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인 폭염연구센터장 "폭염은 인명피해 최대 기상재해"
UNIST, 세계 첫 폭염 전문 연구센터 설치…폭염 예측기술 개발·전문인력 양성
(울산=연합뉴스) 장영은 기자 = "한반도에서 발생한 기상재해 가운데 인명피해가 가장 많았던 재해는 바로 폭염이었습니다."
이명인 울산과학기술원(UNIST) 폭염연구센터 센터장(도시환경공학부 교수)은 26일 연합뉴스 인터뷰에서 "기술 문명과 생활 수준의 향상에도 불구하고 폭염은 선진국에서도 통제하기 어려운 심각한 자연재해"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가 이끄는 센터는 세계적으로 유일한 폭염 전문 연구기관으로 알려졌다.
이 센터장은 "폭염은 현 예보기술 수준으로 해결이 어려운 과학적 난제"라며 "이 문제의 해결과 함께 기상예보 전문인력을 배출하며 국제 과학기술을 선도하겠다"고 밝혔다.
다음은 이 센터장과의 일문일답.
-- 폭염연구센터가 연구하는 분야는.
▲ 폭염 발생의 과학적 원리를 규명하고, 폭염 예측의 정확도를 높일 원천기술을 개발해 기후변화에 따른 기상재해에 효과적으로 대응한다.
기후변화와 자연재해를 연구하는 기관은 많지만, 폭염만 전문으로 예보기술에 도전하는 곳은 세계 최초로 알고 있다. 기상청이 지정한 첫 번째 특이기상연구센터다.
-- 폭염이 얼마나 심각한가.
▲ 과거 한반도에서 발생한 기상재해 가운데 인명피해가 가장 많았던 재해는 바로 폭염이었다. 1994년 여름 폭염으로 무려 3천384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폭염 사망자는 해마다 꾸준히 발생하고 있으며, 온열 환자도 급증하고 있다.
폭염 피해는 세계적으로도 심각한 수준이다. 2003년 유럽 폭염 사망자 3만5천여 명, 2010년 러시아 폭염 사망자 5만6천여 명이 발생했다. 미국에서도 폭염으로 인한 연간 사망자는 한파에 이어 두 번째 수준이다.
이처럼 기술 문명과 생활 수준의 향상에도 불구하고 폭염은 선진국에서도 통제하기 어려운 심각한 자연재해다.
-- 폭염을 어느 정도 정확하게 예측하나.
▲ 폭염의 기준은 국가별로 조금씩 다른데 우리나라는 일 최고기온 33도 이상을 말한다. 기상청은 33도 넘는 날이 이틀 이상 지속할 것으로 예상하면 폭염 주의보, 35도를 넘는 날이 이틀 이상 지속할 것으로 예상하면 폭염 경보를 각각 발령한다.
현재 일 최고기온 예보는 슈퍼컴퓨터를 이용한 수치예보를 사용한다. 기상청 예보의 정확도가 매년 개선되고 있으며, 폭염 예보도 3일 이내는 신뢰할 만하다.
그러나 3일 이상의 예보가 어렵다. 2016년 7∼8월 예보 사례를 보면 3∼10일 선행 발표한 중기예보는 폭염의 이른 종료를 예측했지만, 크게 빗나갔다.
예보기술이 발달한 일본에서도 1주일 이전에 발표하는 중기예보 정확도는 68% 정도다.
폭염연구센터는 3일에서 2주까지도 폭염을 미리 정확하게 예측하는 원천기술 개발을 목표로 하고 있다.
-- 정확한 예보를 위해 어떤 기술이 필요한가.
▲ 기후변화가 심해지면서 폭염이 다양한 원인에 의해 발생하고 있다. 지구 온난화에 따른 한반도 인근 해수면 기온 상승, 유라시아 대륙의 건조한 지면, 북극 해빙의 급속한 감소 등이 강력한 폭염을 가져오고 있다.
도시 발달에 따른 인공 피복(토양 등을 인공적으로 덮는 것)과 에너지 사용, 녹지 감소 등 국지적인 요인도 폭염 발생에 영향을 준다.
폭염 원인에 대한 과학적 규명과 이러한 기후변화 영향을 수치예보 모델에 체계적으로 반영하는 기술이 필요하다.
또 수치예보 모델이 예측하기 어려운 규모의 폭염을 예보하기 위해 초고해상도 수치모델이나 인공지능 예보기술 등을 개발할 필요가 있다.
-- 센터가 나아갈 연구 방향은.
▲ 기상청과 기상산업진흥원이 처음 시도하는 9년간의 장기 연구개발 프로젝트를 수행하면서 폭염 발생의 과학적 원인을 규명하고, 폭염 예보 원천기술을 체계적으로 개발할 것이다.
센터가 개발한 기술이 기상청의 예보에 적용되어 국민이 체감할 수 있도록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겠다.
기후변화와 함께 세계적으로도 폭염이 빈발해 심각한 문제가 되고 있지만, 정확한 예보기술은 아직 난제이다. 이를 해결하고, 예보 전문인력을 배출해 국제 과학기술을 선도하겠다.
you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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