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가나 나나텔 최승엽 사장 "이곳엔 할일 무궁무진"

입력 2017-06-14 09:24
[인터뷰]가나 나나텔 최승엽 사장 "이곳엔 할일 무궁무진"

현지서 가장 성공한 한인 경영인…'페이스위치'로 제2도약 꿈꿔

"한국 청년들 뛰어놀 큰 운동장 있다…지금 가나로 오세요"



(아크라<가나>=연합뉴스) 왕길환 기자 = 나나텔레콤은 서아프리카 가나에서 가장 성공한 한인 기업으로 꼽힌다. 가나 1위 통신사 MTN의 최대 파트너 회사로 탄탄한 소매·유통망을 갖췄다. 가나 전역에 28개 직영 대리점을 두고 이동통신 가입자 유치, 선불카드와 전화기 판매, MTN 고객 서비스 센터 운영 등의 사업을 펼친다.

연 680억 원대의 매출을 올리는 나나텔의 최승업(41) 사장은 14살 때 강원도 춘천에서 선교사인 아버지를 따라 가나에 정착한 1.5세 경영인이다. 현지 중학교과 국제고를 거쳐 가나국립대 경영대 입학과 동시에 사업을 시작했다. 한국의 디지털프린팅을 현지에 보급했고, 졸업할 무렵인 2004년 레바논 출신의 MTN 부사장을 만나면서 통신업계와 인연을 맺었다.

13일 아크라 시내의 한 호텔 커피숍에서 기자와 만난 최 사장은 최근 가나 금융시장 상황부터 소개했다.

"금융시장이 심상치 않아요. 뭔가 꿈틀거리면서 터지려고 합니다. 많은 은행이 가나에 진출하려는 움직임을 보여요. 새로 들어선 정부가 금융 관련 노하우를 많이 가진 것 같아요. 은행 시스템은 핀테크 쪽으로 전환하고 있죠. 이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 은행과 모바일 회사들이 발 빠르게 진출하고 있습니다."

그는 이런 분위기를 인지하고 2015년 자회사 '페이스위치'(PaySwitch)를 설립했다. 은행과 기업, 소비자에게 대안적 결제솔루션을 제공하는 핀테크 기업이다. 현지 결제시장은 유럽과 싱가포르 등 해외 업체에 종속돼 카드 발급 및 결제수수료가 지나치게 높고 상호 연동성이 떨어져 소비자들에게 외면받고 있다. 그는 모바일 머니(선불카드 형태) 시장 진출을 가속하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결제서비스 현지화 사업에 직접 뛰어들었다.

가나중앙은행의 결제사업을 허가받은 최 사장은 전 세계 170여 개 금융그룹에 도입된 스마트비스타를 운영하는 BPC 그룹과 제휴해 결제 스위칭 서비스 및 비자·마스터·자체 브랜드 카드의 발행과 관리 시스템, 사기 거래 방지·탐지 솔루션 등을 개발해 은행에 공급하기 시작했다. 올해는 상용화 서비스를 위한 데이터센터를 구축했고 각종 보안인증도 취득했다.

그는 회사를 한참 소개하다 갑자기 "KT와 SK텔레콤 등 한국의 대기업은 왜 가나를 보지 않을까요?"라며 의문을 던졌다. 그러면서 "가나에는 할 일이 무궁무진해요. 한국의 어떤 기업이든 지금 오면 이러한 금융시장에 뛰어들어 돈을 벌 수 있는데…"라며 아쉬움을 표시했다.

"한국 기업이 오면 자연스럽게 한국 직원도 들어오고, 일자리가 생기는 거잖아요. 또 제가 플랫폼을 구축해놨어요. 한국 청년들이 오면 마음놓고 뛰어놀 운동장이 있습니요. 지금, 한국 청년 개발자들이 들어온다면 성공할 가능성이 아주 큽니다."

인터뷰에 동석한 '페이스위치'와 협력관계인 누리텔레콤의 김세일 부사장은 "우리가 가나에 진출하자 서로 와달라고 난리예요. 그런데 아직 기업 규모가 작아서 엄두를 못 내고 있죠. 인력이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라며 "좁아터진 한국에서만 경쟁할 것이 아니라 가나를 비롯해 아프리카 시장으로 뛰쳐나와라"고 거들었다.

최 사장은 가나가 신용사회로 접어들었다고 진단한다. 지금 '페이스위치'라는 운동장이 생기면서 신용사회로 가고 있는데 이 사회가 하나의 사업을 형성시키고 신용을 만드는 과정에서 여러 가지 일이 창출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운동장이 생기니 많은 인력과 일터가 필요해요. 한국에서의 경험과 노하우, 지식을 가지고 도전하면 충분히 성공합니다. 한국 청년들이 오기만 하면 엄청난 경쟁력을 가질 것입니다. 오십시오. 가나로."

그는 가나의 휴드폰 보급률(120%)은 한국인이 취·창업해 성공할 수 있는 가능성을 대변한다고 강조한다. 현재 한 사람이 휴대폰 2대씩 소유한 경우도 있어 3천만 대를 넘겼다. 이는 한국과 맞먹는 수치다. 그런데 이 나라에는 포털도, 애플리케이션도, 온라인 쇼핑도 그 어느 것 하나 구축된 것이 없다. 게다가 이 나라는 영국의 식민지를 받아서 아프리카에서 유일하게 영어를 사용하는 곳이다.

최 사장은 "지금 한국에서 휴대폰을 통해 상용하는 것을 이곳에 접목하면 모든 것이 돈이 된다. 이런 시장에 왜 안 뛰어드느냐"며 한국 청년들의 현지 진출을 거듭 권유했다.

ghw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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