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10억 투입" 신고리 5·6호기 도급업체 근심

입력 2017-06-29 06:12
수정 2017-06-29 09:24
"벌써 10억 투입" 신고리 5·6호기 도급업체 근심

공사 업체, 공론화 기간 유지비 수백억 추산…"피해 방지책 논의돼야"

(울산=연합뉴스) 김근주 기자 = "이미 10억원을 밀어 넣었습니다. 3개월 동안 버티려면 최소 3∼4억은 더 필요한데 우리 같은 중소기업에는 정말 큰돈입니다. 공사가 재개돼도 다시 근로자들을 모으기가 쉽지 않아 걱정입니다."



신고리 5·6호기 건설 일시 중단 결정이 내려지면서 컨소시엄을 구성해 건설에 참여했던 두산중공업, 삼성물산, 한화건설은 물론 하도급을 받아 참여했던 중소기업들까지 고민에 빠졌다.

정부가 최대 3개월간 공론화를 거친 후 결정하겠다고 발표한 터라 이들 업체는 사업을 접을 수도 없고, 마냥 기다리자니 자재 유지비, 인력 운영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한, 둘이 아니다.

가장 큰 문제는 유지비다.

29일 컨소시엄 업체 관계자에 따르면 3개월 동안 수백억원의 유지비가 들 것으로 추산된다.

각종 철근, 철판 등 자재를 그대로 둘 수 없어 보관할 장소를 확보해야 한다. 원전 건설 팀도 유지할 수밖에 없다.

일을 못 해 일손이 놀지만, 임금은 지급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들 업체의 한 현장소장은 "국내 건설경기가 안 좋아서 이곳 인력을 다른 곳으로 보내고 싶어도 마땅한 현장이 없다"고 털어놨다.



중소기업의 걱정은 더 깊다. 컨소시엄 업체에서 도급받은 업체는 200여 곳, 재도급까지 합하면 760개 중소기업이 연관돼 있다.

원자로 건물 건설 현장에 투입된 한 중소기업 업체는 공사 시작 전부터 10억원을 투입했다.

공사에 필요한 자재를 60∼70% 구입해 현장에 들여놨고, 거푸집도 제작했다.

공사를 시작할 때 모집한 30∼40명의 원전건설 경험 일용직은 현재 200명 안팎으로 늘었다. 능숙도에 따라 하루 16만∼18만원 받는 근로자들이다.

이 업체는 3개월 동안 매달 최소 1억원 이상의 유지비가 들 것으로 보고 있다.

3개월 뒤 공사 재개 결정이 난다고 해도 걱정거리는 있다.

원전 건설 경험이 있는 근로자들을 다시 찾아야 하기 때문이다. 일용직이다 보니 건설이 중단돼 일감이 없는 현장에 있을 이유가 없고, 공론화 기간 제각기 생활비를 벌기 위해 떠나면 다시 온다는 보장이 없다.

한 중소기업 현장소장은 "당초 계약서에는 건설 중단 시 보상 관련 내용이 전혀 없다"며 "국가 정책에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공론화 기간 중소기업의 피해 방지를 위한 대책도 필요하다는 것을 말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신고리 5·6호기 건설을 일시 중단하고 공론화위원회를 구성, 시민배심원단을 선정해 이 문제의 최종 결정을 맡기기로 했다.

최종 결정이 나오기까지 약 3개월이 소요될 것으로 예측된다.

정부는 일시 중단에 따른 건설 업체 피해를 보상할 방침으로 알려졌지만, 보상 범위 등을 두고 입장차가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 공사 현장에는 일용직 근로자까지 포함해 하루 최대 3천 명가량이 일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cant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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