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맨부커·공쿠르…문학상 받았다고 꼭 좋은 작품일까
신간 '문학상 수상을 축하합니다'
(서울=연합뉴스) 김계연 기자 = 영국의 부커상 재단이 주최하는 맨부커상은 지난해 한강의 인터내셔널 부문 수상으로 국내에 이름을 알렸다. '세계 3대 문학상'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붙지만 본상은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영국연방 출신 작가들에게 수여했다. 영국이 프랑스의 공쿠르상에 대항해 제정한 측면도 있다.
신간 '문학상 수상을 축하합니다'(현암사)는 번역가이자 와세다대 교수인 도코 고지(都甲幸治) 등 일본의 문학·출판 전문가 14명이 '8대 문학상' 수상작을 읽고 작품과 문학상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 대담집이다. 수상자와 작품의 특징을 살펴보면서 유수의 문학상에 부여된 과도한 권위를 벗겨내기도 한다.
세계 최고 권위의 문학상이 노벨문학상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 그러나 저자들은 "실은 유럽에 상당히 치우친 상"이며 "북유럽 출신이라면 더욱 유리"하다고 꼬집는다. 2013년 수상한 캐나다 작가 앨리스 먼로의 '과도한 행복'(2009)을 보면 그렇다.
소설은 소피아 코발레프스카야라는 19세기 러시아의 실존인물을 주인공으로 삼는다. "우리끼리니까 하는 말이지만 '과도한 행복'은 주인공이 러시아인이고, 바로 북유럽 이야기지요. 선정 위원에게는 '그들의' 이야기로 읽혔을 겁니다."
살만 루슈디, 이언 매큐언, 줄리언 반스, 존 쿳시 등이 수상한 맨부커상은 높이 평가한다. 심사위원들이 100편 넘는 후보작을 전부 읽고 과거 10년 이내 후보의 신작은 자동으로 심사대상에 포함시켜 높고 고른 질을 유지한다는 것이다. 노벨문학상이 인류의 이상을 지향하는 '인텔리 취향'이라면 맨부커 수상작은 문학성에 재미까지 갖췄다. 후보작을 1·2차로 나눠 공개하며 몇 달에 걸친 이벤트를 벌이는 등 출판 마케팅에도 보탬이 된다.
각각 일본의 순문학·대중문학을 대표한다고 인식되는 아쿠타가와상과 나오키상을 대담자들은 독특한 시각으로 분석한다. 유럽과 아시아 사이에서 분열된 일본의 정신을 대변한다는 것이다.
"아쿠타가와상이란 결국 프랑스 문학이나 영국 문학 같은 것을 일본어로 쓰려고 하는 사람을 칭찬해주는 상"이라는 게 이들의 생각이다. 반면 나오키상 수상작에는 재일한국인을 등장시키는 등 '아시아에서 본 일본'을 그리는 작품이 많다. "아카데믹한 세계에서는 읽어도 그다지 자랑할 수 없는 것"이 나오키상 수상작들이다.
책은 이들 문학상에 더해 퓰리처상(미국)과 카프카상(체코)·예루살렘상(이스라엘)을 '8대 문학상'으로 꼽는다. 퓰리처상이야 문학과 음악·보도 부문을 아우르는 유명한 상이지만 나머지 둘은 국내 독자에게 다소 생소하다. 공통점이라면 무라카미 하루키(村上春樹)가 받은 상이라는 것. 하루키는 2006년 카프카상을, 2009년 예루살렘상을 수상했다.
하루키에 앞서 2004∼2005년 카프카상을 받은 엘프리데 옐리네크와 해럴드 핀터는 모두 같은해 노벨문학상까지 석권했다. '노벨문학상보다 한발 앞에 받는 상'이라는 말에는 일본인들의 바람도 담겨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런 기록은 이듬해 하루키의 노벨문학상 수상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2006년은 하루키의 '해변의 카프카'가 체코어로 번역·출간된 해였다.
송태욱 옮김. 312쪽. 1만4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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