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스캔들'에 트럼프 충성파들, 음모설 제기하며 지원 나서

입력 2017-08-11 11:45
'러시아 스캔들'에 트럼프 충성파들, 음모설 제기하며 지원 나서

"'딥 스테이트'가 반 트럼프 공작 주동" 주장

(서울=연합뉴스) 유영준 기자 = 궁지에 몰린 트럼프 대통령을 구하기 위해 충성파들이 음모설을 내세우며 반대파 공격에 나섰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러시아 스캔들 등 어려움에 부닥친 것은 그를 현직에서 끌어내리려는 정부 내 관료집단의 모의 때문이라는 음모설이 제기되고 있다고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가 11일 전했다.

트럼프 충성파들이 내세우고 있는 음모설은 정부 내에 상시 영향력을 행사하는 '딥 스테이트'(deep state)라는 관료들의 집단이 존재하고 있으며 이들 집단이 공모해 행정부 기밀을 유출하고 허위 러시아 스캔들을 만들어내는 한편 나아가 대통령에 대한 폭력을 모의하기도 한다는 것이다.



음모론자인 보수계 폭스 뉴스의 해설자 션 해니티는 지난주 "(트럼프 대통령이 겪고 있는) 모든 것들이 딥 스테이트 때문"이라면서 "반(反)미국적인 딥 스테이트가 지난해 공정한 선거결과를 무시한 채 대통령을 끌어내리려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해니티 외에 정보 웹사이트 '인포워즈'(InfoWars)의 알렉스 존스나 뉴트 깅리치 전 하원의장 등이 음모설의 신봉자로 이들은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암살 기도를 주장하는 가하면 러시아 스캔들을 조사하고 있는 로버트 뮬러 특검을 '최악의 딥 스테이트'라고 매도하고 있다.

이러한 음모설은 트럼프 행정부 취임 이후 난국의 책임을 전가하는 한편 향후 정치투쟁에서 정적들의 부당성을 미리 경고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고 FT는 지적했다.

마이클 모렐 전 중앙정보국(CIA) 부국장은 '딥 스테이트'가 경멸적인 용어로 '정치적 이득을 위한 범죄적 집단'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면서 "자신의 문제에 대해 반성하기보다 남에게 책임을 돌리려는 보다 쉬운 방편"이라고 지적했다.

보수 언론인 출신으로 지난 1992년 대선전에 나섰던 팻 뷰캐넌은 지난해 대선에서 트럼프 지지가 4%에 불과했던 '이 마을'(워싱턴DC)에는 트럼프를 대통령으로 인정하지 않으려는 분위기가 팽배해있다면서 "진보계 언론인과 싱크탱크에 몸담은 전직 관리들과 합세한 정부 직업관리 및 특별검사가 대통령에 치명적 위협이 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트럼프 지지 해설자인 마이크 서노비치는 이번 주 딥 스테이트가 계엄령을 선포해 미국과 전쟁을 벌이려 하고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취임 초 하루 한 건 비율로 국가안보에 대한 기밀이 유출됐으며 이는 전임 버락 오바마 행정부 초기에 비교해 7배 수준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역사학자인 로이드 가드너는 "트럼프가 특히 정보 분야에 많은 적(敵)을 만들었다"면서 "이들이 작심하고 그(대통령)를 잡으려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으로 잦은 기밀 유출은 트럼프 자신의 책임이라는 지적도 있다. 미 대통령은 4천 개소에 달하는 정부 직책에 자신의 정치적 우군들을 배치할 수 있는데도 지금까지 지지자들을 배치하는 데 너무 소극적이라는 것이다.

또 국무부 변호사를 지낸 레베카 잉버는 새행정부가 들어서면 예산이나 권한 등 기존의 업무를 유지하려는 각 부서의 요구나 반발이 있기 마련인데 트럼프는 이러한 부서의 정상적인 움직임을 불충으로 간주하고 있다면서 이들 직업관리는 대통령을 잡기 위한 권력에 굶주린 관리들이 아니라고 일축했다.

트럼프에 대한 반대와 관료주의와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는 지적이다.

yj378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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