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에 술마시고 바닷물에 풍덩…수상안전 불감증 여전

입력 2017-08-05 06:35
밤에 술마시고 바닷물에 풍덩…수상안전 불감증 여전

이안류 입욕 통제에 항의하다 파도 휩쓸리는 사고 나기도

(전국종합=연합뉴스) 민영규 기자 = "밤에 술 마시고 바닷물에 뛰어드는 사람이 매일 1∼2명은 꼭 있습니다. 잘못 하면 죽습니다."

전국 최대 피서지인 부산 해운대해수욕장의 안전을 관리하는 배몽기 해운대119수상구조대 부대장은 5일 '피서객의 물놀이 안전 의식이 어떠냐'는 질문에 한숨을 내쉬며 이렇게 말했다.

최근 폭염이 계속되면서 매일 수백만 명의 피서 인파가 전국 해수욕장을 찾아 더위를 식히는데 안전불감증 때문에 곳곳에서 아찔한 장면이 연출되고 있다.

긴박한 상황은 밤낮을 가리지 않는다.

지난달 31일 해운대해수욕장에는 이안류(역파도) 발생 우려로 오전부터 입욕이 통제됐다.

이안류는 해안 가까이에서 한 곳으로 밀려든 해수가 좁은 폭으로 다시 바다로 빠르게 빠져나가는 현상으로 피서객이 휩쓸리면 큰 위험에 처한다.

모처럼 휴가를 내 해운대를 찾은 피서객들의 항의가 빗발치자 소방당국은 정오께 어쩔 수 없이 입욕을 허용하면서 수심이 얕은 곳에서만 해수욕을 즐겨달라고 호소했다.



하지만 막무가내로 바닷물에 뛰어든 70여 명은 입욕을 허용한 지 1시간 만인 오후 1시 11분께 두 곳에서 발생한 이안류에 휩쓸려 구조대원 56명이 20여 분만에 가까스로 구조했다.

이 같은 소식이 뉴스를 통해 널리 알려졌지만 다음날에도 입욕이 통제되자 피서객의 민원이 쇄도해 소방당국은 결국 무릎까지 입욕을 허용해야 했다.



입욕이 금지되는 야간에는 만취해 바닷물에 뛰어드는 피서객 때문에 구조대원들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배몽기 부대장은 "매일 밤 취객 1∼2명이 바닷물에 들어가 비상이 걸린다"면서 "음주 수영을 하면 체력이 빨리 떨어지고 심장에 무리가 생겨 잘못하면 죽을 수도 있는데 안전지대를 넘어가는 사람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일부 몰지각한 피서객이 통제에 따르지 않고 밤낮으로 바닷물에 뛰어들고 있어 구조 인력과 장비를 대폭 보강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해양레저를 즐기는 피서객의 안전 의식도 문제다.

지난 7월 한 달간 구명조끼를 입지 않거나 야간에 불법으로 수상레저 행위를 하다가 경북 포항해양경찰서에 적발된 사람만 7명으로 집계됐다.

해운대해수욕장에서는 수상 오토바이 동호인들이 3∼7대씩 몰려 편대 운항을 하며 수상레저 금지구역을 침범하고 피서객을 위협해 해경이 긴급 출동하는 일도 종종 벌어지고 있다.

안전 불감증은 인명피해로 이어지기 십상이다. 지난 7월 한 달간 전국의 연안해역에서 안전 부주의로 모두 19명이 목숨을 잃었다.

특히 자치단체가 안전시설을 갖추고 관리자를 배치하는 해수욕장보다는 사각지대에 있는 해안가, 방파제, 항포구 등지에서 사망 사고가 잦아 전체의 89%를 차지했다.

자치단체가 관광객 유치를 위해 해수욕장에 경쟁적으로 설치한 물놀이 시설의 경우 안전 점검을 제대로 해야 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지난달 22일 오후 5시 20분께 부산 광안리해수욕장 해상에 관할 자치단체가 설치한 놀이기구인 '비행접시'에서 40대 남성이 수심이 1.2m밖에 안 되는데 다이빙을 하는 바람에 목 등을 다쳐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3일 만에 숨졌다.

해당 자치단체는 사고가 나자 부랴부랴 해당 기구를 철거하고 나머지 놀이기구 주변에 안전요원을 추가로 배치해 순찰을 강화했다.

부산 사하구 다대포해수욕장 백사장에 2012년부터 매년 여름 설치한 물놀이 시설인 '다대포 워터파크'는 지난 5년간 한 차례도 안전성 검사를 받지 않은 사실이 최근 문화체육관광부 점검에서 드러났다.



이처럼 무허가로 운영되는 워터파크가 다대포해수욕장 외에도 전국 해변 10곳에 더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youngkyu@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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