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0m 볼트' 판니커르크 "존슨처럼 200·400m 우승"
볼트 다음으로 주목받는 스타…리우에선 400m 세계 기록 경신
(서울=연합뉴스) 하남직 기자 = 웨이드 판니커르크(25·남아프리카공화국)을 바라보며 누군가는 우사인 볼트(31·자메이카)를, 누군가는 마이클 존슨(50·미국)을 떠올린다.
하지만 판니커르크가 "전설적인 두 사람과 함께 언급되는 것만으로도 영광"이라고 밝힌 '모범생 답안'은 볼트, 존슨과 또 다르다.
'400m 볼트', '아프리카 존슨'으로 불리는 판니커르크는 4일(이하 한국시간) 개막하는 런던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서 새로운 아이콘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세바스찬 코 국제육상경기연맹(IAAF) 회장은 "육상에는 볼트의 뒤를 이을 스타 플레이가 필요하다. 다행히 판니커르크가 뒤를 이을 것"이라고 했다. 현지 언론도 볼트 다음으로 판니커르크에게 주목한다.
판니커르크는 3일 영국 런던 스타디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나를 수식하는 많은 단어에 아직은 도달하지 못한 사람"이라고 자신을 낮췄다. 내성적이면서도 겸손한 판니커르크의 태도는 늘 과감하고 자극적인 볼트와는 또 다른 매력을 느끼게 한다.
판니커르크는 탁월한 재능으로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다. 그는 지난해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남자 400m 결승에서 43초03에 결승선을 통과해 마이클 존슨이 1999년 세비야 세계선수권에서 작성한 종전 세계기록 43초18을 18년 만에 바꿔놨다.
판니커르크는 "당시 영상을 보면 지금도 가슴이 뛴다. 나도 놀랍다"고 웃었다.
많은 전문가가 '400m 42초대 진입은 불가능하다. 존슨의 기록도 몇십 년 동안 깨지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판니커르크가 43초03을 기록하면서 '42초대 진입'에 대한 기대치가 높아졌다.
놀라운 기록으로 '400m 볼트'란 별명은 얻은 판니커르크는 올해 200m로 영역을 확대했다.
400m 올 시즌 최고 기록(43초62)도 보유한 판니커르크는 200m에서도 대단한 재능을 보였다. 그는 200m 올 시즌 세계 2위(19초84)다. 그리고 세계선수권에서도 200m, 400m에 모두 출전한다.
세계선수권에서 남자 200m와 400m를 동시에 석권한 건, 존슨뿐이다. 존슨도 1995년 예테보리 대회 한 차례만 200m·400m 동반 우승을 차지했다.
판니커르크는 "지난해 한 시상식에서 존슨을 처음 만났다. 참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며 "그의 기록에 도달하길 바란다"며 2관왕을 겨냥했다.
볼트가 불참하는 이번 대회 200m는 시즌 1위 아이작 마칼라(보츠와나, 19초77)와 판니커르크의 대결로 압축되는 분위기다. 400m에서는 판니커르크에 대적할 상대조차 없다.
하지만 판니커르크는 팬과 미디어에 관심에 대한 부담도 드러냈다. 그는 "많은 관심을 보여주셔서 감사하다. 경기력 향상에 도움이 된다"고 말하면서도 "나는 혼자 있는 시간을 즐긴다. 요즘 혼자 있고 싶을 때가 많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그를 향해 볼트에 대한 질문도 쏟아졌다. 판니커르크는 "볼트는 누구와도 비교할 수 없는 최고의 선수다. 나는 런던 대회를 앞두고 정말 떨리는데, 볼트는 엄청난 자신감을 보인다"라고 볼트와 다른 자신의 모습을 전하고 "정말 존경하는 선수"라고 상대를 예우했다.
판니커르크는 올 시즌 100m에서도 자신의 최고 기록을 9초94로 당겼다. 런던 대회 전까지는 시즌 100m 기록에서 볼트(9초85)를 앞선다.
이 기록이 화두에 오르자 판니커르크는 "100m에서 나는 정말 평범한 선수다"라고 거듭 자신을 낮췄다.
로이터 통신은 판니커르크를 '자기를 과시하지 않는, 담백한 슈퍼스타'라고 표현했다.
판니커르크는 9일 오전 400m, 11일 오전 200m 우승에 도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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