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영 한국노총 위원장 "2020년 최저임금 1만원 쉽지 않아"
7월 메시지서 밝혀…'내년 1만원 목표' 노동계 술렁
"수정안 내놓겠단 뜻" 해석도…오늘 최저임금위 8차 전원회의 주목
(서울=연합뉴스) 김범수 기자 = 노동계가 내년도 최저임금 1만원 달성을 최우선 목표로 내건 가운데 한국노총 김주영 위원장이 문재인 대통령의 '2020년 최저임금 1만원' 공약 이행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해 노동계가 술렁이고 있다.
5일 노동계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지난 1일 한국노총 홈페이지에 '7월 김주영 위원장 메시지'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김 위원장은 메시지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2020년까지 최저임금 1만원 인상을 추진하겠다고 공약했지만, 최저임금위원회를 통해 결정되는 구조인 만큼 쉽지만은 않을 것입니다. 끝까지 긴장의 끈을 놓지 말아야겠습니다"라고 밝혔다.
그는 일자리위원회와 국정기획자문위원회에 한국노총이 참여한 것과 관련해 "조합원 총투표를 통해 문 대통령을 지지하고, 대통령 역시 노동계를 국정 동반자로 예우하겠다고 밝힌 데 따른 것"이라며 정부와 협력 관계를 유지하고 있음을 드러냈다.
김 위원장은 "노동계의 맏형으로서 문재인 정부가 제대로 된 노동정책을 펼 수 있도록 항상 견제하고, 합리적 노사관계를 펼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의 메시지 내용이 알려지자 노동계에서는 이런 글을 올린 배경을 놓고 의견이 분분하다.
노동계가 내년도 최저임금을 1만원으로 인상하기 위해 사용자 측과 협상에 나선 상황에서 한국노총이 당장 내년이 아니라 2020년까지 1만원으로 올리겠다는 정부 방침에 동조하기로 방향을 선회한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또 '문재인 대통령 지지'와 '국정 동반자 예우'라는 문구에서 한국노총이 결국 정부 방침을 반영해 최저임금위원회에서 당초 1만원으로 제시한 임금안을 하향 수정하려는 의도가 엿보인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노동계의 한 관계자는 "최저임금 1만원 달성을 위한 민주노총 주도의 6·30 사회적 총파업이 끝난 지 얼마 되지 않았고, 최저임금 협상이 한창인 시점에 '돌출 발언'이 나왔다"며 "김 위원장의 메시지가 어떤 의도에서 나온 건지 노동계가 주목하고 있다"고 전했다.
사용자 측의 한 위원도 "메시지 내용을 보고 다소 놀랐다"며 "최저임금 수정안을 내놓을 수 있다는 얘기로 해석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국노총 이지현 홍보국장은 "현행 제도는 최저임금위원회에서 노·사·공익이 협상을 통해 결정하는 구조"라며 "사용자 측이 PC방, 편의점 등 8개 분야의 최저임금 감액 적용을 주장해 논의가 진척되지 않는 상황이어서 올해 최저임금 협상도 쉽지 않을 것 같다는 의미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한편, 내년도 시간당 최저임금 결정을 위한 최저임금위원회는 지난달 29일로 법정 심의 기한을 넘긴 뒤에도 좀처럼 노사 간 이견이 좁혀지지 않고 있다.
29일 열린 6차 전원회의에서 노동계는 올해 수준 대비 54.6% 인상한 '1만원'을, 사용자 측은 2.4% 오른 '6천625원'을 최저임금안으로 각각 제시했지만 이후 양측은 기존 입장에서 물러서지 않고 있다.
여기에 사용자 측은 PC방, 편의점, 슈퍼마켓, 주유소, 이·미용업, 일반음식점, 택시업, 경비업 등 경영난이 가중되는 8개 업종에 대해서는 최저임금 차등 적용이 필요하다고 주장한 반면, 노동계는 반대 의사를 고수하고 있다.
최저임금위는 5일 오후 3시 정부세종청사에서 8차 전원회의를 열고 업종별 차등 적용 여부를 먼저 처리할지, 임금수준까지 병행해 논의할지를 표결을 통해 가리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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