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한미 정상회담 앞두고 문젯거리 만들지 말아야
(서울=연합뉴스) 청와대가 미국 방문 중 북한 핵ㆍ미사일 관련 발언으로 논란을 빚은 문정인 통일외교안보 대통령 특별보좌관에게 "한미 관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경고를 했다. 청와대는 "책임질만한 분이 (문 특보에게) 엄중하게 말씀드렸다"고 밝혔다. 북한이 핵·미사일 활동을 중단하면 미국 전략자산의 한반도 전개와 한미 연합훈련을 축소할 수 있다는 문 특보의 발언이 파문을 일으키자 청와대가 적극적으로 진화에 나선 것 같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문 특보의 발언에 대해 "여러 가지 아이디어 중 하나라고 보면 된다"면서 "적어도 대통령과 사전조율은 없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한미간의 긴밀한 협의를 통해 결정돼야 할 사안이지 어느 한 분이 말씀하신다고 실현될 가능성이 있는 것도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문 특보가 문재인 대통령의 외교·안보 '멘토'로 알려졌지만 이번 발언은 개인적인 의견일 뿐 새 정부의 정책 방향은 아니라고 분명하게 선을 그은 것이라 하겠다.
문 특보는 워싱턴D.C.에서 열린 한미 민간단체 세미나 기조연설과 특파원 간담회에서 대통령 특보가 아닌 '학자로서 개인 의견'을 전제로 이 발언을 했다고 한다. 하지만 발언 곳곳에서 문 대통령의 의중이 담긴 것임을 드러낸 데다 새 정부의 외교·안보정책 설계자로 알려져 미국 측이 개인 의견으로 받아들이기 어려웠던 것으로 보인다. 미국 국무부 관계자는 물론 미국 내 한반도 전문가들도 잇달아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싱크탱크 헤리티지재단의 브루스 클링너 선임연구원은 "문 교수의 워싱턴 방문은 미국의 우려를 누그러뜨리기보다 오히려 고조시키는 것으로 비칠 수 있다"고 말했다. 청와대가 전날 오후에 이어 이틀 연속 해명하고 나선 것도 미국 측의 이런 분위기를 고려한 것 같다. 이달 말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있어 작은 이견도 해소해야 할 판에 새로운 갈등이 노정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새 정부 들어 외교·안보 분야에서 미국이 불쾌감을 드러내면 우리가 해명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이 지난 9일 사드(THAADㆍ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논란과 관련해 "한미동맹 차원에서 약속한 내용을 근본적으로 바꾸려는 의도는 없다"고 해명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전날 환경영향평가로 한반도 사드배치가 늦어지는 것에 대해 안보관계장관회의를 열었다. 그 자리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격노했고, 다른 참석자도 불만을 드러냈다고 하는데 그런 분위기가 우리 측에도 전해진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는 상대방이 있는 사안이어서 철저한 사전조율이 필요하다. 의도했든 그렇지 않든, 일단 일이 벌어진 뒤에는 엎질러진 물처럼 다시 담기가 어렵다. 사드 부지 환경영향평가나 문 특보의 발언에 대해 우리 정부가 해명하고 이해를 구했지만 미국 측이 없었던 일로 여길지는 의문이다. 앞으로 열흘 남은 한미 정상회담은 양국에 새 정부가 들어선 이후 처음 갖는 것이다. 다른 어느 때보다 더 우호 분위기에서 북핵 등 중요한 현안들을 논의하는 게 바람직하다. 인사청문 과정에서 우여곡절을 겪었지만 강경화 외교부 장관도 취임해 업무를 시작했다. 문 대통령은 눈앞에 닥친 정상회담 준비에 꼭 필요하다며 야당의 반대를 무릅쓰고 강 장관을 임명했다. 강 장관은 주무 장관으로서 의제 조율 등 회담 준비에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두 정상의 첫 만남에서 불협화음이 드러나는 일은 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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