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한에서 희망을 찾다…젊은 작가들의 두 가지 시선

입력 2017-07-06 18:57
극한에서 희망을 찾다…젊은 작가들의 두 가지 시선

최진영 '해가 지는 곳으로'·김근우 '우리의 남극 탐험기'



(서울=연합뉴스) 김계연 기자 = 백신을 만들면 금세 진화해 다시 창궐하는 정체불명의 바이러스가 전 세계를 휩쓴다. 방화와 인신매매, 살인과 폭력이 범람하고 어린아이 간을 먹으면 나을 수 있다는 유언비어가 나돈다.

최진영(36)의 장편소설 '해가 지는 곳으로'(민음사)는 재난영화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디스토피아를 묘사하면서 시작한다. 도리는 아빠를 잃고 곧바로 짐을 꾸려 바이러스를 피해 떠난다. 재앙이 닥치면 기회를 노리는 이도 있는 법. 도리는 믿을 수 없이 비싼 티켓을 훔쳐 러시아로 향한다. 그곳에서 탑차를 타고 전 세계를 떠돌던 지나를 만난다.

살인하면 회개할 수 있다는 괴상한 종교까지 생겨났다. 손톱만큼의 인간성도 찾아볼 수 없는 절망적인 세계에서 둘은 사랑을 나눈다. 재난이 오히려 인간성을 회복하는 계기가 된 건 류와 단에게도 마찬가지다. 관성적인 삶을 살던 이들은 재난으로 딸 해림을 잃고 나서야 비로소 사랑을 돌이켜 본다.

절망은 오히려 미뤄왔던 사랑을 말하게 하고, 새로운 사랑은 미래의 불안을 이기는 힘이 된다. 소설은 등장인물 각각의 시선을 번갈아 취하면서 이들이 사랑이라는 돌파구를 공유하고 있음을 확인한다.

"같이 가야 해. 죽지 말아야 해. 세상이 지옥이어서 우리가 아무리 선하려 해도, 이렇게 살아 있는 것만으로 우리는 이미 악마야. 함께 있어야 해. 한순간도 쉬지 않고 서로를 보고 만지고 노래하며 사람이 무엇인지 잊지 말아야 해." 208쪽. 1만3천원.





김근우(37)의 장편 '우리의 남극 탐험기'(나무옆의자) 역시 극한의 상황에 처한 인물들의 이야기지만 분위기는 시종 유쾌하다.

야구선수를 하다가 그만두고 이름없는 대학에 입학한 화자는 얼떨결에 문학상을 받아 작가가 된다. 하지만 이후에 쓴 소설들은 독자와 평단에서 외면당한다. 지금 여기는 자신이 있을 곳이 아니라는 게 점점 확실해진다.

어니스트 헨리 섀클턴 박사는 영국의 저명한 경제학자다. 명문가에서 태어났지만 생후 2개월도 되지 않아 시력을 잃고 멸시와 조롱을 받으며 자랐다. 강인한 의지로 스물세 살에 박사학위를 받았다. 하지만 좌우로 나뉜 학계 어느 쪽에서 속하지 못하고 마음을 걸어 잠근다.

두 사람을 이어주는 이는 1907년 인류 최초로 남극횡단에 도전한 어니스트 헨리 섀클턴 경. 섀클턴 경은 이들에게 나타나 "떠날 때가 왔다"고 말한다. 함께 남극횡단에 나선 두 사람은 살을 에는 듯한 추위와 폭설에 오도 가도 못하는 신세가 된다. 포기 직전 이들 앞에 북극곰 '치피'가 구세주처럼 나타난다. 두 남자와 남극을 탐험하는 북극곰이다.

김근우는 1990년대 PC통신에 판타지소설 '바람의 마도사'를 연재하고 30여 권의 책을 낸 인기 작가였다. 2011년 세계문학상 대상을 수상하며 이른바 본격문학에 발을 들였다. 작중 화자는 장르문학과 순문학 사이에 어정쩡하게 서서 갈등한다. 반면 작가는 이번 작품에 대해 "처음부터 끝까지 엉터리이고 헛소리인 게 딱 제 취향"이라고 했다. 300쪽. 1만3천원.

dad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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