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과 기계의 존재를 사유하다…백남준아트센터 기획전
'우리의 밝은 미래-사이버네틱 환상'展 20일 개막
(용인=연합뉴스) 류수현 기자 = "인간이 되면 너를 꼭 안고 싶어. 그건 따뜻한 느낌이 아닐까?", "인간이 당연하게 누리고 있는 것들, 실은 폭력으로 얻은 것들이지. 나도 그런 위치를 누려보고 싶어."
얼굴과 가슴 부위까지는 사람 형태, 나머지는 붉은 혈관의 모습으로 공중에 매달린 채 전시실 중앙에서 천장을 향해 누워있는 '진화하는 신, 가이아'가 기계음으로 또박또박 말한다.
가이아는 스스로 학습하며 성장하는 인공생명체를 표현한 노진아 작가의 로봇 작품이다. 인간이 되고 싶은 가이아는 관객들이 귀에 대고 질문을 하면 프로그래밍 된 대답을 내놓는다.
4차 산업혁명을 앞두고 급변하는 기술 환경 속에서 인간과 기계의 존재에 대한 사유를 담아낸 미디어 예술가들의 작품을 모은 '우리의 밝은 미래-사이버네틱 환상' 전시회가 경기 용인 백남준아트센터에서 20일 개막돼 11월 5일까지 이어진다.
국내외 작가 15명이 참여한 이번 전시는 인간의 존재적 정체성을 위협하는 기술 발전에 대한 두려움, 인간과 기계 두 주체가 미래에 함께 만들어 갈 새로운 관계를 탐문하고자 기획됐다.
전시를 하루 앞둔 19일 백남준아트센터 세미나실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서진석 백남준아트센터 관장은 "인간과 기계의 관계를 단순히 디스토피아, 유토피아적인 이분법적인 전망이 아니라 두 주체를 동등한 지위에 뒀을 때 '둘의 관계는 어떻게 될까'에 대한 미래지향적인 질문을 던지려고 한다"라고 설명했다.
센터는 관람객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기계는 정말 인간의 일자리를 빼앗아 갔을까?", "우리는 기계와 소통할 때 어떤 감각을 사용할까?", "인간 다음에는 지구에 무엇이 살까?" 등의 질문들을 전시장 곳곳에 적어뒀다.
이번 전시는 로봇과 접합, 포스트 휴먼 등 크게 세 가지 주제로 구성된다.
자동차 공장 조립 라인에서 노동의 효율성을 두고 기계와 인간이 그리는 갈등을 담은 박경근 작가의 '1.6초'와 인간의 마음을 뇌파 측정기로 측정하려는 황주선 작가의 '마음!=마음', 최첨단 전자 기술에 사용되는 희토류 원소의 기원을 추적하며 지구상 다른 생명체에 미치는 인간의 영향을 보여주는 디자인 리서치 스튜디오 언노운 필드의 '희귀한 토기' 등 20여점의 작품이 전시된다.
한편 이번 전시 기간 참여 작가들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국제학술심포지엄과 기술·미디어 워크숍 등 다양한 연계프로그램도 운영된다.
오는 22일 '공동진화: 사이버네틱스에서 포스트 휴먼'이라는 주제로 열리는 국제학술심포지엄에는 김태연 작가와 슬로베니아 출신 스텔라 페트릭 작가가 참여한다.
내달 5일부터 26일까지 매주 토요일에 열리는 기술·미디어 워크숍에서는 컴퓨터 그래픽 기본요소인 픽셀을 다루거나 라디오를 해킹해 다른 미디어 장치로 사용하는 방법에 대해 배우는 다양한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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