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언론들 "대북 협상·군사옵션 모두 딜레마"…WP "중대 이정표(종합)
NYT "협상, 최선이지만 위험"…WSJ "추가 발사하면 요격해야"
(뉴욕=연합뉴스) 이준서 특파원 = 미국 언론들은 독립기념일 휴일인 4일(현지시간)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4형 발사에 성공했다'는 북한의 주장을 신속하게 다루며 그 의미와 대책을 집중적으로 분석했다.
북한이 이번에 발사한 미사일의 기종이 최종 확인되지는 않았지만 실제 ICBM급일 가능성도 비중 있게 소개했다.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전문가들을 인용해 "북한의 탄도미사일은 진짜 ICBM으로, 중대한 이정표(milestone)"라고 보도했다.
이 매체는 "북한이 ICBM을 개발하는 스케줄을 예상보다 앞당긴 것 같다"면서 "이번에 발사된 미사일은 알래스카를 타격할 수 있는 것으로 미국 본토에 미치지는 못하는 것으로 보이지만, 북한이 핵탄두를 소형화해서 사정거리를 늘릴 수도 있다"고 전했다.
정치전문 매체 폴리티코는 "ICBM 시험 발사는 미국 본토 어디든 도달할 수 있는 핵 탑재 미사일 개발에 중대한 진전일 수 있다"며 "미국과 역내 주요 동맹인 한국과 일본에 보내는 정치적 경고 메시지"라고 진단했다.
미 언론들은 무엇보다 미국의 정책 기조를 뒤흔들 수 있는 일종의 '게임체인저'가 아니냐는 우려 섞인 시선을 보냈다. 협상과 군사 옵션 모두 마땅치 않은 상황으로 흐르면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어려운 시험대에 놓이게 됐다는 게 미 언론들의 지적이다.
CNN 방송은 전문가들을 인용해 미국의 대북정책은 이제 '예측불허의 새로운 시대'에 접어들었다고 진단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도 대북 대응옵션이 거의 없어지게 된 상황"이라고 전했다.
애덤 마운트 미국진보센터 선임연구원은 CNN에 "중대한 한계에 이르렀다"면서 "이제 우리가 워싱턴에서 붙잡고 고심해야 하는 문제는 어떤 전략이나 수단도 더는 (이전과) 같지 않다는 점"이라고 설명했다.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북한을 위협하는 것 외에는 뾰족한 대북옵션이 없다고 진단했다.
제재를 강화하고 한반도 해역에서 미 군사력을 과시할 수 있겠지만, 이는 지금까지 성공하지 못했다고 지적하면서 '대북 선제타격론'도 북한의 미사일 능력이 발전된 현재 시점에서는 대안이 될 수 없다고 평가했다.
뉴욕타임스는 "할 수 있는 최선의 길"로 협상론을 꼽으면서도 "이 또한 위험을 안고 있다. 김정은은 (핵) 능력을 포기하는 데는 아무런 관심이 없다는 게 이제 분명해졌다"고 강조했다.
제임스마틴 비확산연구센터의 멜리사 해넘 선임연구원도 CNN에 "미국의 협상이 어려운 입장에 처할 것"이라며 "협상의 여지는 있지만, 우리가 원하는 종류의 협상은 안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사설을 통해 "최고의 옵션은 김정은 정권에 대한 포괄적인 전략"이라며 "대북 억지력을 강화하고 미사일방어 체계를 구축하고 주변국들의 대북 공조를 다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신문은 "북한이 추가로 미사일을 발사한다면 요격하는 방안도 고려해야 한다"며 "중국의 협조가 있든 없든, 김정은 정권을 무너뜨릴 수 있는 전략만이 미국인 대한 북한의 위협을 없애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대북 선제타격을 배제해서는 안 되지만 단 한발의 북한 미사일만 성공하더라도 한국이 핵 보복을 당할 위험이 있다"면서 "중국과 한국 정부, 그리고 미국 내 좌파(left)들은 북핵 동결을 위한 군축협상을 원하지만, 역대 행정부에서 이런 외교 해법들은 모두 실패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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