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당 서정주의 1970년대 오대양 육대주 방랑기

입력 2017-07-18 08:40
수정 2017-07-18 08:56
미당 서정주의 1970년대 오대양 육대주 방랑기

은행나무, 미당 서정주 전집 14∼17권 출간



(서울=연합뉴스) 김계연 기자 = "떠돌며 머흘며 무엇을 보려느뇨/ 시름에 홀로 이 마음은 병드네"

미당 서정주(1915∼2000)는 1977년 11월26일부터 1978년 9월8일까지 오대양 육대주 50여 개국 방랑을 끝내고 돌아온 소감을 이렇게 적었다. 떠돌잇길에서 밤거리 매음 행각과 거지떼, 술주정뱅이 같은 것들을 보았다. "인류 사회는 불쌍한 것을 불쌍하지 않은 것보다 훨씬 더 많이 구석구석 지니고 있다"고도 했다.

서정주의 세계여행기가 '미당 서정주 전집'(은행나무) 14·15권으로 나왔다. 그는 여행을 하면서 일간지에 방랑기를 기고했다. 원고를 묶어 '떠돌며 머흘며 무엇을 보려느뇨'(1980), '미당의 세계 방랑기'(1994) 등 책으로도 냈다. 전집은 단행본들과 기고문을 토대로 했다.

미당은 일본 도쿄 하네다공항에서 불결함에 환멸을 느끼고 하와이로 날아갔다. 미국과 캐나다를 한 바퀴 돌고 도착한 멕시코에서는 전체 혈액의 45%를 토해내 죽을 위기를 넘기기도 했다. 수혈받은 피가 절반 가까이 되니 '반 멕시코 사람'이 됐단다. "멕시코의 무슨 귀신이 내 몸뚱이를 그리도 탐탁히 여겨서 이처럼 졸갱이를 치게 해 놓았는지 알 수 없는 일이다."

로마·피렌체·아테네가 간직한 서양문화의 정신적 뿌리, 인도·네팔에서 목격한 정신 영생의 구체적 진행 같은 것들이 인생의 '약'이 됐다고 서정주는 말했다. 결론은 자연의 위대함, 특히 사계절 뚜렷한 고국의 자연이다.



"우리나라 한국같이 어디를 가거나 산골에 시내가 맑게 흐르는 그런 자연을 가지고 있는 나라는 아무 데도 딴 곳엔 없었습니다. (…) 그래 이것을 두 눈으로 똑똑히 보고 온 나는 인제부터 여생을 세계 제일의 우리나라 산수 속에 동화해 지내려 하며, 이것을 가장 큰 자랑으로 여기려 하며, 또 여기 어울리는 긍지로써 내 시와 산문들을 엮어 가려고 하는 것입니다."

한국을 비롯한 각국 옛이야기들을 모아 엮은 '세계 민화집'도 전집 16·17번째 책으로 발간됐다. 은행나무는 서정주의 소설·희곡·전기·번역을 세 권에 나눠 담고 20권 분량의 전집을 다음달 완간할 계획이다. 각권 380∼472쪽. 각 2만원.

dad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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