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경련 설립허가 취소?…실행 땐 법적분쟁 가능성

입력 2017-07-23 06:00
전경련 설립허가 취소?…실행 땐 법적분쟁 가능성

산업부, 민법38조 위반여부 검토…소송에선 정부 거의 패소

(서울=연합뉴스) 김영현 기자 = 전국경제인연합회의 존폐 문제가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지난 19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전경련 설립허가 취소와 관련해 "법과 원칙의 테두리 안에서 처리하겠다"고 밝히면서다.

전경련은 대기업이 미르·K스포츠재단 등에 수백억 원을 후원하도록 모금을 주도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해체 여론에 시달려왔다.

지난 3월 '한국기업연합회'로 이름을 바꾸기로 하는 등 혁신 작업을 펼치고 있지만, 다시 해산 가능성이 불거진 것이다.

그렇다면 정부가 전경련 설립허가 취소에 나선다면 근거는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까.

1961년 설립된 전경련은 사단법인으로 정부가 설립허가를 취소하려면 민법에 기대야 한다.

민법 제38조(법인의 설립허가의 취소)에 따르면 ▲ 법인이 목적 이외의 사업을 하거나 ▲ 설립허가의 조건에 위반하거나 ▲ 기타 공익을 해하는 행위를 한 때에는 주무관청은 그 허가를 취소할 수 있다.

산업부는 지난해 말 '최순실 게이트'가 불거지자 전경련 설립허가 취소 가능성을 놓고 법리 검토를 해왔다.

전경련의 미르·K재단 모금 주도 행위가 법인 목적에서 어긋나는 것인지, 공익을 해하는 행위인지 들여다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실제 설립허가 취소 절차를 밟지 않은 것에 대해 백 장관은 인사청문회 답변자료에서 "전경련 위법행위에 대해 검찰 수사가 아직 진행 중이기 때문에 별도의 조치를 취하지 않았던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전경련의 '위법행위'가 확인되면 설립허가 취소를 할 수 있다는 말로 해석된다.

하지만 전경련 관계자는 지난 특검 수사 과정에서 아무도 기소되지 않았다. 미르·K재단 모금에 앞장선 이승철 전 부회장 등 전경련 관계자는 피의자가 아니라 증인 신분으로 증언했을 뿐이다.

업계 관계자는 "특검이 전경련에 대해서는 국정농단의 공범이라기보다는 피해자로 해석한 것 같다"며 "앞으로 추가 기소될 가능성은 있지만 적어도 지금까지는 전경련의 위법행위가 공식적으로는 확인되지 못한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로서는 선뜻 설립허가 취소 카드를 꺼내 들기가 곤란한 상황인 셈이다.

그런데도 정부가 전경련 설립허가를 취소한다면 이후 법적 분쟁이 펼쳐질 가능성이 있다. 전경련으로서는 "법적으로 위법행위가 밝혀지지 않았다"는 이유로 소송을 제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소송이 진행되면 정부로서는 더욱 부담될 전망이다.

지금까지 설립허가가 취소된 사단법인·재단법인이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취소 무효 소송에서 한두 건을 뺀 수십여 건에서 모두 정부가 패했기 때문이다.

그간 판례에서 법원은 '목적 이외의 사업', '공익' 등 해석에 이견이 있을 수 있는 부분보다는 헌법에 보장된 '결사의 자유'에 무게중심을 둔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전경련이 해산 절차를 밟게 된다면 수천억 원에 달하는 자산의 향방에도 관심이 쏠릴 것으로 보인다.

전경련은 현재 시가 7천억~8천억원이 넘는 여의도 전경련 회관을 보유하고 있다. 건물을 지을 때 생긴 부채가 현재 2~3천억원가량 남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순 자산만 5천억원이 넘는 셈이다.

전경련 정관에는 해산 시 재산 처분 관련 규정이 없기 때문에 민법의 적용을 받아야 한다.

민법은 정관에 잔여 재산 귀속인이 정해져 있지 않을 경우 처분하지 못한 재산을 국가로 귀속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수십 년간 전경련 재산 형성에 기여한 대기업들이 이의를 제기할 가능성이 있다. 역시 법적 다툼의 소지가 있는 것이다.

산업부는 이 같은 복잡한 상황을 충분히 검토한 뒤 전경련 관련 사안을 정리해 나갈 예정이다.

백 장관은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고 국회와도 긴밀하게 협의해 전경련 문제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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