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효과 어디까지…"22년간 70개사업…탐욕스런 개척욕"

입력 2017-07-01 10:00
아마존효과 어디까지…"22년간 70개사업…탐욕스런 개척욕"

"70개 중 18개만 실패"…온오프라인 망라, AI·우주사업도

(서울=연합뉴스) 이춘규 기자 = 이른바 '아마존 효과'가 어디까지 파급할까.

아마존 효과란 근래 가장 혁신적인 신규 사업을 펼치는 미국의 전자상거래 공룡 아마존이 모든 기업·산업을 삼키는 것을 의미한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은 29일 전했다.

그의 온라인서점은 서점 문을 줄줄이 닫게 했고 유통 거인 월마트의 영토를 빼앗으며 소매업에 지각변동을 몰고 왔다. 아마존 효과에 다시 주목하는 것은 보름 전 전해진 대형 인수합병(M&A) 소식 때문이다. 아마존은 미국의 유기농 슈퍼체인인 홀푸드마켓을 137억달러(약 15조5천억 원)에 사들인다고 발표했다.

아마존이 오프라인 시장에 본격 진출하는 상징적 일이기도 하지만, 아마존 효과가 온·오프라인의 융합은 물론이고 산업 간 울타리를 뛰어넘는 융합으로 이어질지를 점쳐보는 계기가 됐기 때문이다.



아마존을 이끄는 제프 베저스 최고경영자(CEO)는 홀푸드 인수 목적에 대해 아직 침묵을 지키고 있다.

그러나 홀푸드 점포를 활용해 아마존 스타일의 비즈니스를 확대할 것이라는 예상이 주류다. 홀푸드는 상대적으로 부유한 지역에 점포가 많은데, 이를 창고로도 활용해 신선식품의 인터넷 택배를 본격화할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인공지능(AI)이나 사물인터넷(IoT)을 활용하고 있는 아마존은 센서나 인터넷상 요금부과 시스템을 통해 계산대에서의 결제가 불필요한 시스템도 홀푸드에 도입할 가능성도 있다. 이미 본거지인 시애틀에 계산대 없는 오프라인 식료품점 '아마존 고'를 지난해 말 오픈한 바 있다.

이런 아마존의 행보는 앞서 주변경제에 막대한 영향을 미쳤던 세계최대 소매업체 월마트의 위상을 뒤흔들었다. 1962년 1호점을 낸 뒤 구매력과 효율적 물류를 바탕으로 박리다매형 대형 점포로 미국을 덮은 게 월마트다. 의류나 잡화 등 싼 제품을 중국에서 대량 수입해 미국의 소비 풍경을 뿌리부터 바꾸기도 했다.

미국 전체에 4천600개가 넘는 점포로 미국 최대의 민간고용자 지위로 성장한 월마트지만 전자상거래에 적기에 대응하지 못하면서 아마존에 밀리는 신세가 됐다. 2016년 월마트의 북미 매출 증가율이 2.7%에 그친 반면 아마존의 소매 부문은 24.6% 성장했다.



그렇지만 '아마존 효과'를 소매업만의 변혁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변화의 본질을 잘못 본 것이라고 니혼게이자이는 지적했다. 소매업은 물론 산업계 전체의 패러다임 변화로 봤다.

변화를 해독하는 열쇠 가운데 하나가 인터넷이나 클라우드, 그리고 AI의 급속한 보급이다.

기업은 대규모 데이터센터나 관리요원을 스스로 가지고 운용할 필요가 없어졌다. 단순한 업무는 이제 로봇들이 효율적으로 처리하게 된 시대가 왔다. 이런 흐름을 타고 아마존의 클라우드서비스 'AWS(Amazon Web Services)'는 아마존 전체 매출에서 10% 정도를 점하는 중요한 수익원의 하나로 부상했다.

AI 비서 알렉사를 바탕으로 내놓은 인공지능 스피커 에코는 이 분야를 선도 중이다.

최근에는 실제 돈을 지불하지 않고도 3∼15개의 의류를 한꺼번에 주문한 뒤 집에서 실제로 입어보고 적합한 옷을 고르도록 하는 '프라임 워드로브' 사업을 시작하며 의류유통업계에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베저스 CEO는 10여년 전에 창업한 로켓회사 블루오리진에 막대한 자금을 퍼부어왔으며 내년에는 우주 여행 프로그램을 시작하기를 기대한다.

컨설팅회사 베인앤드컴퍼니의 대럴 릭비 파트너는 "아마존의 강함은 전자상거래가 아니고 이노베이션(혁신)에 있다"고 지적한다.

그의 조사에 따르면 아마존은 2017년까지 22년간 70개 가까운 신규사업을 시작했다. 그 중 18개 사업은 실패해 철수했지만, 이같은 탐욕스러운 개척욕이 아마존을 지금의 지위에 밀어 올렸다고 봤다.

이처럼 신규사업에 도전하는 혁신적 자세는 경쟁력이 있는 정보기술(IT) 기업에 공통된다.

지난 10년 세계의 유력기업 연구개발비를 비교하면 2006년에는 상위 5사 가운데 4사가 자동차업체였지만 2016년에는 아마존, 알파벳(구글 지주회사), 인텔이 각각 3, 4, 5위였다. 이들 3곳 모두 2006년 수위였던 포드의 연구개발비 80억달러(약 9조1천168억원)를 크게 웃돌았다. 1위는 폴크스바겐, 2위는 삼성전자였다.



베저스 CEO는 창업 정신이 쇠약해지는 것을 '죽음이 동반되는 정체'라고 표현한다. 업태 논의를 뛰어넘어서는 성장을 향한 이러한 각오와 열정이 세계 산업지도를 재편하고 있다.

이처럼 산업지도 변화가 격하기 때문에 아마존의 홀푸드 인수는 일본 기업들에도 강 건너 불구경만 할 일은 아닐 것이라고 니혼게이자이는 경고했다. 다른 나라 기업들에도 마찬가지다.

tae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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