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숙적 시리아에 환자치료·구호등 '좋은 이웃작전' 수행

입력 2017-07-21 17:03
이스라엘,숙적 시리아에 환자치료·구호등 '좋은 이웃작전' 수행

"인도주의 참상 방관해선 안돼" 여론 압박…"지역 안정위한 장기투자" 효과도

시리아 출신 구호단체 관계자 "이스라엘인들을 달리 보기 시작…괴물 아니다"

(서울=연합뉴스) 윤동영 기자 = 이스라엘이 수십 년에 걸친 숙적 시리아의 전투부상자와 어린이 환자들을 자국 의료시설로 데려가 치료해 주고 접경지 시리아 마을 주민들에게 생필품 등 보급품을 대량 지원하는 '좋은 이웃 작전'을 지난해 6월부터 드러나지 않게 진행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가 20일(현지시간) 전했다.





신문에 따르면, 어린이 질환자들이 동이 틀 무렵 보호자들과 함께 이스라엘군이 엄중한 방어망을 치고 있는 철책의 출입문을 통해 이스라엘로 입경해 치료를 받고 어둠이 깔리면 시리아 집으로 돌아가고 있다.

보급품을 실은 트럭들은 이스라엘 쪽에서 시리아 쪽 마을들로 들어가 밀가루 부대, 발전기, 연료, 건자재, 신발, 이유식, 항생제는 물론 소수이긴 하지만 차량과 노새들도 부려놓고 돌아간다.

시리아 주민들에 대한 이스라엘의 지원 사업은 이스라엘군이 직접 시리아 의료진, 마을 지도자들과 접촉해 필요한 것들을 파악하는 방법으로 이뤄진다.



"이러한 노력은 시리아에서 점령군이자 전쟁 기계라는 악명을 얻은 이스라엘군의 이미지를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뉴욕타임스는 말하고 "뿐만 아니라 이스라엘의 안보에도 즉각적인 효과를 낳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 마을은 시리아 아사드 정권에 대항하는 반군들이 장악한 곳인데, 시리아 마을 주민들로선 이스라엘의 인도주의 지원을 계속 받기 위해서라도 반이스라엘 반군들의 접근을 원치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지역 안정에 대한 장기투자"인 셈이다. 이스라엘군 골란 여단의 사령관 바락 히람은 "지원 사업이 시리아에서 이스라엘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을 낳고 있다"며 미래 화해를 위한 "첫 씨앗들"을 뿌리는 것일 수 있다는 기대를 나타냈다.

구호품 대부분은 이스라엘이나 외국의 비정부 기구들이 기증한 것이다. 어린이 환자나 부상자들을 위한 의료비는 이스라엘 정부가 댄다.

'좋은 이웃 작전'에 참여한 뉴욕의 시리아 난민 지원단체에 따르면 이스라엘이 "뜻밖에도" 해외 시리아 지원단체들의 지원물품 물류기지로서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이들 단체는 이스라엘군의 도움을 받아 이스라엘 항구들을 통해 물자를 시리아로 들여보내고 있다.

이스라엘은 시리아 내전에 직접 개입하지 않고 있지만, 양국은 과거 4차례 걸친 중동전쟁 후 아직 평화협정을 맺지 않은 전쟁상태이기 때문에 다른 나라들과 달리 시리아 난민들을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이스라엘 정부가 시리아 고아 100명을 받으려던 방안도 철회됐다.

그러나 시리아에서 인도주의적 재앙이 일어나고 있는 것을 방관해서는 안 된다는 여론의 압력이 이스라엘 내부에서도 일어나고 있었고, 이것이 이스라엘군이 '좋은 이웃 작전'을 펼치게 된 동기가 됐다고 신문은 전했다.

시리아 부상병이 이스라엘 철책에 다가와 치료를 요청한 사례는 2013년 초가 처음이었다. 이후 지금까지 시리아 부상자나 환자 약 4천 명이 이스라엘에서 치료받았다. 이스라엘의 구호 대상 지역 시리아 마을들엔 약 20만 명이 산다.

이스라엘의 군사문제 전문가 아모스 하렐은 "지금까지 이 전략은 잘 작동하고 있다"며 "현명한 정책이다. 이타심에 따른 것만이 아니다"고 말했다.

뉴욕의 시리아 난민 단체 설립자 조지트 베넷은 자신의 단체가 시리아 깊숙이 들어가 150만 명을 대상으로 구호 활동을 할 여력이 있다며, 이를 위한 이스라엘과 시리아인들 간 협력은 "비극 속에서도 비치는 희미하지만 커다란 희망의 빛줄기"라고 말했다.

지난 2012년 시리아 내전의 중심지 알레포에서 병원을 운영하다 탈출한 뒤 이 단체에 참여한 샤디 마르티니는 처음에 이스라엘의 구호지원 소식을 듣고 "매우 큰 충격을 받았었다. 시리아인들은 이스라엘인들에 대해 우리를 죽이고 우리 땅을 빼앗으려는 악마로 생각하며 자랐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마르티니는 이스라엘군과 협의를 위해 지금까지 이스라엘을 5번 방문했다며 이스라엘의 지원 사업이 "많은 시리아 사람들의 심금을 울리고 있다. 우리의 적인 줄 알았는데"라고 말했다.

아직 이스라엘의 구호품을 받는 것을 꺼리는 시리아 사람들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이스라엘이 우리가 배운 그런 괴물은 아니다. 사람들은 이스라엘을 달리 보기 시작했다"고 덧붙였다.

yd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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