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코리아 패싱' 우려 불식한 문-트럼프 통화

입력 2017-08-07 18:51
[연합시론] '코리아 패싱' 우려 불식한 문-트럼프 통화

(서울=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7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전화통화를 갖고 북한 핵·미사일 해결 방안을 논의했다. 지난달 28일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2차 도발 이후 9일 만이다. 트럼프 대통령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전화통화가 일찌감치 이뤄진 뒤 한미 정상 간의 통화가 늦어지면서 '코리아 패싱' 우려가 제기됐지만 이날 통화로 어느 정도 불식될 수 있을 것 같다. 문 대통령은 휴가 중인 트럼프 대통령과 한 시간 가까운 통화에서 "한반도의 엄중한 안보 상황에 대한 인식을 공유하고 한미 양국의 공조 및 대응방안에 대해 중점 협의했다"고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은 전했다. 문 대통령은 특히 "한미 양국이 힘의 우위에 기반한 강력한 압박·제재를 통해 궁극적으로 북한을 핵 폐기를 위한 협상의 장으로 끌어내기 위해 공동으로 노력해야 한다"며 "북한이 핵을 포기하는 올바른 선택을 할 때 대화의 문이 열려 있음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북한의 올바른 선택을 유도하기 위해 강력한 압박과 제재가 선행돼야 한다는 데 문 대통령도 인식을 같이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문 대통령은 또 "한반도에서 두 번 다시 전쟁의 참상이 일어나는 것은 용인할 수 없다"며 "북한 핵 문제는 한미 간 긴밀한 공조를 바탕으로 평화적·외교적 방식으로 해결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이 현실화하면서 미국 내에서 대북 선제타격론이나 북미 직접협상 등의 얘기가 흘러나오는 것에 대해 어떤 경우에도 당사자인 우리가 배제되거나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나선 안 된다는 입장을 밝힌 것이라 하겠다. 허버트 맥매스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선제타격론을 넘어 '예방전쟁(preventive war) 등 모든 옵션을 준비하고 있다'고 하는 등 강경론으로 치닫는 미국 조야의 분위기가 걱정스러운 것도 사실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반도 안보 상황과 관련해 말을 많이 하지 않고 주로 경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런 와중에도 문 대통령이 대북 대화를 강조하자 "정말 궁금해서 여쭤본다"며 "실제로 북한과 대화 시도를 해보셨냐"고 물었다고 한다. 문 대통령은 이에 대해 "지금은 북한이 핵을 포기하거나 폐기할 때까지 제재와 압박을 해야지 대화를 할 때가 아니다"며 "7월 17일 제안한 남북 적십자회담과 남북 군사 당국 회담은 인도적 조치이자 우발적 군사충돌 방지를 통한 긴장완화 조치"라고 답했다. 북한 핵·미사일 관련 대화와 남북 간의 관계 개선 및 인도적 차원 대화는 다르다는 점을 설명한 것이다. 핵·미사일 대화는 미국과 국제사회가, 남북관계 개선과 인도적 차원 대화는 한국이 주도해 나간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는 우리 정부가 대북 대화를 처음 제의할 때부터 밝혀온 기본입장이기도 하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우리 정부의 대북 대화 시도에 대한 불만을 에둘러 표현한 것인지 명확지 않다. 전자 쪽이라면 우리 정부의 설명이 부족한 것은 아닌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북한은 이달 말로 예정된 을지프리덤가디언(UFG) 한미 연합훈련을 전후해 추가 도발에 나설 가능성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새로운 대북제재 결의 2371호에 맞서 미사일을 또 쏘거나 6차 핵실험에 나설 수 있다고 한다. 북한은 이날 '공화국 정부 성명'을 통해 유엔 안보리 결의 2371호를 전면 배격한다면서 "미국에 천백 배로 결산하겠다"고 위협했다. '8월 위기설'이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따라서 지금은 그 어느 때보다 한미 간의 격의 없는 의사소통이 필요하고 이를 토대로 한 공조가 절실하다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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