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멈춰서는 공장] 전문가들 "제조업 구조조정·규제개혁 강화해야"

입력 2017-07-30 06:11
[멈춰서는 공장] 전문가들 "제조업 구조조정·규제개혁 강화해야"

"반도체 외 글로벌 대표기업 만들기 위한 투자 필요"

경기부양 없이는 한계…"내수산업 발전 모색해야" 의견도



(세종=연합뉴스) 정책팀 = 전문가들은 제조업 평균 가동률이 떨어지는 것은 산업 구조조정이 더디게 진행되는 구조적인 측면과 함께 세계 경기 회복 지연이라는 경기 요인이 결합됐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정대희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조선업, 통신·방송장비업종에서 구조조정이 지연되고 있다"며 "세계 수요측면이 아직 좋지 않은 점도 있다"고 설명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아직 제조업은 생산과잉 상태"라며 "특히 철강, 화학, 반도체를 제외한 정보기술(IT) 분야의 구조조정이 미흡하다"며 구조조정 강도를 높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반도체를 제외하고 선전하는 업종이 없다는 점도 문제로 지목됐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최근 경기가 이미 어려운데 반도체 효과로 가려져 있다"며 "반도체마저 꺼지면 상당한 어려움이 우려되는 만큼 글로벌 대표기업을 만들기 위한 투자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반면 제조업 위주의 성장을 다시 돌아봐야 할 때라는 근본적인 문제를 제기하는 의견도 나왔다.

전성인 홍익대 교수는 "경기 수준을 더 끌어올리기 전에는 공장에 대한 투자는 기대하기 어렵다"며 "제조업, 수출산업보다는 중소기업, 개인 자영업 등의 산업을 발전시켜 내수가 늘어나면 투자를 하지 말라고 해도 기업들이 투자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 "제조업 구조조정 지연 탓…규제개혁 필요"

- 정대희 KDI 연구위원 -

가장 큰 원인은 구조조정 지연이다. 전체 제조업종은 아니지만 조선업, 통신·방송장비 업종 등 일부 업종에서 특히 그렇다. 통신·방송장비 업종의 경우 국내 생산을 하지 않고 생산시설이 해외로 이전하는 과정에서 유휴 설비가 많이 남아돌아서 가동률이 떨어지는 모습을 보인다.

이외에도 세계 수요측면이 아직 좋지 않아서이기도 하다. 자동차의 경우 우리나라는 그간 신흥국에 많이 팔았는데 최근 중국이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과 같은 문제로 수입을 잘 하지 않고 있는 등 여러 요인이 있다. 세계 수요가 늘지 않다 보니 조선업이 둔화하고 있고 철강, 기계 같은 다른 업종에도 영향이 파급되는 것이다.

세계 경기가 좋아지고 있으므로 제조업 가동률이 계속 떨어지지는 않을 것이다. 반도체 생산은 올 초 좋았다가 최근 조정 단계에 들어갔는데, 가동률은 다시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 반도체 산업이 전체 산업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에 전체 가동률 자체를 움직일 수 있을 것이다. 세계 경기가 나아지면서 조선업도 수주가 늘어 서서히 회복할 것으로 전망한다. 가동률을 끌어올리고 제조업 경쟁력을 갖추려면 기본적으로 기업들이 경쟁을 많이 해야 한다. 이를 위해 규제와 시장 진입장벽을 낮출 필요가 있다. 해외 기업이 많이 들어와서 활동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규제를 개혁해야 한다. 정부가 앞장서서 기업의 경쟁력을 높이기는 쉽지 않다.

◇ "경기 회복세 강하지 않다는 신호…구조조정 강화해야"

-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 -

제조업 평균 가동률 하락은 수출, 내수가 다 좋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는 지표다. 최근 수출, 내수가 다 좋아지고 있다고는 하는데 막상 제조업 평균 가동률을 보면 그렇지 않다. 이 모습이 우리의 현실인 것 같다. 2분기 수출 출하 증가율은 마이너스였고 내수 출하는 플러스였지만 1분기보다 증가율이 낮았다. 물건이 팔리지 않는다는 의미다. 물건이 팔리지 않다 보니 계속 가동률을 올릴 수 없게 되는 것이다.

최근 가동률 하락은 경기 요인이 크다고 본다. 우리나라는 물론 세계적으로도 수요가 생각보다 좋은 상황은 아니다. 그런데 2010년부터 계속해서 제조업 평균 가동률이 떨어지고 있다면 그건 추세적인 평균 가동률 하락으로 볼 수도 있다. 추세적인 하락은 대(對) 중국 수출 부진의 영향이다. 우리나라 제조업 제품의 상당 부분이 중국에 수출되는데, 중국 수출이 줄어들다 보니 가동률이 떨어지는 것이다.

