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이혼 법정에 선 식민지 조선 여성들
마지막 황실의 추억
(서울=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 이혼 법정에 선 식민지 조선 여성들 = 소현숙 지음.
일제강점기에 근대적 이혼 제도가 만들어지고 자유이혼 관념이 침투한 과정을 분석한 학술서. 한양대 비교역사문화연구소 HK연구교수인 저자의 박사학위 논문을 보강해 펴냈다.
성리학을 국가 이념으로 삼았던 조선시대에는 이혼이 쉽지 않았다. 특히 엄격한 예법을 강요받은 양반가에서는 후기로 갈수록 이혼이 억제됐다. 그나마 남성은 아내를 버리는 기처(棄妻)를 했지만, 여성에게는 사실상 이혼 청구권이 없었다.
저자는 식민지배가 시작된 1910년대 이혼이 급격하게 늘어난 점에 주목한다. 당시 일제는 조선민사령을 제정하면서 가족 관련 사항은 조선의 '관습'에 따르겠다고 했지만, 여성들은 관습에 반기를 들고 이혼을 청구했다.
그 결과 1915년에는 여성의 이혼청구권을 인정한 첫 번째 판례가 나오기도 했다. 조선고등법원은 자신의 어머니를 결박하고 밤새도록 폭행한 남편과 이혼하겠다며 소송을 제기한 박숙양에게 '이혼을 청구할 권리'를 인정해 줬다.
이후 조선 여성들이 적극적으로 이혼을 청구하자 일제는 1922년 조선민사령을 개정해 협의의혼에 관한 신고주의를 확립했다.
저자는 "근대적 이혼제도의 수용은 여성들이 적극적인 행동으로 추동하자 일제가 정책적으로 개입한 결과"라며 "이를 단순히 식민지 권력의 동화정책에 따른 산물로 이해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다.
역사비평사. 552쪽. 3만5천원.
▲ 마지막 황실의 추억 = 이해경 지음.
고종의 다섯째 아들인 의친왕 이강(1877∼1955)과 하동 출신 여성 김금덕 사이에서 태어난 이해경(87)의 회고록.
1930년 서울 성북구 성락원에서 출생한 저자는 생모 대신 의친왕비 아래에서 성장했다. 대한제국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지만, 그는 유모·상궁과 함께 살면서 황실의 예법을 배웠다.
저자는 "궁 안의 삶은 여전히 옛 풍습을 지키는 봉건 시대였고, 학교에서는 날로 변화하는 개화 시대가 펼쳐지고 있었다"면서 '하루에 100년을 뛰어넘는' 생활을 했다고 털어놓는다.
그는 경기여고와 이화여대 음대를 졸업한 뒤 1950년 5월 풍문여고 교사가 됐으나 한국전쟁이 터지면서 피란길에 올랐다. 이후 미국으로 건너가 공부했고, 컬럼비아대 동양학도서관 사서로 27년간 근무했다.
아흔을 앞둔 저자는 의친왕이 술과 여자만 탐하고 나라를 구하기 위해 아무 일도 하지 않았던 무책임한 왕자였다는 평가를 바로잡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는 "아버지의 항일 업적이 폄하돼 있다는 점이 가장 안타깝다"며 "의친왕의 독립 투쟁 기록을 엄정하게 심사해 제대로 인정해주길 바란다"고 적었다.
유아이북스. 296쪽. 1만5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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