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회의장 모유 수유 호주의원, 이중국적 암초에 낙마
생후 11개월 때 캐나다서 이주…녹색당 의원 2명 잇단 사임
(시드니=연합뉴스) 김기성 특파원 = 최근 호주 연방상원 본회의장에서 당당히 모유 수유를 해 국제적으로 유명세를 치른 의원이 이중국적자였던 것으로 드러나 의원직에서 물러났다.
호주 헌법에 따르면 이중국적자는 아예 의원직에 도전할 수 없다.
호주 제3당인 녹색당 소속 라리사 워터스(40) 상원의원은 18일 호주 국적과 함께 캐나다 국적도 여전히 보유한 상태여서 애초 출마 자격이 없었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사퇴 의사를 밝혔다고 호주 언론이 보도했다.
워터스 의원은 생후 11개월 때 호주로 왔으며 2011년부터 상원의원으로 활동해 왔다.
워터스 의원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삶 내내 캐나다인이 아니라는 생각 속에서 지내왔고, 아기였을 때 귀화해 호주인이라고만 생각해왔다"고 말하며 애써 눈물을 참았다. 어려서 떠난 뒤 캐나다에 가본 적도 없다고 덧붙였다.
자신이 태어난 직후 법이 바뀌어 캐나다 국적 포기 절차를 밟았어야 했지만, 그것을 제대로 알지 못했다며 전날 캐나다 공관으로부터 캐나다 국적을 갖고 있다는 통보를 받고 나서 큰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워터스 의원은 지난 14일 같은 당의 스콧 러들램(47) 연방 상원의원이 뉴질랜드 국적도 함께 보유한 것으로 드러나 자리를 내놓자 자신의 국적 상황을 캐나다 공관 측에 문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환경운동가 출신으로 녹색당 공동 부대표인 워터스 의원은 지난 5월 호주 연방의회 사상 처음으로 상원 본회의장에서 생후 2개월의 딸에게 당당하게 모유 수유를 했다. 지난달에도 의회 일정에 참가하면서 또 한번 모유 수유를 했다.
워터스 의원은 지난해 연방상원 회의장에서 모유 수유가 가능하도록 규정 변화를 끌어내는 데 기여했으며 첫 주자로 이를 실천했다.
워터스의 빈자리는 같은 당 동료가 차지한다.
호주 녹색당은 채 한 주도 안 되는 사이 두 명의 의원이 이중국적 문제로 사퇴하게 되자 앞으로는 후보 심사 절차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호주 언론들은 호주 인구의 약 3분의 1이 해외에서 태어난 만큼 의원 중 또 다른 이중국적자가 나올 수 있다고 전했다.
cool21@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