제조업 경쟁력 향상을 위해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은 거의 없다. 기업들이 노력해야 할 문제다. 최근에는 제조업 재고 증가율도 마이너스가 나오고 있다. 재고가 떨어지면 기업들이 가동률 높여서 재고를 쌓는 것이 일반적인데, 지금 가동률이 떨어진다는 것은 재고가 많이 쌓였다는 의미다. 결국 그간 생산을 많이 했는데 물건이 팔리지 않았다는 뜻이다. 제조업 전체적으로 그런 문제가 있다. 결국 구조조정이 덜 돼 있다. 아직도 우리나라 제조업은 생산과잉 상태다. 특히 철강, 화학, 반도체를 제외한 정보기술(IT) 분야 구조조정이 미흡하다.

◇ "최근 정책 제조업 기업에 부담스러워…글로벌 대표기업 나와야"

-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 -



제조업이 위기라는 점에 동의한다. 장기 경기침체가 계속됐고 내수 관련 제조업이 약화했다. 수출도 몇 개 업종에 집중돼 있다. 보이지 않았을 뿐 수출 제조업의 많은 기업이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보인다. 최근 정책들을 보면 제조업에 부담스러운 것들이 많다. 전기 등 에너지 관련 정책, 최저임금 정책 등이 그렇다. 앞으로도 제조업 기업이 어려워할 수 있다.

경기침체를 개선하기 위해 재정이 적극적인 역할을 하는 것은 찬성하지만 방식에 문제가 있다. 에너지 수급 관련 정책도 그렇다. 장기적으로 원전을 줄일 수 있지만 하다가 중단하는 것은 좋은 정책은 아니다. 민자로 하던 것을 재정으로 바꾼 회사도 많고 원자력 관련 회사들도 많다. 이런 분위기가 되면 일반 제조업 기업들도 새로운 형태로 투자하는 데 주저할 수밖에 없다. 경기가 좋아질 것이라는 분위기가 돼야 하는데 미래가 불확실한 분위기가 연출되고 있다.

최근 경기는 이미 어려운데 반도체로 가려져 있었다. 반도체마저 꺼지면 상당한 어려움이 우려된다.

지금 반도체는 국제 독점 체제로 형성돼있는데 우리나라에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2개 대표기업이 있어서 괜찮은 상태다. 그러나 다른 산업에는 글로벌 대표기업이 없다. 자동차도 국제경쟁에 노출돼있는데 중국시장이 어려워지면서 위기다. 대표기업을 만들기 위한 투자가 필요하다.

◇ "투자 촉진 대책으로는 한계…소비 수요 늘려야"

-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부 교수 -

제조업 가동률이 낮은 것은 경기가 나쁘거나 공장설비가 과잉이기 때문이다. 어느 경우든 경기 수준을 더 끌어올리기 전에는 공장에 대한 투자는 기대하기 어렵다. 이미 있는 공장도 놀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경기를 끌어올리는 투자 촉진 이외의 방법을 사용해야 한다. 이 같은 점이 과거 투자촉진규제 완화 효과가 나타나지 않은 이유이기도 하다. 사람들의 호주머니에 활용할 수 있는 재원을 늘려야 최종소비재를 만드는 제조업이 살아나고 전반적인 제조업 평균 가동률도 올라갈 수 있을 것이다.

우리 기업은 수출용 제조업이 많았기 때문에 해외수요 변화에 종속되고는 했다. 그러나 해외수요를 늘리는 문제는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니고 한계가 있다. 건설투자를 늘려 가동률을 높이는 방법도 있다. 그러나 과거 사례를 보면 4대강과 같은 정부 주도형 대규모 건설공사가 오히려 자원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데 도움을 주지 못하고 환경 문제를 야기시킨다. 따라서 정책의 대상은 국내 총수요가 돼야 한다. 경제 중에서 내수 비중 강화를 강하게 모색해야 한다.

이왕 총수요를 늘리려면 소비 수요를 늘려보는 것이 필요하다. 국내 전체 수요에서 소비 수요가 차지하는 비중은 다른 선진국보다 낮다. 아무래도 내수산업은 제조업·수출산업보다는 중소기업, 개인 자영업 비중이 높다. 상대적으로 낙후된 중소기업이나 개인 자영업의 발전이나 구조개혁으로 풀어야 한다. 내수가 늘어나면 투자하지 말라고 해도 기업들이 투자한다.

porqu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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