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빈 의원의 사드 '돌직구', 미국 조야 불만 반영됐나

입력 2017-06-01 18:46
수정 2017-06-01 18:49
더빈 의원의 사드 '돌직구', 미국 조야 불만 반영됐나

"원치않으면 예산 전용 가능" 발언에 한미 '사드인식' 괴리 우려

(서울=연합뉴스) 조준형 기자 = 미국 상원에서 국방예산 지출 관련 소위원회에 몸담고 있는 딕 더빈(민주.일리노이) 의원이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문제와 관련해 한국 정부에 '돌직구'를 던졌다.

더빈 의원은 지난달 31일 문재인 대통령을 예방한 자리에서 '한국이 사드 배치를 원치 않으면 관련 예산을 다른 곳에 쓸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전했다.

한반도와 동북아 정세에 관심이 많은 것으로 알려진 더빈 의원은 미국 의회 휴회 기간을 맞아 방한하면서 외교 당국에 문 대통령 예방을 신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상원 민주당 원내총무이기도 한 더빈 의원은 4선의 중량급 인사인 데다 무엇보다 국방 분야 '곳간'의 열쇠를 쥔 인물이라는 점에서 이 발언은 단순한 민주당 의원의 '사견'으로 치부하기 어려운 분위기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최근 한국 내에서 사드 반입 보고 누락 문제로 파문이 일고 있는 가운데 미국 조야에서 사드의 장래에 대해 갖고 있는 우려나 불만이 반영된 것 아니냐는 시각도 이 때문에 나온다.

'사드 예산을 다른 곳에 쓸 수 있다'는 더빈 의원의 발언은 액면 그대로 풀이하면 사드를 철수시킬 수 있다는 뜻이 된다. 이미 미국 국방 예산에서 한 항목으로 책정돼 있는 사드 예산을 다른 곳에 쓰자면 결국 사드를 빼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미동맹에 큰 생채기를 낼 사드 철수가 실제로 이뤄질 것이라는 예상은 최소한 정부 안에서 거의 듣기 어렵다. 그럼에도 전문가들은 더빈 의원의 발언이 사드를 둘러싼 한미간 인식의 괴리를 보여줬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사드를 둘러싼 인식의 골이 한미정상회담에 미칠 영향을 주목하는 시각도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사드 비용을 한국이 부담하라고까지 했다는 점을 감안할 때 한미간에 사드를 둘러싼 '감정의 골'이 생긴다면 다른 협력 사안에까지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더빈 의원의 발언이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는지는 알 수 없지만 정부는 미국이 사드 반입 과정에 대한 조사를 '사드 뒤집기' 수순으로 오해하는 것을 막기 위해 진화에 나섰다.

문 대통령은 더빈 의원을 만난 자리에서 사드 발사대 비공개 추가 반입에 대한 진상조사 지시와 관련, "전적으로 국내적 조치이며 기존의 결정을 바꾸려거나 미국에 다른 메시지를 전하려는 게 아니다"고 설명했고, 외교 당국도 미국에 같은 취지로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원곤 한동대 교수는 "문 대통령은 사드 관련 조사가 국내 절차상의 문제에 대한 것임을 밝혔고, 사드 철회의 의미는 아님을 분명히 했다"며 사드 철수의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진단한 뒤 "정부가 사드 문제에 대해 최대한 빨리 결정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jh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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