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율 90%에 도전" 삼성 C랩, 2년만에 25개 벤처 '출산'
임직원 750여명 참여…올 하반기 '스핀오프' 10개 추가 예정
(서울=연합뉴스) 이승관 기자 = 삼성전자의 스타트업(창업) 인큐베이터인 C랩(C-Lab)을 통해 분사(스핀오프·spin-off)한 벤처기업이 2년여 만에 25개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C랩은 삼성전자가 창의적 조직문화를 확산하고 임직원들의 아이디어를 발굴한다는 취지에서 2012년 도입한 사내 벤처 육성 프로그램으로, 2년 전인 2015년부터 스핀오프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삼성전자는 20일 "C랩을 통해 발굴된 사업 프로젝트는 현재 진행 중인 것까지 포함해 모두 180개로, 이 가운데 25개 과제가 사업성이 높은 것으로 평가돼 스타트업으로 독립했다"면서 "하반기에 10개 정도 추가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미 독립한 스타트업 가운데 산업건축용 진공·단열 패널을 설계·생산하는 스타트업인 '에임트(AIMT)'는 40억원 규모의 해외 투자를 유지했으며, 허밍으로 작곡하는 앱을 개발한 '쿨잼 컴퍼니'는 최근 세계 3대 음악박람회로 꼽히는 '미뎀랩(MIDEMLAB) 2017'에서 우승하는 등 해외에서도 경쟁력을 인정받았다.
또 점착식 소형 메모 프린터를 개발한 '망고슬래브'는 올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가전전시회 CES에서 '최고 혁신상'을 받은 데 이어 독립 1년만에 제품 양산에 들어가 다음달 판매를 앞두고 있다.
과제별로 3~7명의 팀이 꾸려지는 C랩에는 지금까지 750명의 임직원이 참여해 사물인터넷(IoT), 웨어러블, 가상현실(VR)과 같은 정보통신(IT) 분야는 물론 사회공헌 과제도 진행됐다.
삼성전자가 이날 무료 공개한 시각장애인들을 위한 VR(가상현실)기기 전용 애플리케이션 '릴루미노'도 C랩을 통해 탄생한 것이다.
C랩의 가장 큰 특징은 기존의 조직 관행과 틀에서 완전히 탈피해 모험적인 시도가 보장된다는 점이다.
우선 아이디어가 채택된 임직원은 기존 업무에서 벗어나는 것은 물론이고 직접 팀원을 모으고, 예산을 편성하고, 근무 장소와 시간도 결정할 수 있도록 완전한 자율권이 주어진다.
제안자가 1년차 평사원이라고 하더라도 CL(크리에이티브 리더) 직함을 달고 20년차 선배를 팀원으로 지휘할 수 있으며, 성과에 따라 파격적인 인센티브를 주는 것과 동시에 경우에 따라서는 스타트업으로 독립할 수 있게 한다.
C랩을 관할하는 삼성전자 창의개발센터장 이재일 상무는 "C랩의 내부 목표는 '실패율 90%에 도전한다'는 것"이라면서 "10명이 도전해서 9명이 실패할 만한 획기적이고 어려운 과제를 발굴하자는 취지"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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