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병원들 "의료 질 평가지원금 제도, 대형병원에 유리"

입력 2017-07-16 06:31
중소병원들 "의료 질 평가지원금 제도, 대형병원에 유리"

중소병원협회 "대형병원에 유리해 병원별 격차 심화"

(서울=연합뉴스) 김민수 기자 = 정부가 선택진료비를 축소하는 대신에 도입한 '의료 질 평가지원금 제도'가 대형병원에 유리하고 중소병원에 불리해 평가 기준 개선이 시급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 제도는 병원별 의료 서비스의 질을 향상하기 위해 2015년 도입됐다.

16일 대한중소병원협회에 따르면 현재 의료 질 평가는 ▲ 의료 질과 환자안전 영역 ▲ 공공성 영역 ▲ 의료전달 체계 영역 ▲ 교육수련 영역 ▲ 연구개발 영역 등 5가지 영역의 56개 지표를 이용해 이뤄지고 있다.

그러나 대형병원(상급종합병원)만 갖출 수 있는 고난도 의료 시스템이 평가 기준에 포함돼 있어 중소병원이 차별을 받고 있다는 게 협회 측 주장이다.

의료 질 평가 기준에는 신생아중환자실 운영 및 인력, 임상시험센터 설치 여부, 연구비 지출, 연구전담 의사 수, 의사당 지식재산권 수, 임상시험 건수 등 중소병원이 따라잡기 힘든 조건들이 설정된 경우가 많다.

중소병원협회는 이로 인해 대형병원과 중소병원의 질적 양극화 현상이 더 심해지고, 정부 지원금이 계속 대형병원에 유입될 가능성이 커 의료전달 체계가 붕괴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중소병원협회 관계자는 "의료 질 평가지원금 제도가 오히려 의료 서비스의 수준을 향상하려는 중소병원의 의지를 꺾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며 "대형병원과 중소병원은 출발선 자체가 다른데 동일한 기준으로 의료 질을 평가하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의료 질 평가지원금 지원은 병원 규모에 따른 차이뿐만 아니라 지역별 격차 역시 심각하다는 비판도 받는다.

천정배 국민의당 의원실이 보건복지부로부터 제출받은 '2015년 의료 질 평가 결과'에 따르면 서울 소재 의료기관은 전체 의료 질 평가지원금 중 39%(279억9천만원)를 지원받았으나, 호남권(전북·전남·광주)은 6.5%(46억4천100만원)를 받는 데 그쳤다.

천정배 의원은 "현재 이 제도는 '앞으로 잘하게 하려고 지원금을 주는 것'보다 '지금까지 잘한 것에 대한 보상 형식'으로 운영되고 있다"며 "이대로라면 서울과 지방 의료기관의 의료 질 양극화 현상을 더 심각하게 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즉 서울과 지방의 의료 질을 함께 향상하려면 의료 질 평가지원금의 일부를 지방의 열악한 의료환경 개선에 투자해야 한다는 게 천 의원의 주장이다.

이같은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비슷한 규모의 병원끼리 경쟁하도록 상대평가 방식을 바꿔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중소병원협회 관계자는 "의료 질 평가지원금 제도는 모든 의료기관이 의료 서비스의 향상에 관심을 기울이도록 설계해야 한다"며 "따라서 규모와 시설이 유사한 병원끼리 상대평가를 해야 중소병원의 역차별 현상이 해소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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