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총리 민방공훈련 참관…"안보불안 상시화로 둔감해져"(종합)
김부겸 행안부 장관, 김포서 현장 훈련 동참
(서울=연합뉴스) 성혜미 양정우 기자 = 이낙연 국무총리는 23일 "한반도는 안보불안이 상시화됐다. 이런 상태가 무려 70년 동안 계속될 뿐만 아니라 시간이 갈수록 점점 더 안보불안이 고조되고 북의 군사적 위협이 고도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안보불안이 상시화, 고조화되면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 익숙해져야 하는 데 오히려 안보불안에 둔감해지고 대처에 무심해지고 있다"며 "이렇게 되면 더 큰 위험을 우리가 스스로 불러오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이 총리는 이날 오후 정부서울청사 종합상황실을 방문해 제404차 민방위의 날 민방공 대피훈련을 참관하며 이같이 밝혔다.
이 총리는 "을지연습, 특히 민방위 대피훈련을 하는 이유가 바로 상시화되는 안보불안에 우리가 좀 더 능숙하게 대처할 수 있도록 좀 더 익숙해지자는 취지"라며 "최대한 진심으로 참여해 유사시에는 어떠한 행동을 해야 할지, 내 가족을 돌보기 위해서는 뭘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상시로 알기 시작하는 그런 2017년 을지연습이 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그는 "공직자는 물론이고 국민 모두 이런 훈련에 실전처럼 참여해 행동요령을 숙지하고 어떤 상황이 닥치더라도 능숙하게 대처할 수 있도록 몸에 익히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 총리는 "우리가 쉬운 말로 안보 불감증이라고 하지만 그것이 가져오는 심각성은 그렇게 한 두 마디로 표현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라며 "막상 일이 닥쳤을 때는 지금처럼 무심하고 둔감한 사람들이 훨씬 더 허둥대고 아무것도 못 하게 되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 총리는 행정안전부 비상안전기획관으로부터 전국 민방공 대피훈련 실시 현황을 보고받고 행정안전부 을지연습 상황실을 방문하여 훈련 중인 직원들을 격려했다.
이번 민방공 대피훈련은 을지연습 3일 차에 장사정포·미사일 등 공습상황에 대비한 대피방법 등 국민 행동요령교육을 통해 비상시 국민안전태세를 확보하기 위해 추진됐다.
이를 위해 오후 2시부터 20분간 전국에서 경보발령, 교통통제 등 실제 상황과 유사한 훈련 분위기를 조성했다.
고속도로·자동차 전용도로 등은 제외하고 5분간 차량통제를 했고, KTX·철도·지하철·항공기·선박은 정상운항했다.
민방공 훈련 주무 기관인 행정안전부의 김부겸 장관도 이날 경기도 김포시 하성면을 찾아 주민과 함께 훈련에 참여했다. 주무 장관이 훈련 지휘소가 아닌 현장을 찾아 훈련에 함께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김 장관은 훈련 공습경보가 울리자 주민들과 함께 대피소로 이동했고, 이곳에서는 방독면 착용과 심폐소생술 시연에 동참했다.
그는 "주민 대피훈련에 참여해 보니 노약자들이 보조기구에 의존해 대피하는 등 실제 대피에 어려움이 많다는 것을 느꼈다"며 "낯선 지역이라 대피소 위치를 알지 못해 사이렌 소리에 당황했지만, 주민 안내와 도움을 받아 함께 대피할 수 있었다"고 참여 소감을 전했다.
다만, 이날 경보가 발령된 뒤 현장 주민들이 대피소로 뛰어갔던 것과 달리 김 장관이 걸어가는 모습을 보인 것에 대해 일각에서는 훈련 준비가 부족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이에 대해 행안부 관계자는 "대피소로 이동하는 주민 중에 나이 드신 분들이 많아 배려 차원에서 함께 걸어서 이동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noanoa@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