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충제 성분 신속 배출…산란계 농장 '닭 다이어트' 나서

입력 2017-08-20 12:15
수정 2017-08-20 15:45
살충제 성분 신속 배출…산란계 농장 '닭 다이어트' 나서

충북 음성 농장 2주일간 사흘 1번꼴 사료 공급

(청주=연합뉴스) 심규석 기자 = 계란에서 살충제인 비펜트린 성분이 검출된 충북 음성군의 한 산란계 농장이 '닭 다이어트'에 나섰다.

매일매일 보관하기에는 너무 많아 골칫거리가 된 계란 생산량을 줄이는 동시에 닭 체내에 축적된 살충제 성분을 신속히 없애려는 조치다.

충북도와 음성군에 따르면 농림축산검역본부 정밀검사 결과 계란에서 기준치(0.01㎎/㎏)의 6배가 넘는 0.0627㎎/㎏의 비펜트린 성분이 검출된 농장이다.

이곳의 산란용 닭은 13만5천마리인데, 하루 평균 10만개의 계란이 생산된다.

전수 조사가 시작된 지난 15일 출고 보류된 계란이 31만5천개이고, 그 이전에 출하됐던 계란 19만700개가 19일까지 수거됐다.

지난 15일 이후 생산된 계란까지 더하면 이 농장 창고에는 무려 100만개의 계란이 쌓여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 산란계 농장은 폐기해야 할 계란 생산량을 줄이고 닭의 체질 개선을 위해 '닭 다이어트'라는 선택을 했다. 전문 용어로 '환우'(換羽)이다.

먹을 물은 제때 주면서도 사료를 사흘에 한 번꼴로 공급하는 식이다. 이렇게 하면 향후 생산되는 계란이 급격하게 줄어든다고 한다.

체내에 들어온 물질이 절반 정도 빠져나가는 기간을 반감기라고 하는데, 비펜트린의 반감기는 48시간, 길게는 1주일이다.



충북도 관계자는 "농장주가 2주일간 사료 공급량을 줄이는 식으로 '닭 다이어트'를 하고 이 기간 생산된 계란을 모두 폐기하기로 했다"면서 "닭 체내에 쌓여 있는 살충제 성분이 대부분 빠져나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방법은 늙은 닭의 산란율을 높일 때 주로 쓰인다.

닭은 부화한 지 24주 됐을 때부터 알을 낳고 76주 때부터 산란율이 떨어진다. 경제성이 낮아지는 이 시기에 사료 공급량을 대폭 줄이면 묵은 깃털이 빠지고 새로운 깃털이 나면서 산란율이 올라가게 된다.

문제는 털갈이를 촉진하기 위해 사료를 줄이면 산란용 닭의 면역력이 급격히 떨어져 조류 인플루엔자(AI) 같은 병에 걸릴 수도 있다.

다행히 이 농장의 닭은 부화한 지 42주일 된 닭으로 비교적 건강한 편이고 AI가 유행하는 시점도 아니다. 이런 점에서 농장주가 닭 다이어트를 결정했을 수 있다.

계란에 함유된 비펜트린 성분이 기준치인 0.01㎎/㎏ 이하로 떨어지면 일반 계란으로 시판하는 게 가능하다. 이 농장은 설령 기준치 이하로 떨어지더라도 2주일간 생산되는 계란은 무조건 폐기하기로 했다.

도 관계자는 "계란 생산량을 하루 평균 10만개로 보면 농장주는 하루 1천만∼1천500만원의 손해를 감수해야 한다"며 "대단한 선택을 했다"고 말했다.

k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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