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 사드배치 '보고누락' 파문 확산…軍개혁 신호탄(종합)

입력 2017-05-30 22:13
수정 2017-05-30 22:26
국방부 사드배치 '보고누락' 파문 확산…軍개혁 신호탄(종합)

文대통령, 발사대 4기 반입 보고누락 진상조사 지시

軍 "26일엔 보고했다" vs 靑 "26일에도 보고 없어"

군기잡힌 軍, 수뇌부 인사도 영향 '메가톤급 폭탄'

(서울=연합뉴스) 김귀근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30일 주한미군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배치와 관련, 사드 발사대 4기가 한국에 반입된 사실을 국정기획자문위원회에 보고하지 않은 것에 대한 진상조사를 지시해 파문이 예상된다.

문 대통령은 성주에 배치된 발사대 2기 외에 추가로 4기의 발사대가 비공개로 국내에 추가 반입된 사실을 보고받고 반입 경위 등을 철저하게 진상 조사하라고 청와대 정의용 국가안보실장과 조국 민정수석에게 지시했다.

한민구 국방부 장관에게 전화를 걸어 발사대 4기가 반입되어 있다는 사실을 직접 확인한 문 대통령은 "매우 충격적"이라면서 발사대 4기 반입 경위와 누가 반입을 결정했는지, 새 정부에 보고를 누락한 경위를 진상 조사할 것을 지시해 상당한 파문이 예상된다.

국정기획위 측은 지난 25일 국방부 업무보고 때 3월 6일 발사대 2기 반입과 4월 26일 발사대 2기 등 핵심장비 배치 등만 보고했고, 발사대 4기 추가 반입 사실에 대해서는 보고를 하지 않았다고 밝히고 있다.

국방부가 발사대 4기 반입을 당시 보고하지 않은 것은 맞는 것 같다. 공식 업무보고 문서에도 기록이 남아있지 않고, 국방부도 국정기획위 업무보고에서 관련 보고가 없었다는 것을 인정하고 있다.

문 대통령의 지시 배경도 국방부가 새 정부 인수위 격인 국정기획위에 왜 중요 안보현안인 발사대 4기 추가 반입 사실을 보고하지 않았느냐를 문제 삼은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국정기획위에 대한 보고누락으로 귀결되는 듯한 이번 사건이 엉뚱하게 국방부와 청와대 국가안보실 간의 진실공방으로 번지고 있다. 진실공방에 따른 진위 여부가 정확히 가려지면 후폭풍은 엄청날 것으로 예상된다.

국방부는 업무보고 다음날인 26일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에게 국방 주요 현안을 보고하면서 발사대 4기 추가 반입 사실도 설명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국방부 관계자는 일부 기자들에게 "국방부 국방정책실장이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새로 임명되면서 지난 26일 국방 주요 현안을 보고했다"면서 "그 때 발사대 4기가 추가 반입되어 있다는 사실을 보고했다"고 전했다.

반면,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지난 26일 국방부 정책실장이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1·2차장에게 보고를 했으나 사드 4기의 추가반입 보고 내용은 없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제가 안보실장과 1·2차장을 각각 따로 만나 확인했지만, 전혀 들은 바 없다는 일치된 답이었다"며 "국방부 정책실장이 안보실 보고 당시 보고서가 있었지만 그 보고서에도 그런 내용이 전혀 없었다"고 설명했다.

안보를 다루는 핵심 당국 간에 주요 현안을 놓고 보고했느니, 안했느니 공방을 벌이는 양상으로 확대되는 분위기다.

국방부는 문재인 대통령 지시 이후 거의 '공황 상태'에 빠져 있는 모습이다.

미국의 전략무기인 사드 배치 프로세스가 거의 비공개로 진행됐고, 국방부 내에서도 극소수만이 진행 상황을 알 정도로 은밀하게 진행되어 왔기 때문에 충격은 클 수밖에 없다.

군 안팎에서는 이번에 사드로 군기 잡힌 군이 앞으로 고강도 국방개혁이란 거대한 파도에 직면하게 됐다고 지적하고 있다.

특히 참여정부 때 구상한 '국방개혁 2020'에 저항했던 육군 중심의 군 문화가 아직도 깊게 뿌리내리고 있는 국방부에 전방위 수술이 불가피하게 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방부는 지난 25일 국정기획위에 사드배치 과정을 어떻게 보고했는지에 대해 아직 구체적인 설명을 하지 않고 있다. 당시 업무보고 내용을 철저히 비공개할 것을 요구한 국정기획위 측의 지침이 있었던 터라 보고 내용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다만, 국정기획위 측은 지난 25일 국방부 업무보고 때 사드 장비 배치와 관련한 보고가 누락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와 관련, 이수훈 국정기획위 외교·안보 분과위원장은 30일 서울 통의동 국정기획위에서 연합뉴스 기자와 만나 '구체적으로 어떤 장비가 반입돼 있는지 국방부가 보고했느냐'는 질문에 "보고 내용에 그런 것이 없었다"고 밝혔다.

이 발언이 사실이라면 국방부가 사드배치 문제에 대해 고의적으로 보고를 누락했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 그간 국방부의 국정기획위 업무보고에서는 사드배치가 가장 핵심적 현안이 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당시 국정기획위 측에서 국방부 보고누락을 왜 지적하지 않았는지도 의문점으로 남는다.

일각에서는 박근혜 정부 당시 사드배치 업무를 청와대 국가안보실에서 진두지휘했기 때문에 김관진 전 국가안보실장에게 어떤 식으로든 책임이 돌아갈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김관진 전 실장의 지시를 신속히 이행한 한민구 국방부 장관, 국방부 국방정책실, 대미 관련 부서 등이 주요 타깃이 될 것이란 반응도 나온다.

이번 보고누락 파문은 새로운 국방장관 임명 후 곧바로 단행될 대장급 인사 등 군 수뇌부 인사구도를 송두리째 바꿔놓을 메가톤급 폭탄으로 작용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three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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