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도 시달리는 메이저리그 '홈런 대폭발' 시대

입력 2017-06-23 13:31
류현진도 시달리는 메이저리그 '홈런 대폭발' 시대

20세기 말 '스테로이드 시대'보다 더 자주 나오는 홈런

(서울=연합뉴스) 이대호 기자 = 부상에서 복귀한 류현진(30·로스앤젤레스 다저스)의 올해 최대 고민은 폭발적으로 늘어난 피홈런이다.

류현진은 23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의 다저 스타디움에서 열린 미국프로야구 2017 메이저리그 뉴욕 메츠전에 선발 등판, 5이닝 5피안타 2실점으로 상대 타선과 맞섰다.

그가 내준 2점 모두 솔로홈런에서 나왔다. 1회 초 톱타자 커티스 그랜더슨에게 시속 148㎞ 속구를 던졌다가 우중간 담을 넘어가는 홈런을 맞았고, 4회 초에는 트래비스 다노에게 체인지업을 던졌다가 또 홈런을 내줬다.

류현진은 올해만 벌써 67이닝 14피홈런으로 메이저리그 데뷔 첫해 192이닝 15홈런에 근접했다.

류현진은 2014년 152이닝 8피홈런으로 9이닝당 0.5개의 홈런만 내줘 메이저리그 정상급 '홈런 억제' 투수였다. 그러나 올해는 경기당 1.9개로 2014년과 비교해 4배 가까이 늘었다.

사실 홈런으로 고민하는 건 류현진만이 아니다.

올해 메이저리그에서 나온 홈런은 2천739개(22일 기준)로 메이저리그 투수들은 9이닝당 1.28개의 홈런을 허용했다. 이는 메이저리그 역사상 최고 수치다.

금지약물 복용 선수가 넘쳐난 20세기 말 이른바 '스테로이드 시대'에도 홈런이 이만큼 나오지 않았다. 9이닝당 홈런 허용 역대 2위인 2000년은 1.18개, 4위인 1999년은 1.15개였다.

플라이볼이 홈런으로 이어지는 비율도 13.8%로 역대 최고다. 일단 공이 하늘로 뜨면 7개 중 1개꼴로 담을 넘어간다는 이야기다.

류현진 외에도 올해 부쩍 늘어난 홈런에 골머리를 앓는 투수가 적지 않다.

23개의 피홈런으로 리그 최다인 브론슨 아로요(신시내티 레즈)는 원래 홈런을 많이 내주던 투수였다.

지난해 199⅔이닝에서 22개를 맞은 다나카 마사히로(뉴욕 양키스) 역시 올해 76⅔이닝에 벌써 21개를 내줬다.



이미 17피홈런으로 자신의 한 시즌 피홈런 최다기록을 새로 쓴 클레이턴 커쇼(다저스)도 홈런이 고민인 건 마찬가지다.

올해 홈런이 폭발적으로 늘어난 이유를 놓고 메이저리그에서 갑론을박이 한창이다. 롤린스 사(社)에서 제작하는 메이저리그 공인구에 변화가 생겼다는 의견도 있고, 타자의 기술 향상에서 원인을 찾는 전문가도 있다.

다나카는 최근 뉴욕포스트와 인터뷰에서 "변명으로 들릴 수 있지만, 예년보다 분명 공이 더 날아간다"는 말로 문제를 제기했고, 래리 로스타일드 양키스 투수코치 역시 "수치를 보면 의심할 여지 없이 공인구가 (예년과) 차이가 난다"고 말했다.

최근 메이저리그 타자 사이에서 유행하는 어퍼스윙도 원인으로 지목된다.

군사용 레이더 장비를 활용해 투구와 타구에 대한 세밀한 데이터를 제공하는 '스탯캐스트' 덕분에 이제 메이저리그 타자들은 어떤 스윙을 해야 더 많은 홈런이 나오는지 알게 됐다.

장타력을 갖춘 타자들은 수비 시프트를 무력화하기 위해 공의 발사 각도를 높이는 데 주력했고, 이게 맞아 떨어져 홈런이 대폭 증가했다는 이야기다.

어떤 쪽이 답이든 늘어난 홈런에 고전하는 건 류현진만이 아니다. 중요한 건 류현진이 이날 2피홈런에도 5이닝 2실점으로 선발투수로 최소한의 역할을 해냈다는 점이다.

4b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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