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시간 걸려 컨테이너 날라야 2만원…운송업계 "더 못견뎌"

입력 2017-06-30 07:00
2~3시간 걸려 컨테이너 날라야 2만원…운송업계 "더 못견뎌"

"선사·대기업 '갑질'에 고사 직전…적정수준 보장 안되면 차 세울 수밖에 없어"

(부산=연합뉴스) 이영희 기자 = 부산항의 부두와 부두 사이에 이동하는 환적화물 운임이 터무니없이 낮다는 이유로 중소 운송업체들이 집단 운송거부까지 거론하며 현실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환적화물은 부산항에서 배를 바꿔 제3국으로 가는 다른 나라의 수출입화물을 말한다.

부산항에서 연간 처리하는 환적화물은 20피트(약 6m)짜리 기준으로 약 1천만개이며 그 가운데 3분의 1가량이 애초 내린 부두에서 트랙터에 실려 다른 부두로 옮겨진다.



30일 환적화물 운송업계에 따르면 부산신항에서 환적 컨테이너를 실어주고 받는 운임은 거리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20피트 기준으로 최저 1만2천500원, 최고 1만7천500원이다. 40피트짜리는 1만6천500원에서 2만1천500원 사이다.

신항에서 가장 멀리 떨어진 3부두(한진터미널)에서 컨테이너를 실어 5부두(BNCT터미널)에 가져다 주면 왕복 거리가 20㎞를 넘는다.

컨테이너를 싣고 내리기 전에 부두 안에서 대기하는 시간을 포함하면 수송 차량이 한번 운행하는 데 최소 1시간 30분이 걸린다.

선박이 접안해 부두가 붐비면 1~2시간씩 기다리기 일쑤여서 3시간 이상 걸리는 때도 많다.

환적화물의 특성상 대부분 빈 차로 돌아와야 한다.



2~3시간 넘게 걸려서 컨테이너 1개 실어주고 2만원 조금 넘게 받아봐야 기름값(1만2천원가량) 등 각종 경비를 빼고 나면 남는 게 없다는 게 업체들의 주장이다.

이길영 화물자동차운송사업자협회 트랙터분과위원장은 "시간당 수입이 현행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며 택시비보다도 훨씬 적다"며 "실정이 이렇다보니 최소한의 운영 경비를 제외하고 나면 운전기사들에게 줄 수 있는 월급이 250만원도 안 된다"고 말했다.

개인 차를 갖고 운송사에 소속돼 일하는 지입 차주들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운송사 관계자들은 "선사와 계약해 일감을 하청주는 대형 운송업체들이 몇년동안 운송료를 전혀 올리지 않고, 심지어 해마다 깎았다"며 "그동안 기름값을 비롯한 온갖 물가가 다 올랐는데 운송료가 하락하다 보니 이제는 한계 상황에 도달했다"고 말했다.

특히 최근에는 기사들이 열악한 근무환경과 적은 수입 때문에 시내버스와 택시업계 등으로 떠나 웃돈을 주고도 사람을 구하지 못해 보유 차량의 30% 이상을 놀려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고 이 위원장은 밝혔다.

그는 "시내버스 기사들은 하루 8시간가량 근무하고 연봉 4천만원 이상을 받는데 환적화물 운송기사들은 차 안에서 먹고 자면서 20시간 넘게 일해도 제대로 보상을 못 받으니 떠날 수밖에 없지 않나"고 반문했다.

이런 상황이 조금만 더 계속되면 기사들이 대부분 떠나 부산항의 환적화물이 제때 수송되지 못하는 물류 대란이 벌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운송업계는 글로벌 대형 선사들의 갑질 횡포와 대형 운송사들의 '중소업체 쥐어짜기'가 이런 현실을 불러온 주 요인이라고 주장했다.

이 위원장은 "선사들은 항만공사로부터 상당한 금액의 환적화물 운송비를 지원받으면서도 입찰 때마다 가격을 낮추도록 운송사에 압박을 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부산항만공사는 환적화물 유치를 위해 20피트짜리 1개에 최소 5천원에서 최대 1만원을 지원한다. 40피트짜리는 6천500원부터 1만3천원까지 준다.

이를 위해 올해 80억원의 예산을 책정해 놓고 있다.

중소 운송사와 기사들은 이런 현실을 더는 참고 견딜 수 없다며 적정수준의 운임 보장을 요구하고 있다.

이 위원장은 "환적화물 운송사 관계자와 소속 기사 등 1천명 이상의 서명을 받아 국토교통부, 해양수산부, 부산항만공사 등에 전달하고 근본 대책마련을 요구할 계획"이라며 "7월 말까지 해결되지 않으면 차를 세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환적화물 운송을 맡은 차들이 멈추면 부산항은 물론 국내 물류 전반에 큰 차질이 온다.

중소업체에 하청을 준 대형업체들이 환적화물 운송으로 차를 돌리면 수출입화물 수송에 지장이 생기기 때문이다.

부산항만공사는 항만 운영 차질을 막고자 운송사들과 만나는 등 대책 마련에 애쓰고 있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기가 쉽지 않다.

운송료 현실화의 열쇠를 선사들이 쥐고 있지만 외국계가 대부분이어서 정책이 제대로 먹히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외국계 선사들은 부산항의 환적화물 부두 간 운송료 부담을 이유로 걸핏하면 물량을 다른 나라로 옮기겠다고 협박하는 등 이른바 갑질을 일삼고 있기 때문이다.

항만의 운영과 관리는 해양수산부와 항만공사, 육상운송은 국토교통부 소관으로 서로 달라 정책 협조도 필요하다.

lyh9502@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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