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발레리노 마밍, UBC 입단 4개월만에 '백조의 호수' 주역데뷔
"더 많은 작품·역할 소화하고파…아내와 함께 살게 된 것도 행복"
(서울=연합뉴스) 임수정 기자 = 중국에서 온 발레리노가 한국 발레단에 입단한 지 4개월 만에 발레 전막 작품의 주역을 맡으며 무용계 이목을 끌고 있다.
주인공은 지난 4월 유니버설발레단(UBC) 수석무용수로 입단한 중국 출신 발레리노 마밍(29). 그는 오는 8월 5일 서울 중구 충무아트홀에서 공연되는 '백조의 호수'에서 주역 지그프리드 왕자 역을 연기한다.
최근 서울 능동 UBC 연습실에서 만난 마밍은 한눈에 보기에도 신체 조건이 좋았다. 신장 188㎝·체중 70㎏의 길고 탄탄한 몸, 작은 얼굴 등이 눈에 띄었다.
그는 "한국에서의 데뷔 무대를 기대하고 있다"며 "'백조의 호수'는 이미 수없이 공연했던 작품인 만큼 편안한 마음으로 무대에 오르려고 한다"고 말했다.
낙천적인 성격이라는 그의 얼굴에서는 데뷔 무대를 앞둔 긴장감 보다는 새로운 무대에 대한 설렘이 더 많이 읽혔다.
중국 랴오닝 발레단에서 수석무용수로 활동하던 그는 더 다양한 작품을 맡고 싶어 한국 발레단으로의 이적을 택했다.
작년 11월부터 UBC에서 드미 솔리스트로 활동 중인 아내(양첸)와 함께 생활하고 싶은 바람도 한국행 결심을 부추겼다.
"중국은 아직 발레 시장이 그리 넓지 않거든요. 이제 막 사람들이 발레 장르를 알아가고 있는 단계예요. 랴오닝 발레단에서는 1년 동안 거의 '백조의 호수'만 공연했을 때도 있었죠. 그에 비해 UBC 발레 레퍼토리는 정말 다양해서 놀랐어요. 여러 역할을 연기해보고 싶어요. 물론 아내랑 함께 살게 된 점도 행복합니다.(웃음)"
그는 해외 유학 경험 없이 중국에서만 발레를 익힌 무용수다. 발레를 좋아하던 부모님 손에 이끌려 10세 때 발레를 시작했다.
유지연 UBC 부예술감독은 "중국에서만 발레를 배웠다고 하는데, 기본기가 비교적 탄탄하다"며 "타고난 신체 조건이 탁월하다는 점도 큰 장점"이라고 평했다.
랴오닝 발레단 수석무용수로 활동했기 때문에 멕시코, 미국, 남아프리카공화국, 독일 등 세계 각지에서의 무대 경험을 지닌 점도 강점이다.
"해외 무대에 오를 때 외국 무용수들과 함께 작업을 많이 했던 터라, 특별히 한국 발레단에 적응하는 데 어려움을 느끼지 않고 있어요. 냉면, 불고기 등 한국 음식도 맛있게 잘 먹고 있습니다. 하하."
그가 첫 주역데뷔를 하는 '백조의 호수'는 클래식 발레의 '정석'으로 불리는 작품. 차이콥스키의 유려한 음악과 전설적 안무가 마리우스 프티파·레프 이바노프의 안무, 흑조와 백조를 1연 2역으로 소화하는 발레리나의 팔색조 매력, 신비로운 호숫가 장면과 화려한 왕국 장면 등 관객이 클래식 발레에 기대할 수 있는 거의 모든 요소를 다 갖추고 있다.
다만 익숙한 작품이니만큼 무용수를 바라보는 관객 평가도 더 까다로울 수밖에 없다.
"한국 관객들이 발레를 상당히 사랑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어요. 그러나 특별히 어떤 '지그프리드'를 보여주겠다는 다짐을 하는 것은 없어요. 여태까지 그래 왔듯 마음이 움직이는 대로, 편안하게 춤추고 싶어요."
마밍은 같은 발레단 솔리스트 홍향기와 호흡을 맞춘다. 8월 4~6일까지 진행되는 다른 3회차 공연에는 황혜민·엄재용, 최지원·이동탁, 강미선·콘스탄틴 노보셀로프가 출연한다.
티켓가격은 2만~8만원. ☎02-2230-6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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