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총리 취임 한 달, 소통에 방점 두고 책임총리 '시동'

입력 2017-06-30 10:07
수정 2017-06-30 15:14
이총리 취임 한 달, 소통에 방점 두고 책임총리 '시동'

발 빠르게 현장 찾고 SNS·막걸리로 격의 없는 소통

대통령과 주례회동…사드와 원전 등 '난제' 떠안아

(서울=연합뉴스) 성혜미 기자 = 30일 이낙연 국무총리가 취임한 지 한 달이 됐다.

이 총리는 취임 후 하루도 쉬지 않고 가뭄현장부터 조류인플루엔자(AI)방역 현장, 평창동계올림픽 개·폐회식장, 육군 1사단, 일자리 창출현장, 보육원, 장터에 이르기까지 현장을 돌아다녔다.

특히 어느 자리에서든 격의 없는 대화를 강조하고, 직접 SNS에 활동사진을 올리고 댓글을 달면서 '소통'에 방점을 뒀다.

이 총리는 또 매주 월요일 문재인 대통령과 주례회동을 통해 의견을 나누고, 목요일마다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를 열어 '현안'을 챙기는 한편 사드배치와 신고리 5·6호기 문제 등 난제를 떠안으면서 책임총리로서 시동을 걸었다.



◇'현장에 답이 있다'…발빠른 소통 = 이 총리는 취임 후 정치계 원로와 종교 지도자 예방과 같은 정해진 일정을 소화하는 것은 물론 이슈가 발생하는 민생 현장에 발 빠르게 달려갔다.

이 총리는 5월 31일 취임하자마자 곧바로 다음날 공무원들과 함께 미니버스를 타고 경기도 안성 가뭄 피해 현장으로 달려갔다.

미니버스 주변에 별도의 경호 차량을 붙이지 않는 등 의전을 대폭 간소화했다.

그는 취임사에서 "국민과 소통하는 가장 낮은 총리가 되고 싶다"고 약속했다.

이 총리는 AI 고병원성 확진 판정이 나자 "내가 콘트롤타워"라며 과감한 초동방역을 지시했고, 제주도와 군산의 방역현장을 직접 점검했다.



충남 보령시와 전남 무안군·신안군의 가뭄현장에 찾아가 농민을 위로하고, 낙동강 강정고령보에서 녹조문제를 점검했으며 AI 관련 업무에 매진하던 공무원이 숨졌다는 소식을 듣고는 빈소로 달려가 유족의 손을 잡았다.

육군 1사단 장병들과는 치킨에 콜라를 마셨고, 청주 보육원에서는 아동과 오목을 뒀으며 조치원 장터에서는 주민들과 막걸리를 나눠마셨다.

취임 전부터 '막걸리'를 통한 소통을 강조한 만큼 출입기자들을 서울공관과 세종공관으로 초청해 막걸리 회동을 열었고, 지자체장을 포함해 각계각층 인사들과 공식, 비공식 자리를 통해서도 막걸리를 나눠마셨다.

이 총리는 6월 한 달간 17개 시·도 가운데 12개 시·도지사와 식사를 함께했다.

이 총리는 '현장에 답이 있다'는 신념으로 전국을 돌아다니는 한편 세종에서 근무하는 시간을 늘렸다.

이 총리는 일주일 중 나흘은 서울, 사흘은 세종에서 자는 것을 목표로 세웠고, 6월 한 달간 12일을 세종에서 근무했다.



그는 또 페이스북과 트위터에 직접 사진과 글을 올리고, 네티즌의 질문에 실시간 댓글로 답했다.

한 네티즌이 페이스북을 직접 하는 거냐고 질문을 올리자 이 총리는 "예. 목욕을 비서가 대신할 수 없듯이 소통도…"라는 댓글을 달기도 했다.

이 총리의 페이스북 친구는 2만2천800여명으로 취임 후 7천700여명이 늘었고, 트위터 팔로워는 2만8천여명으로 역대 총리 중 압도적인 1위다.

이 총리는 총리실 직원들에게 손편지를 보내고, 번개팅도 했다. 손편지와 방명록 글씨체는 네티즌들이 '낙연체'라는 애칭을 붙이기도 했다.

기자 출신인 이 총리는 지금도 늘 뒷주머니에 취재수첩을 넣어 다니며 메모하는 습관을 이어가고 있다.



◇정부초기 안정적 내각통합…책임총리 시동 = 문재인 정부는 인수위 기간이 없었던 만큼 이 총리는 정부 출범 초기 국정 공백을 막고, 내각을 안정적으로 통합하는 데 힘썼다.

특히 문 대통령이 '책임총리제'를 구현하겠다고 약속한 만큼 이 총리의 역할에 무게가 실리는 변화가 있었다.

먼저, 이달 12일부터 매주 월요일 대통령과 총리가 주례회동을 열어 정책뿐 아니라 인사, 정치 현안 등 국정 전반에 걸쳐 폭넓게 논의하고 국정 방향을 설정하는 자리로 활용하고 있다.

또 총리가 부처 간 이견을 조정하기 위해 주재하는 국가정책조정회의 명칭을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로 바꾸고 '현안점검' 기능을 강화했다.

이 총리는 현안점검 조정회의를 국가 중요정책 조정과 주요 현안 대응 등 '문제해결형 내각'의 핵심 회의체로 운영하기로 하고, 매주 목요일에 개최한다.

아울러 이 총리는 누가 봐도 '어려운 문제' 역시 떠맡고 있다.

사드배치를 둘러싼 논란이 끊이지 않자 이달 7일 국무조정실장을 팀장으로 하는 범정부합동TF를 구성했다.

지난 27일 국무회의에서 신고리원전 5·6호기 건설을 일시중단하고 공론화를 거쳐 시민배심원단의 손에 최종판단을 맡기기로 했고, 공론화 과정은 총리실이 지원하기로 했다.



다만, 이 총리가 책임총리로서 헌법에 나오는 인사 제청권을 실질적으로 행사하는지에 대해서는 부족하다는 비판도 나온다.

이 총리는 이례적으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사실은 안경환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사퇴하기 몇 시간 전에 재고하는 게 필요할 것 같다는 얘기를 청와대에 전달했다"고 공개한 바 있다.

이에 자유한국당 정우택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뒤늦게 자랑하는 모습이 민망하다"며 "하루가 멀다고 터지는 문재인 정부의 인사 난맥상과 부실검증에 대해 이 총리가 대통령에게 무슨 책임 있는 직언을 하는지 대단히 의문스럽다"고 비판했다.

이 총리는 취임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내가 확신을 하는 인사가 있다면 실질적 제청을 하고, 검증이 필요한 인사에 대해서는 청와대에 상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noano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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