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연구원이 11년간 불륜끝에 허위 자살 사기극
상대가 결혼 원하자 '이모를 죽였다, 암에 걸렸다' 거짓말하다가 죽은 척
(서울=연합뉴스) 김지헌 기자 = 가정이 있는 대기업 연구원이 11년간 다른 여성을 사귀다가 돈까지 뜯고는 자살 사기극을 벌인 끝에 옥살이하게 됐다.
서울서부지법 형사 3단독 신영희 판사는 사기 혐의로 기소된 대기업 연구원 추모(40)씨에게 징역 1년6월을 선고했다고 5일 밝혔다.
추씨는 유부남이던 2006년 피해 여성 A(36)씨를 만나 올해까지 11년간 교제하며 취업 준비에 필요하다는 명목으로 8천만원을 받아내고는 올해 초 자살한 것으로 속이고 잠적한 혐의로 기소됐다.
A씨는 25세에 추씨를 처음 만났다. 추씨는 고시원에 사는 서울대 대학원생이라며 교수 임용 등 취업을 준비한다고 자신을 소개했고 2015년엔 대기업에 입사원서를 내고 모 대학에 교수 임용신청도 했다고 한다.
하지만 그는 사실 마포구의 주상복합 아파트에 살면서 2011년 한 대기업에 입사했고 2013년 국내 굴지의 다른 대기업 연구원으로 취직한 엘리트 직장인이었다.
유부남이라는 사실을 숨겨왔던 추씨는 A씨가 결혼을 원하자 2015년 4월 18일 서울대 내의 예식장을 예약까지 해놓고는 "내가 집안 재산 분쟁으로 이모를 떠밀어 죽게 했다"며 황당한 연극을 펼쳐 결혼식을 취소시켰다.
다시 예식장을 예약하고 결혼 준비를 하던 올해 1월 14일엔 "대장암 4기 판정을 받았다"고 거짓말을 했다.
그러나 A씨가 병간호를 해도 좋으니 결혼하자고 하자 이번엔 잠적을 하고서 1월 23일 자살해 사망한 것처럼 꾸민 뒤 심부름센터를 통해 A씨가 유골과 유서를 찾아가게 하는 황당한 사기극을 벌였다.
추씨의 사기극은 이같은 결혼식 취소에만 그치지 않았다.
그는 지난해 3월 "대학교수로 임용되려면 대학에 돈을 내야 하니 돈을 빌려 달라"고 거짓말해 같은 해 7월까지 A씨로부터 총 8천만원을 받아냈다.
하지만 당시 추씨는 대기업 연구원이었고 대학교수 임용을 준비한 적이 없었다. 그저 카드 대금과 생활비로 쓸 돈이 필요한 것뿐이었다.
신 판사는 추씨가 초범이고 범행을 인정했으며 피해자에게 1억2천만원을 공탁한 점을 추씨에게 유리한 부분으로 봤다.
그러나 신 판사는 "인적 신뢰관계를 이용해 거짓 명목으로 돈을 챙긴 죄질이 매우 불량하고 범행 이후 거짓 결혼식, 가짜 암을 핑계로 한 잠적, 심부름센터를 통한 허위 자살 소식 전달 등 범행 은폐 수법 역시 매우 나쁘다"고 판시했다.
이어 "피해자의 정신적 고통이 극심하고 피해자는 피고인이 진심 어린 사과조차 하지 않고 있어 더욱 고통스럽고 절망스럽다며 추씨의 처벌을 강하게 탄원하고 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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