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폐사 직전 어류에 산소 공급…고수온 양식장 밤낮 없다

입력 2017-08-07 16:57
수정 2017-08-07 17:52
[르포] 폐사 직전 어류에 산소 공급…고수온 양식장 밤낮 없다

남해안 바닷물 28도 육박…어민들, 그물로 직사광선 막고 활력강화제 투입

(거제=연합뉴스) 황봉규 기자 = "폭염 때문에 바닷물 수온이 28도를 넘나드는데 어찌할 방법이 없네요. 그저 면역력을 높여 건강하길 바라는 수밖에…"



고수온 경보가 발령된 7일 경남 거제시 동부면 가배리에서 만난 조석곤 대영수산 대표 얼굴엔 수심이 가득했다.

그는 가로, 세로 10m짜리 가두리 20여개에 조피볼락과 참돔, 감성돔 등 65만9천마리를 키우고 있다.

이날 낮 이곳 해역 일대 수온은 섭씨 27.8도를 가리켰다. 고수온으로 말미암은 폐사가 발생할 수 있는 28도에 육박하는 온도다.

이 때문에 조 대표의 양식장에는 해상 양식장인데도 수조마다 검은색 또는 초록색 그물이 처져 있었다.

조금이라도 직사광선을 막아 수온이 올라가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이들 수조에는 온천물이 끓듯이 뿌연 거품이 쉴 새 없이 올라왔다.

고수온에 지친 어류가 폐사하는 것을 막으려고 액화산소를 계속 투여하기 때문이다.





조 대표는 "거제 동부면 해역 일대는 평소 수온이 25도가 넘지 않는 양식 적지인데 지난해부터 고수온 현상으로 폐사를 걱정해야 할 상황이다"고 말했다.

이어 "액화산소를 계속 투여하고 생사료 대신 어류 활력강화제가 든 배합사료를 조금씩 주는 방법으로 어류가 건강하게 고수온 현상을 극복할 수 있도록 밤낮으로 관찰하고 있다"고 전했다.

고수온 피해 우려는 육상 수조식양식장도 마찬가지다.



조 대표의 양식장에서 조금 떨어진 거제시 동부면 가배리의 태평양수산 선상갑 대표도 요즘 밤낮이 따로 없어 보였다.

지난해 고수온 때문에 키우던 강도다리 2만여마리(10t 정도)가 폐사해 1억5천여만원의 재산피해를 봤던 그는 올해도 바닷물 온도가 급격히 올라가자 노심초사하고 있다.

그는 "폭염 때문에 일조량이 증가하면서 수온도 올라가 걱정이다"면서 "야간에도 직원과 교대하며 산소량을 조절하거나 취수하는 물 상태를 체크하는 등 양식어류가 폐사하지 않도록 바짝 신경 쓰고 있다"고 말했다.

선 대표는 가로, 세로 10m 크기의 수조 35개가 자리한 육상양식장에 넙치 15만마리를 양식 중이다.

이 중 성어 2만마리는지난 6월에서 8월 사이 출하해야 했지만 경기침체로 출하 시기를 넘겼다.

고수온 영향으로 일부 넙치는 눈에 띄게 활동량이 줄어들었고 몸 색깔이 검게 변하는 등 폐사를 걱정해야 할 판이다.

그는 "출하하지 못한 넙치 때문에 밀식이 된 상태에서 고수온까지 닥쳐 걱정스럽다"며 "평소보다 산소 공급과 활력강화제 투입 등으로 비용은 더 들어가는데 출하는 지연돼 지자체 등이 유통 지원 등에 나서주면 좋겠다"고 희망했다.

이처럼 고수온으로 양식어류 폐사 우려와 어민 고충이 커지자 경남도가 이날 현장 점검에 나섰다.

류순현 도지사 권한대행은 "고수온 기간에 수온 변화를 수시로 관찰해 적극적인 대응체계를 유지해달라"며 "사료 투여를 중단해 산소 결핍으로 말미암은 폐사가 발생하지 않도록 어장관리에 노력해달라"고 당부했다.

도는 지난해 고수온 피해를 막으려고 어류 활력강화제 공급, 액화산소공급장치 설치 지원 등에 나서고 있다.

지난달 24일부터 고수온에 대응하려고 상황실을 가동 중이며 폐사가 우려되는 해역의 양식어장 670여곳에 재해대책명령서를 발부했다.

지난해 경남에선 고수온 여파로 213곳의 양식어가에서 700여만 마리가 폐사해 90억여원의 피해가 난 것으로 집계됐다.

b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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