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인사태풍' 격랑 속으로…前정부 인사·'우병우 라인' 배제

입력 2017-06-08 14:11
수정 2017-06-08 20:32
검찰 '인사태풍' 격랑 속으로…前정부 인사·'우병우 라인' 배제

우병우 수사팀장, 4·13총선 책임자·PD수첩 기소 간부 등 포함

후속 인사 '쓰나미' 예고…檢 "군사작전 방불…이런 찍어내기 인사 처음"



(서울=연합뉴스) 차대운 방현덕 기자 = 검찰 조직이 초대형 '인사 태풍'에 휩싸였다.

'돈봉투 만찬' 사건 여파로 '빅2' 서울중앙지검장과 검찰국장이 동시에 면직 위기에 처한 가운데 다른 고위 간부들이 '문제 검사'로 낙인 찍혀 무더기로 좌천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하자 검찰 조직은 충격에 휩싸인 가운데 사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법조계는 8일 발표된 법무부의 검찰 고위 간부 인사를 대대적 검찰 인적 쇄신의 신호탄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실제로 인사가 발표된 직후 윤갑근(53·사법연수원 19기) 대구고검장과 김진모(51·19기) 서울남부지검장이 사표를 냈고, 전현준(52·20기) 대구지검장도 이날 중 사의를 밝힐 계획이다. 사의 표명 대상자가 더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법무부는 "과거 중요 사건에 대한 부적정 처리 등의 문제가 제기됐던 검사들을 일선 검사장, 대검 부서장 등 수사 지휘 보직에서 연구 보직 또는 비지휘 보직으로 전보하는 인사를 단행했다"며 이번 인사의 목적이 '인적 청산'에 있음을 숨기지 않았다.

실제로 인사 대상자 면면을 보면 이명박·박근혜 정부를 거치면서 과거 편파·부실 논란에 휩싸인 수사에 관여했거나 지휘한 이들이 여럿 포함됐다.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비위 의혹 수사팀장이던 윤갑근 고검장, '친박 봐주기' 등 형평성 논란이 제기된 4·13 총선 사건 처리를 지휘한 정점식(52·20기) 대검 공안부장, 광우병 의혹을 보도한 PD 수첩 제작진을 기소한 전현준 지검장 등이 좌천 대상이 됐다.

박근혜 정권에서 검찰 핵심 보직에 발탁된 이들은 연수원 동기이거나 대학 동기라는 개인적 인연을 토대로 업무로도 긴밀한 관계로 이어지면서 당시 검찰 인사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한 우병우 전 수석과 가까운 사이였다는 말이 있었다. 이런 맥락에서 이번 인사가 검찰 핵심부의 '우병우 라인' 배제 작업의 일환이라고 보는 이들도 있다. 김진모·전현준 지검장과 정점식 부장 등 좌천 대상자 3명은 우 전 수석과 서울 법대 84학번 동기다. 윤 고검장은 사법시험·연수원을 함께 다녔다.

아울러 이번 인사는 외견상 검찰 조직을 관장하는 법무부가 발표한 형식을 띠었지만 '배제자' 기준 선정 등에서 청와대와 긴밀한 조율 과정을 거친 것으로 관측된다.

문재인 대통령은 저서 '문재인, 김인회의 검찰을 생각한다'에서 검찰 중립성 확보를 위해 인적 쇄신이 선행돼야 한다는 의견을 피력한 바 있다. 따라서 과거 정치적 논란에 휩싸인 검사들에게 머지않아 '직격탄'이 떨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됐다.

한편으로는 검찰 고위 간부를 무더기 좌천하는 인사를 하면서도 조직 내부의 극소수만 이 사실을 알고 있었다는 점에서 '군사작전 하듯 인사를 했다'는 얘기도 나온다.

실제로 인사 대상이 된 당사자들은 물론이고 일선 검사장 등 고위 간부들도 대부분 이날 인사가 있다는 사실을 몰랐던 것으로 전해졌다.

또 당사자들의 경우 일선 고검장, 지검장에서 내려오는 이례적인 좌천 인사의 대상이 됐지만, 배경에 대한 설명도 듣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인사 대상이 된 한 고위 간부는 "발표 직전까지도 인사가 있다는 얘기를 듣지 못했고 20년 이상 몸담은 조직을 갑자기 떠나야 하는 이유에 대해서도 들은 바가 없다"며 "유감"이라고 말했다.

아직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이 공석인 상태라는 점에서 우선 수뇌부 인사를 한 뒤 1∼2달가량 뒤에 고위 간부 인사가 있을 것으로 점쳤던 검찰의 일반적인 예상과도 크게 다른 조처다.

검찰 간부들은 전례 없는 '찍어내기식' 인사에 크게 당혹해 했다.

재경 지검의 한 부장검사는 "정권이 바뀌고 몇 명만 딱 집어서 좌천 인사를 내는 것은 처음 보는 것 같다"며 "다들 술렁이고 있다"고 전했다.

한 검사장급 간부는 "전체 간부 인사가 아니라 '콕 찍어내기'식 인사를 하는 것이 굉장히 이례적인 것은 틀림없다"며 "개별 사건에 대한 책임을 묻는다고 하는데, 사건에 대한 평가는 시일이 지나면서 달라질 수도 있다는 점에서 말하기에 조심스러운 부분도 있다"고 전하기도 했다.

검찰 내부에서는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이 부재 상태에서 전격적으로 단행된 이번 소규모 '배제 인사'에 이어 단행될 후속 본 인사가 '쓰나미급'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고개를 든다.

다만 향후 검사장급 고위 간부와 차장·부장검사급 중간 간부 인사는 상당히 대규모로 진행될 예정이어서 현재 공석인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 인선 이후 본격적으로 준비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편 이번 인사의 성격상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으로 좌천된 이들이 사의를 밝히고 검찰 조직을 떠날 가능성도 제기된다.

따라서 향후 검찰총장 후보군과 고검장 승진 인사 대상에 포함되는 사법연수원 17∼20기, 검사장 승진 인사 대상인 22∼23기 등을 중심으로 후속 인사 폭이 기존 예상보다 훨씬 커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ch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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