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총선 D-1, 메이의 운명 세갈래…브렉시트 진로는?

입력 2017-06-07 05:00
수정 2017-06-07 15:59
英총선 D-1, 메이의 운명 세갈래…브렉시트 진로는?

노인복지 축소 실책과 잇단 테러 악재에 휘청

與 과반확대-현상유지-과반상실…스펙트럼 지지율 격차

과반확대시 강력한 리더십…과반상실시 총리직도 위기

(런던=연합뉴스) 황정우 특파원 = '안정적이고 강력한 리더십', '흔들리고 약한 리더십', '최악의 경우 총리직마저 불안'.

오는 8일 유권자들이 조기총선을 요청한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에게 전달할 예상 결과들이다.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협상을 앞두고 강력한 협상권을 손에 쥐려던 메이 총리의 기대가 물거품이 될 가능성도 제기된 형국이다.

이는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진로 변경을 뜻한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손잡고 나설 EU 강화 행보에도 파급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 메이, 실책과 잇단 테러 악재

지난 4월18일 메이가 조기총선을 요청할 때만 해도 보수당은 노동당에 20%포인트 안팎으로 앞섰다. 30년 만에 최대 승리가 예상됐다.

하지만 지난달 중순 판도가 변하기 시작했다.

노인요양 지원 수급기준을 강화한 공약이 지지층인 노년층에게서 역풍을 불러일으키면서 보수당 지지율 하락을 촉발했다. 서둘러 공약을 철회했지만 강력한 리더십이미지에 상처를 내는 '실책'이라는 평가로 이어졌다.

반대로 비슷한 시기 노동당은 대학등록금 폐지와 국민보건서비스(NHS·건강보험)·치안예산 확대, 고소득자 증세 등을 발표하면서 지지율 상승세에 시동을 걸었다.

격차 축소 추세는 맨체스터 공연장 테러(5월22일)와 런던 브리지 테러(6월3일) 와중에도 계속됐다.

특히 메이가 내무장관(2010~2016년) 재임 시절 경찰인력이 2만명 줄어든 데다 테러범들이 대테러 당국에 인지된 인물이라는 사실이 속속 드러나면서 정부와 메이의 대테러 대응 능력에 대한 의문이 커지고 있다.



결국, 지난 2~6일 공개된 여론조사들은 격차가 1%포인트에서 12%포인트까지 좁혀졌다.

기관별(최근 조사순)로는 오피니움(7%P), 유고브(4%P), ICM(11%P), 서베이션(1%P), 콤레스(12%P), ORB(9%P), 입소스모리(5%P) 등이다.

이들은 모두 보수당이 제1당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하지만 세부전망은 보수당의 과반확대부터 현상유지, 과반상실까지 스펙트럼을 보인다.

유고브는 보수당 304석, 노동당 266석으로 보수당의 과반 상실을 예측했고, 서베이션 다미안 로웨 대표는 "보수당 과반유지가 불확실한 상태"라고 해석했다.

반면 ICM은 보수당이 절반보다 60석 많은 의석을 가져갈 것으로 예측했다. 보수당은 현재 절반(325석)보다 5석 많은 330석이다.

데일리 메일은 여론조사들을 취합해 6일 현재 보수당 44%, 노동당 37%로 집계하고, 의석수 추정치를 보수당 347석, 노동당 223석으로 제시했다.

영국 하원은 정당명부 비례대표 없이 전체 650개 개별 선거구에서 최다득표자를 당선자로 뽑는 소선구제 방식이어서 전국적인 지지율 조사로는 의석수를 예측하는 데 한계가 있다.

실제 노동당은 2010년 총선에서 득표율 29%에 258석을 얻었지만 2015년 총선에선 31%를 득표하고도 이보다 줄어든 232석을 차지했다.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노동당 지지자들이 많은 젊은층 투표율이 선거 결과를 가를 것이라는 데 의견이 일치한다.

ICM 마틴 분 대표는 2005년과 2010년 총선에서 18~24세 투표율은 각각 38.2%, 51.8%였는데 자사 조사에 응한 18~24세 응답자들은 82%가 투표참여 의사를 밝혀 커다란 괴리를 드러낸다고 전했다.

보수당 과반확대 예상에는 이른바 '샤이 보수'(숨은 보수표) 현상도 깔렸다. 2015년 총선에서 여론조사들은 보수당과 노동당 지지율을 동률인 33%로 내놓고 박빙을 예상했지만 결과는 보수당 37.8%, 노동당 31.2%로 보수당 압승으로 결론났다.

◇ 보수당 과반확대 시나리오

일부 예상대로 보수당이 지금보다 의석을 크게 늘리면 메이 총리는 자신에 대한 확고한 신임을 바탕으로 강력한 리더십으로 브렉시트 협상에 임할 수 있게 된다.

이번 조기총선은 메이가 '하드 브렉시트'를 천명하고 자신에 대한 국민의 신임을 직접 묻는 성격이다.

야권의 하드 브렉시트 발목잡기에 정면 돌파를 시도한 것이다.

의석을 늘린 메이로선 야권의 반발을 억누르고 공격 태세를 갖춘 '메르크롱'(메르켈과 마크롱)과 브렉시트 협상에 나설 힘을 얻게 된다.

하지만 지금보다 의석이 비슷한 수준에 그친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조기총선 무용론이 제기되면서 메이의 리더십은 상처를 입게 된다.

특히 이번 총선은 그가 자청한 데다 유세도 사실상 그의 독무대였던 만큼 20%포인트에 달하는 리드를 날려버렸다는 비판이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 '헝 의회' 시나리오

보수당이 과반을 잃는다면 특정 정당이 책임정치를 구현하기 힘든 이른바 '헝 의회(Hung Parliament)' 시나리오가 현실화된다.

하드 브렉시트 진로에 중대한 차질을 빚게 된다.

노동당은 "브렉시트 결정은 존중한다"면서도 "EU 단일시장과 관세동맹의 혜택을 유지하는 데 강력한 중점을 두는 것을 우선순위로 삼는다"고 공약했다.

제러미 코빈 노동당 대표는 "EU 단일시장 무관세 접근을 계속 요구할 것이다. 이를 확보하는 것이 우리 우선순위"라고 강조했다.

제3당이 예상되는 스코틀랜드국민당(SNP)도 스코틀랜드의 EU 단일시장 혜택 잔류를 주장하고 있고, 소수정당인 자유민주당 역시 단일시장 잔류를 주창하고 있다.

메이 입장에선 '소프트 브렉시트'로 뭉친 야권을 극복하기가 쉽지 않은 형편에 몰리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또 메이는 "나쁜 합의(bad deal)보다 아예 합의하지 않는 게(no deal) 낫다"며 만족스럽지 않으면 협상장을 박차고 나가겠다는 의지를 거듭 확인했지만 코빈은 "노 딜은 사실상 배드 딜이다. 최악이다"고 비판적 태도를 취하고 있다.

이는 메이의 협상 입지 악화를 뜻한다.

하지만 무엇보다 과반 상실에 대한 책임론에 직면하게 될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노동당이 보수당에 근소한 의석수를 확보하면 총리직마저 불안해지는 최악의 상황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노동당과 SNP는 연립정부 가능성은 배제했지만 사안별 정책연합을 검토할 수 있다고 밝힌 상태다.

jungw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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