회복 승부수(종합2보)
"우리 기업·노동자가 우선" EU노동협약 개정추진 합의
오스트리아·루마니아·불가리아 순방…EU가치 반하는 폴란드·헝가리 제외
(파리·서울=연합뉴스) 김용래 특파원 장재은 기자 =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중·동유럽 순방을 통해 지지도 회복의 승부수를 던졌다.
엘리제 궁에 따르면, 마크롱 대통령은 23일(현지시간)부터 사흘간 오스트리아, 루마니아, 불가리아를 차례로 방문해 연쇄 정상회담을 한다.
이 과정에서 서유럽 선진국에 파견되는 중·동유럽 저임금 파견 노동자들의 일자리 잠식 문제를 집중적으로 거론하기로 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첫 방문국인 오스트리아에서 저임금 노동자들의 서유럽 일자리 잠식 문제를 유럽 정상들이 다룰 시급한 현안으로 끌어올렸다.
크리스티안 케른 오스트리아 총리는 이날 마크롱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후 기자회견에서 프랑스, 오스트리아, 체코, 슬로바키아가 서유럽에 파견되는 중·동유럽 노동자들과 관련한 제도를 개정하는 방안을 올해 10월 유럽이사회에서 다루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유럽이사회는 유럽연합(EU) 회원국 정상들의 모임으로 사실상 EU 최고의 의사결정 기구이다.
케른 총리는 중·동유럽 노동자들의 파견기간 단축, 공정한 보수 등과 관련해 4개국이 일반적인 원칙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프랑스 정부는 동유럽 국가들의 서유럽 파견 근로를 1년으로 제한하고, 이들을 채용하는 기업이 파견국에 건강보험 등 사회보장세를 납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중·동유럽 파견 노동자들의 문제는 EU를 향한 서유럽 노동계층의 반감을 자극하고 포퓰리스트들의 득세를 돕는 골칫거리로 지목돼왔다.
폴란드, 불가리아 등지의 노동자는 서유럽 노동자보다 임금이 현저히 낮은 데다가 프랑스에서 파견근무를 할 때는 EU 협약에 따라 각종 사회보장세를 납부하지 않아도 된다.
반대로 프랑스 노동자를 고용하는 기업들은 고임금에 사회보장세까지 고스란히 부담해야 하는 까닭에 '역차별' 문제가 발생해왔다.
인건비 차이 때문에 건설 현장의 각종 공사 계약이 중·동유럽 기업들에 대거 돌아가면서 프랑스에서는 EU에 대한 반감이 더욱 거세졌다.
마크롱 대통령은 이 같은 EU 협약에 대해 "유럽 정신에 대한 배반"이라며 "동일 노동에 동일 임금이 지급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케른 총리도 "유럽은 이 문제를 반드시 해결해야 한다"며 "유럽이 신(新)·구(舊)로 나뉘어선 안 된다"며 공감을 표시했다.
마크롱이 이처럼 자국 기업과 근로자 보호를 내걸고 중·동유럽 순방에 나선 것은 그의 국정운영 지지율이 폭락한 상황과 무관치 않다.
취임 석 달 만에 역대 대통령 중 가장 낮은 수준인 37% 안팎의 국정운영 지지율을 보이는 마크롱은 해외순방을 통해 국내 정치에서 잠시 냉각기를 갖고, 자국 기업과 근로자 보호라는 슬로건을 내세워 지지율 하락세를 반전시킨다는 구상이다.
이번 중·동유럽 순방에서는 동유럽에서 가장 덩치가 큰 EU 회원국으로 분류되는 폴란드와 헝가리가 빠졌다.
이는 두 나라 정부가 유럽연합이 지향하는 민주주의와 자유·인권 등의 가치를 도외시하고 있다는 판단에 따라 의도적으로 배제된 것으로 해석된다.
EU는 폴란드가 최근 하급 법원 판사의 임면권을 법무부 장관이 행사할 수 있는 법안을 통과시켜 실상 정부가 사법부를 통제할 수 있도록 한 데 대해 제재를 추진 중이다.
폴란드, 헝가리, 체코는 EU의 난민 의무할당 정책도 정면으로 거부해 EU로부터 압박을 받고 있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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