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업계 "중소벤처부, 무늬만 벤처 없애고 실질적 지원 필요"

입력 2017-06-09 07:00
벤처업계 "중소벤처부, 무늬만 벤처 없애고 실질적 지원 필요"

"재무보다 미래가능성·기술력·글로벌화 역량으로 평가해야"

(서울=연합뉴스) 김은경 기자 = 새 정부가 중소기업청을 승격해 중소벤처기업부를 신설하는 것에 대해 벤처기업계는 환영의 뜻을 밝히면서 "형태만 변하는 것이 아니라 내용이 바뀌어 실질적인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9일 벤처기업계는 "중소벤처기업부 승격으로 벤처기업 관련 예산 확보와 제도 개선 등이 좀 더 신속하고 원활히 이뤄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허영구 벤처기업협회 정책실장은 "중기청은 차관급 외청이어서 그동안 부처 간 협의를 할 때 한계가 있었다"며 "이제는 정책을 마련하고 실행하는 것도 좀 더 수월할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허 실장은 "산업통상자원부와 미래창조과학부, 금융위원회의 벤처 및 창업 관련 사업 및 조직이 중소벤처기업부로 넘어오면 시너지를 높일 수 있는 방향으로 부 조직체계 등을 근본적으로 재설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벤처기업계는 구체적으로 정부가 벤처기업 제품을 구매하는 등 판로 확보를 돕고 벤처기업확인제도 등 관련 제도를 하루빨리 시대에 맞게 개선해야 한다는 입장 또한 밝혔다.

정부는 1997년 제정된 벤처기업특별법의 일몰 시한이 2017년에서 2027년으로 10년 연장됨에 따라 벤처기업특별법에서 비롯된 여러 제도를 개선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허 실장은 "세계 경제의 패러다임이 혁신형 기업, 즉 4차 혁명 기업 쪽으로 넘어왔다"며 "관 주도로 벤처업계가 20년간 발전해왔는데 이제 세계 경제 흐름에 맞춰 민간에서 바통을 받아 발전을 이끌어야 한다"고 전했다.

그는 "벤처기업확인제도의 허점 때문에 기술력이 벤처기업 수준이 아니어도 벤처기업으로 인증받는 '무늬만 벤처'와 벤처기업으로 인증받아야 마땅함에도 못 받는 억울한 기업은 이제 사라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벤처기업확인제도는 주로 정부나 공공기관의 기술평가 후 보증이나 대출을 받은 기업을 인증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허 실장은 또 "4차 산업혁명이라는 용어가 나오기도 전에 벤처기업들은 이미 관련 업종들을 영위하고 있었다"며 "이제 4차 산업혁명의 시대가 도래했으니 정부가 벤처기업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공감해줬으면 한다"고 바랐다.





벤처기업인들은 새 부처에 대한 기대가 크지만 구체적인 정책들이 실현되지 않으면 용두사미가 될 수도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클라우드컴퓨팅 분야 벤처기업의 A대표는 "정부의 창조경제 기조 덕분에 지난 10년 간 스타트업들은 많이 생겼으나 3년, 5년, 7년이 지나며 살아남는 기업들은 손에 꼽는다"며 "10년 전에는 눈에 띄는 IT기업들이 있었으나 최근 신산업으로 꼽히는 사물인터넷(IOT), 핀테크, 클라우드컴퓨팅 분야에서는 예전처럼 사업 기반이 튼튼한 기업이 많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새 정부가 벤처기업을 살리려면 나라에서 벤처기업들이 생산한 제품을 구매하도록 제도적 장치를 강화해야 한다"며 "정부 구매를 통해 벤처기업들이 레퍼런스(이력)를 쌓으면 더 성장하는 발판으로 삼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빅데이터 분야 벤처기업의 B대표는 "여러 부처들에 흩어져있는 벤처 관련 정책과 사업들이 중소벤처기업부로 통합되면 부처별로 다른 기준 때문에 생긴 기업들의 어려움이 해소될 수 있다"며 "특히 금융위는 벤처기업을 주로 매출이나 재무안정성 등으로 평가하는데 새 부처에서는 미래가능성과 기술력, 글로벌화 역량 등에 초점을 맞춰 벤처기업을 평가하는 초석을 마련했으면 한다"고 기대했다.

그는 "무엇보다도 벤처기업과 신산업 분야에 대해 잘 아는 인재들이 부처에 영입돼야 진정으로 벤처기업을 위한 정책이 마련될 수 있다"며 "벤처기업확인제도 등도 민간 전문가가 평가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등 부처가 전문성을 갖추는 방향으로 꾸려졌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중기청은 업계 의견을 경청하며 시대의 흐름에 발맞춰 중소벤처기업부를 운용하겠다는 입장이다.

중기청 관계자는 "중소벤처기업부가 생기면 벤처기업 육성을 통한 4차산업혁명 활성화가 탄력받을 것"이라며 "벤처기업특별법은 벤처기업을 지원하기 위한 법적인 틀이나 확인제도 등 전반적인 제도 개선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kamj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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