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과 외교 분리' 美, 군부치하 태국에 무기 판매 재개
美, 블랙호크 4기 판매 합의…2014년 이후 3년 만에 태국과 무기 거래
(방콕=연합뉴스) 김상훈 특파원 = 외교관계에서 자유와 인권을 강요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3년째 군부 치하에 있는 태국에 대한 무기 판매 재개를 선언했다고 일간 방콕포스트가 29일 보도했다.
찰럼차이 시티삿 태국 육군참모총장은 이날 미국이 다목적 군사용 헬리콥터 블랙호크(UH-60) 4기를 판매하기로 합의함에 따라 올해 안으로 구매를 추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찰럼차이 참모총장은 "이번 헬기 조달은 미국 국방부의 해외 군사장비 판매 프로그램에 따라 진행될 것"이라며 "새로 도입되는 4기는 기존에 도입한 12기와 함께 비행대대를 구성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국이 태국과 본격적인 무기 거래를 재개한 것은 지난 2014년 쿠데타 이후 3년 만이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지난 2014년 5월 현 태국 군부가 잉락 친나왓 정부를 축출하고 집권한 뒤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하자, 군사협력 및 무기 거래 중단을 선언한 채 민정 복원과 인권 개선을 압박해왔다.
그뿐만 아니라 오바마 정부 당시 미국은 태국과의 연례 군사훈련인 '코브라 골드' 참가 인원과 규모도 지속해서 줄여왔다.
미국과의 거래가 막힌 태국 군부정권은 인권 문제를 거론하지 않는 중국과 자연스럽게 가까워졌고, 최근 중국에서 잠수함과 장갑차 등 구매를 추진했다.
그러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쁘라윳 짠-오차 태국 총리 등 인권 문제로 미국과 갈등해온 동남아 지도자들과 잇따라 전화 접촉해 북핵 문제 등에 대한 협조를 구했고, 그를 백악관으로 초대했다.
이어 트럼프 행정부의 외교 수장인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은 자유와 인권 등 이른바 '미국적 가치'를 외교 정책과 분리하고, 이를 외교 상대에게 강요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한편, 태국과 미국 간의 블랙호크 구매 계약은 다음 달 말로 예정된 쁘라윳 총리의 미국 방문 중에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앞서 태국 군부 이인자인 쁘라윗 왕수완 부총리 겸 국방부 장관도 무기 구매 문제가 쁘라윳 총리와 트럼프 대통령의 정상회담 의제가 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meolakim@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