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사일 사고 프린터 판다"…'무기 절충교역'에 IT업계 첫 참여
북핵 대응 '타우러스' 추가구매 협상리스트 작성에 동참
(서울=연합뉴스) 이승관 기자 = 군(軍) 당국이 외국산 무기를 사들이고 그 대가로 우리 제품을 수출하는 이른바 '절충교역'의 협상 리스트 작성에 민간 정보기술(IT) 업체들이 처음으로 참여한다.
그동안 산업통상자원부, 방위사업청 등 정부가 전담하던 절충교역 협상에 민간이 사실상 직접 동참함에 따라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새로운 수출 판로를 개척하는 기회가 될지 주목된다.
7일 전자업계 등에 따르면 한국전자정보통신산업진흥회(KEA·회장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는 이달초 회원사들을 상대로 "장거리 공대지 유도탄 추가 구매와 관련한 절충교역 협상 계획 수립을 요청한다"면서 "관심있는 업체는 오는 10일까지 회신해 달라"고 통보했다.
이번 절충교역 협상의 대상은 '북한의 핵·전술탄도미사일(TBM) 조기 무력화를 위해 필요한 장거리 공대지 유도탄(타우러스 미사일) 소요량(90발) 추가 확보 사업'이다.
이 사업에는 타우러스 미사일 90발 외에 지상 로더 장치 1개, 불활성 미사일 2발 개조, 기술 지원, TLP 배터리 6개 등도 포함되며, 총 비용은 1천800억~2천억 수준으로 추정됐다.
최근 잇단 북한 핵·미사일 도발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타우러스 미사일 90발을 추가 도입하는 대신 반대급부로 타우러스사(社)에 구매를 요청할 품목 리스트를 작성하는 데 민간 IT 업체들의 참여를 요청한 것이다.
국제 무기거래 계약에서 관례로 자리잡은 절충교역은 다른 나라로부터 무기 또는 장비를 구매할 때 계약 상대방으로부터 관련 기술 이전이나 물품 구매 등 일정한 조건을 제시하는 교역 방식이다.
그동안은 무기 수출업체에 요구하는 물품 구매 품목도 주로 방산 분야에 집중됐으나 최근 우리 정부는 이를 전기·전자·항공 등 다른 산업 분야로 확대하기로 했다. 전자 분야에서는 KEA를 전담지원기관으로 지정해 회원사들을 상대로 수요 조사에 나섰다.
업계 관계자는 "우리 군이 타우러스 미사일을 사는 대신 타우러스사가 필요한 프린터, PC, 전기부품 등 무기와 전혀 무관한 제품도 팔 수 있다"면서 "절충교역에는 일정 구매요구 금액이 확보되는 만큼 중소기업에는 수출길을 넓히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산업부 관계자는 "지금까지는 관련 업계 단체의 추천을 받아 절충교역의 협상 리스트를 만들었으나 이번에 처음으로 일선 기업들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면서 "아직 충분히 홍보가 되지 않은 상태지만 중소기업 참여가 점차 늘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국방부는 지난 2013년 타우러스 미사일 177발 구매 계약을 체결해 독일에서 순차 도입하고 있으나 최근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에 대응해 90발을 추가로 확보한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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