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인 희생자 위해 기도를" 강제이주 첫 정착지서 진혼제
회상열차, 블라디보스토크-우슈토베 6,500㎞ 대장정 마무리
(우슈토베<카자흐스탄>=연합뉴스) 이희용 기자 = '고려인 강제이주 80주년 기념사업회'가 주최하는 '극동시베리아 실크로드 오디세이-회상열차' 탐사단이 1일 오후 카자흐스탄 우슈토베의 바슈토베 마을에서 고려인 강제이주 희생자들을 위한 진혼제를 올렸다.
이곳은 중앙아시아로 이주한 고려인들의 처음 정착해 1937년 10월부터 이듬해 4월 10일까지 토굴을 짓고 살았던 곳이다.
회상열차 탐사단원, 우슈토베가 속한 카라탈군 관계자, 현지 고려인, 마을 주민 등 1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베이셈바예브 카이라트 아슈랄리예비치 카라탈군수가 환영사에 나서 "카자흐스탄에는 43개 소수민족이 살고 있는데 특히 고려인들이 카자흐스탄 경제 발전에 많은 기여를 했고 지금도 한국과 카자흐스탄 우호 협력의 가교 구실을 하고 있다"고 치하했다.
이부영 공동대회장(동아시아평화회의 운영위원장)은 고려인 영령들에게 "늦게나마 찾아뵙게 된 우리를 용서해 달라"고 말한 뒤 "다시는 20세기의 비극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민족 분열을 기어이 현명하게 해결하겠다"고 다짐했다.
함세웅 공동대회장(천주교 원로신부)은 "하느님, 알라, 조상들께 고려인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침묵의 기도를 올리자"고 제안했다.
이어 회상열차 탐사단원인 광주고려인마을의 시인 김 블라디미르 씨와 시인 윤고방 씨가 회상열차를 타고 오며 지은 '헌시'와 '우슈토베의 하늘에 고함'을 낭송했다.
80년 전 강제이주를 직접 경험한 곽응호(곽 미하일 니콜라예비치·95) 씨와 천억실(천 미하일 다니옐로비치·92) 씨는 당시를 회상하며 "그때 첫 겨울을 넘기지 못하고 죽은 사람이 많았는데 그래도 카자흐스탄 사람들이 먹을 것도 나눠 주고 입을 것도 갖다 주는 등 많은 도움을 줬다"고 고마워했다.
앞서 탐사단은 이날 새벽 1시 33분 카자흐스탄 우슈토베역에 내려 카라탈군청과 카라탈군고려인협회 관계자들의 영접을 받았다. 24일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역에서 시작된 6천500㎞의 열차 대장정은 이렇게 마무리됐다.
인근 호텔에서 잠시 휴식을 취한 뒤 오전 1938년부터 고려인학교로 운영되다가 지금은 고려인들이 줄어들어 일반 학교로 전환한 라힘자나 코사카르예바 학교를 방문했다.
탐사단원은 2일과 3일 국제한민족재단이 알파라비 카자흐스탄국립대에서 '남북한 정세와 동아시아의 평화 공존'이란 주제 아래 개최하는 제18회 세계한민족포럼에 참석한 뒤 4일 귀국길에 오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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