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보리 새 北제재 개시도 전에 中, 6자회담 재개압박 본격화
왕이 中외교부장, ARF 앞선 양자 회담서 '北과의 대화' 강조
中관영매체 "미국은 선수하면서 심판까지 해선 안돼" 견제구
(베이징=연합뉴스) 심재훈 특파원 = 중국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의 대북제재 결의 2371호 채택을 계기로, 북한과의 대화트랙인 6자회담을 재개해야 한다고 관련국들을 본격적으로 압박하고 나서 주목된다.
이번 대북제재가 대북 원유공급 중단조치는 빠졌으나 역대 최고 수준의 포괄적 경제제재로 평가받는 가운데, 그 제재가 본격적으로 효과를 발휘하기도 전에 중국은 북한의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 억제를 위해 6자회담을 이른 시일내에 다시 열어야 한다면서 외교전에 나선 형국이다.
특히 중국은, 러시아와 힘을 합쳐 한국·미국·일본과 북한을 겨냥해 중국의 해법인 '쌍중단(雙中斷·북한 핵·미사일 도발과 한미 연합군사훈련 중단)'을 통해 대화와 협상 테이블에 나서자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중국은 북한과는 외교채널 또는 '공산당 대 노동당' 루트를 통해 6자회담 재개에 나설 것을 압박하고 있어 보이며, 한미일 3국에는 각종 외교루트로 대화 재개에 나서라고 촉구하고 있다.
이에 한미 양국은 북한과의 대화는 봉쇄하지 않으면서도, 일단 안보리 제재에 집중한다는 분위기다. 한미 양국은 최근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도발에 맞서 이달 중에 연합군사훈련을 실시할 예정이다. 북한 역시 남북대화 제의도 무시한 채 강수를 두겠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따라서 이런 분위기 속에서 중국의 6자 회담 재개 드라이브가 효과를 낼 수 있을 지에 관심이 쏠린다.
중국 외교부는 6일 홈페이지를 통해 왕이(王毅) 외교부장이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회의장인 필리핀 마닐라 국제컨벤션센터에서 리용호 북한 외무상과 만나 대화 재개를 촉구한 내용을 부각해 소개했다.
관련 내용에 왕 부장이 "현재 한반도 정세가 복잡하고 민감하고 북·중 관계도 영향을 받았다. 중국 측은 한반도 핵 문제 원칙에 대한 입장을 표명한 바 있으며 현재 정세는 위기가 임계점에 가까워짐과 동시에 결단을 내려 대화를 재개할 전환점이기도 하다"고 말한 점이 들어있다.
왕 부장의 이런 언급을 통해 중국 외교부는 대북제재 만큼이나 대화가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왕 부장이 "중국 측은 북한이 더는 유엔 안보리 위반을 하지 말고 한국과 미국도 한반도 정세 긴장을 가속하지 않길 촉구한다. 각국이 자제를 유지해야 하고 최근의 유관국이 보내는 적극적인 메시지를 붙잡고 자국민과 지역 평화에 대해 책임 있는 올바른 선택을 하길 바란다"고 한 언급도 소개됐다. 이는 한미일 3국을 겨냥한 발언으로 보인다.
실제 아세안(동남아시아국가연합)과 ARF 회담을 위해 각국 외교장관들이 모인 필리핀 마닐라에서도 6일 왕 부장은 강경화 외교장관을 만나 6자회담 재개에 동참하라고 압박했다.
왕 부장은 "유관국이 대화를 만드는 조건을 회복하기 위해 자제를 유지하고 신중하게 이해득실을 따지며 긴장 국면을 상승시키는 행위를 피해야 한다"며 중국이 제기한 '쌍중단'을 고려하라고 주문했다.
왕이 부장은 같은 날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과 만나서도 "제재만이 북핵 해결방안이 아니다"며 쌍중단 수용 요구와 함께 미국의 대북 독자제재에 대한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 자매지인 환구시보(環球時報)는 사평을 통해 "북핵 문제를 해결하려면 각국의 동참이 필요하다"며 "미국과 중국, 러시아는 상호 존중해야 하고 미국이 선수도 하면서 심판까지 하려면 안된다. 미국은 하고 싶은 대로 하려 하면서 남은 잘못됐고 미국만 바르다고 여긴다"고 날을 세웠다.
환구시보는 "미국이 북한이 핵미사일을 만든 동기에 관심을 두지 않는다면 향후 제재만 추구하게 되며 결국 북한의 핵미사일은 미국의 본토에 갈수록 가까워질 것"이라면서 "북핵 문제는 한미가 모두 옳고 북한은 잘못됐다는 일방적인 사고방식를 가지면 큰일을 그르치게 된다"고도 했다.
중국은 쌍중단을 통한 6자회담 재개를 밀어부치려고 우군인 러시아와 결속도 다지고 있다.
왕 부장은 필리핀에서의 동아시아정상회의(EAS) 외교장관회의에서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과 별도 회담하고서 쌍중단이라는 투트랙 접근이 가장 중요하다는 데 뜻을 같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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