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최순실 은닉재산 추적, 국세청 조사로 충분치 않다

입력 2017-06-26 18:40
[연합시론] 최순실 은닉재산 추적, 국세청 조사로 충분치 않다

(서울=연합뉴스) 한승희 국세청장 후보자에 대한 국회 기획재정위 인사청문회에서 최순실 씨 은닉재산을 조사하라는 의원들의 요구가 쏟아졌다. 문제 제기는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의원이 주도했다. 한 후보자는 "최순실 은닉재산을 조사하고 있느냐"는 송 의원의 질문에 "세무조사가 진행되고 있다"고 답했다. 최 씨의 은닉재산에 대한 세무조사 얘기가 처음 나온 것은 아니다. 작년 10월 말 국회 예결특위 경제부처 심사에서 임환수 국세청장은 "최순실 일가의 법인 운영이나 재산 취득 과정에 탈루 혐의가 있는지 보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런데 이번에는 여야 의원 모두 최 씨 은닉재산 문제를 집중적으로 거론했다. 한동안 관심권 밖으로 밀려났던 이 문제가 다시 여론의 도마 위에 오를 수도 있을 것 같다.

'최순실 게이트'를 수사한 박영수 특검팀은 최태민(최순실 씨 아버지) 일가 70명의 재산이 2천730억 원이고, 그 가운데 최 씨 재산은 230억 원이라고 밝혔다. 토지, 건물 등 부동산이 178개이고 금융자산은 500억 정도라고 한다. 특검이 밝힌 최 씨 일가 재산은 국세청 신고가를 기준으로 산정한 것이다. 시가로 따지면 드러난 것만 5천억 원을 웃돌 것으로 추정된다. 최 씨 일가의 실제 재산이 이보다 훨씬 많을 것이라는 주장도 심심찮게 제기된다. 김남근 민변(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부회장은 지난 4월 한 토론회에서 "최태민·최순실 일가가 박정희 전 대통령 시절부터 부정 취득해 관리해온 재산이 국내 부동산만 3천억 원이 넘고, 은닉재산은 수조 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최순실 씨 일가의 부정축재 재산을 국고로 환수하기 위해 특별법을 제정하려는 움직임도 구체화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안민석 의원은 최근 기자회견에서 가칭 '최순실 재산몰수 특별법' 제정에 여야 의원 23명이 동참하기로 했다면서 명단을 공개했다. 안 의원은 "법안 발의에 전체 의원의 과반수가 참여하도록 하는 것이 목표"라면서 "의원들의 참여를 더 기다렸다가 특별법 제정을 위한 의원 모임을 정식으로 발족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법안에는 국정농단 행위자의 부당수익과 재산을 조사하는 위원회 설치, 영장 발부 후 위원회 직접 조사, 부당재산 소급 환수 등 상당히 파격적인 내용이 들어가 있다. 법조계에서는 민변을 중심으로 민사적 '범죄수익 환수제'도 논의되고 있다. 공소시효 만료나 해외도피 등으로 부정축재자를 처벌할 수 없을 때 정부가 민사재판을 통해 재산을 국고로 귀속시킨다는 것이다.

최순실 씨 은닉재산을 국세청이 조사하고 있다고 하지만 그것으로 충분한 것인지는 의문이다. 그러나 국세청이 불법 은닉 재산을 일부라도 찾아내면 특별법 제정에 탄력이 붙을 가능성이 크다. 안 의원과 함께 최 씨 일가의 재산을 조사해온 안원구 전 대구지방국세청장은 "지난 6개월간 국내외 제보자의 도움으로 광범위한 은닉 추정 재산을 찾아냈다"면서 "특별법이 제정되면 은닉 추정 재산을 확정해 국고로 환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실 최순실 씨 일가가 아니더라도 부정축재 후 은닉된 재산은 철저히 추적해 국고로 환수하는 것이 마땅하다. "전 재산이 29만 원밖에 없다"면서 추징금을 내지 않고 버티던 전두환 전 대통령의 사례에서 권력형 부정축재의 문제점은 충분히 드러났다. 전 전 대통령은 대법원에서 추징금 2천205억 원을 선고받았으나 지난 4월 말 현재 검찰이 환수한 금액은 51.5%인 1천136억 원에 불과하다. 2015년 6월 현재 추징금 미환수율이 99.72%라는 통계도 있다. 법원이 100만 원의 추징금을 선고하면 그 가운데 2천800원만 추징된다는 뜻이다. 최 씨 일가의 은닉재산을 추적해 불법 축재가 확인된 부분은 환수하는 것이 당연하다. 차제에 부정축재 재산의 국고환수를 효율적으로 집행하는 제도적 장치도 마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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