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억류 미국인 '석방사절', 비중있는 정치인→당국자로 변화
北, 과거 클린턴·카터 방북 정치적 선전…이번엔 보도 없어
(서울=연합뉴스) 김효정 기자 = 북한이 미국 6자회담 수석대표인 조셉 윤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의 방북과 함께 미국 대학생 오토 웜비어(22)를 석방하면서 과거 북한의 억류 미국인 석방 사례에 관심이 쏠린다.
북한은 이전에도 미국 고위 인사의 방북을 계기로 억류 미국인을 풀어주는 패턴을 보여왔다.
그러나 과거에는 전직 대통령 등 상징적 의미가 큰 고위 정치인들이 '석방 사절'로 활용됐다면, 최근에는 윤 특별대표와 같은 미국 정부 당국자들이 주로 방북해 억류자 문제를 매듭짓는 추세가 나타나고 있다.
미국의 비중 있는 정치인이 억류자 문제 '해결사'로 나선 대표적 사례는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2009년 8월 방북이다.
당시 클린턴 전 대통령은 북한에 억류 중이던 로라 링, 유나 리 등 미국인 여기자 2명을 데리고 귀국했으며 방북 기간 김정일 국방위원장과도 면담했다.
2010년 8월에는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의 방북으로 미국인 아이잘론 말리 곰즈가 석방됐다. 카터 전 대통령도 당시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과 박의춘 당시 외무상, 김계관 외무성 부상 등 북한의 핵심 당국자들을 만났다.
1996년에 빌 리처드슨 당시 미국 멕시코주 하원의원의 방북으로 미국인 에번 헌지커가 석방됐을 때도 북한 대미외교의 핵심 인사인 강석주 당시 외교부 제1부부장이 리처드슨을 면담한 바 있다.
비중 있는 미국 정치인의 방북이 북미 간 현안 논의의 기회로 연결된 것이다.
북한은 클린턴·카터 전 대통령의 방북 당시 현안 문제, 상호 관심사를 '허심탄회'하게 논의했다고 관영 매체를 통해 밝히며 고위급 특사의 방북을 정치적으로 활용하려는 모습도 보였다.
그러나 최근 미국 당국자들의 방북을 통한 억류자 석방은 더욱 실무적인 차원으로 진행되는 분위기다.
2011년 5월 로버트 킹 당시 국무부 북한인권특사의 방북으로 에디 전(한국명 전용수)이 석방됐을 당시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현안 논의에 대한 언급 없이 "인도주의적 견지에서 석방해 돌려보내기로 했다"는 정도로만 짤막하게 언급했다.
2014년 11월에는 제임스 클래퍼 미 국가정보국장의 방북을 계기로 케네스 배, 매튜 토드 밀러가 풀려났지만, 북미 간의 추가 대화나 관계개선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북한은 2013년 12월 메릴 뉴먼, 2014년 10월 제프리 에드워드 파울을 이례적으로 미국의 특사 파견 없이 풀어주기도 했다.
이번에 방북한 윤 특별대표도 고위급 특사라기보다는 미국 정부에서 북한 문제를 담당하는 인사로서 웜비어의 석방 과정을 처리하기 위한 '실무자' 성격에 가까운 것으로 보인다. 물론 윤 특별대표가 미국의 북핵 6자회담 수석대표로, 북핵 문제를 포함한 대북정책을 실무적으로 책임지는 인사라는 점에서 비중이 결코 낮은 것은 아니다.
한편 북한 매체들은 웜비어 석방 소식이 전해진 뒤에도 14일 오전 현재 관련된 아무런 소식은 전하지 않고 있다.
kimhyoj@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