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분증 도난 당해 2번이나 전과자 될뻔한 사연은

입력 2017-05-30 17:07
신분증 도난 당해 2번이나 전과자 될뻔한 사연은

수사·사법 기관 부주의 탓…법원, 700만원 배상 판결

(부산=연합뉴스) 오수희 기자 = 신분증을 도난당한 사람이 수사·사법 기관의 부주의 때문에 2번이나 전과자로 기록됐다가 삭제되는 기막힌 일을 겪었다.

A씨는 2015년 5월 오후 도박을 하다가 출동한 경찰관으로부터 신분증을 제시하라는 요구를 받자 33년 전 신분증을 훔쳐 알게 된 B씨의 주민등록번호를 댔다.

경찰관은 A씨 신분증을 확인하지 않고 즉결심판을 청구했고 부산지법은 같은 해 6월 3일 B씨가 출석하지 않은 채 도박죄로 벌금 5만원을 선고했다.

B씨는 자신의 집에 도착한 즉결심판서를 보고서야 A씨가 범죄를 저지르고 자신의 명의를 도용해 법원에서 벌금형을 받은 사실을 알게 됐다.

B씨는 "경찰관의 과실로 즉결심판을 받게 돼 정신적 고통을 받았다"며 대한민국을 상대로 1억원을 지급하라는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다.



1심 재판부는 "국가는 B씨에게 70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지만 정부는 1심 판결에 불복, 항소했다.

2심을 맡은 부산지법 민사합의4부는 "피고의 항소를 기각했다"고 30일 밝혔다.

재판부는 "경찰관은 A씨의 신분증도 확인하지 않았고 A씨가 불러주는 주민번호만으로 A씨 신원을 B씨로 특정했는데 이는 신원확인 의무를 제대로 이행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며 "경찰의 과실로 즉결심판을 받게 돼 B씨가 정신적 고통을 받은 사실이 명백해 피고는 원고에게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다.

판결문을 보면 A씨는 1987년에 향정신성 의약품 위반죄를 저지르고 B씨 행세를 하다가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유죄 판결 후 13년이 지나서야 명의가 도용된 사실이 확인돼 수사기관이 2000년 2월 B씨의 전과기록을 삭제하기도 했다.

B씨는 A씨를 상대로 소송을 내 2000년 7월 법원의 결정에 따라 A씨로부터 3천만원을 받았다.

osh998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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