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중저강도 연쇄 도발에 국제사회 '속수무책'

입력 2017-05-29 10:29
수정 2017-05-29 10:34
북한 중저강도 연쇄 도발에 국제사회 '속수무책'

레드라인 넘지 않되 빈번한 실험으로 미사일 역량 강화

안보리 대응 지지부진…대북대화 모색 '결단'의 시간 다가와

(서울=연합뉴스) 조준형 기자 = '레드라인'을 넘지 않은 채 반복되는 북한의 탄도 미사일 도발에 국제사회가 '속수무책'이다.

북한은 29일 새벽 강원도 원산 일대에서 스커드 계열로 추정되는 단거리 탄도 미사일(비행거리 약 450km)을 발사했다. 북한의 탄도 미사일 시험발사로는 올해 9번째이자 문재인 정부 출범 후 3번째였다.

사실상 미국이 '레드라인'으로 설정한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는 하지 않고 있지만 중·저강도 도발로 볼 수 있는 중장거리, 중거리, 단거리 탄도 미사일 발사를 잇달아 감행하는 양상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포함한 주요 7개국(G7, 미국·영국·일본·독일·프랑스·캐나다·이탈리아) 정상이 27일(현지시간) 공동성명을 통해 북한에 추가 제재를 경고했지만, 북한은 그것을 비웃기라도 하듯 미사일 발사로 응수했다.

북한이 유유히 단거리∼중장거리 탄도 미사일 발사를 하는 동안 국제사회는 이렇다할 대응을 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 21일의 북극성-2형 시험 발사 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가 대북 제재를 강화하는 추가 결의 채택 문제를 논의했지만 미국·영국·프랑스 대 중국·러시아 사이의 팽팽한 견해 차이 속에 결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도발 중단을 대화 재개의 최소 조건으로 상정한 한미 등을 향해 북한이 도발 중단 의향이 없음을 분명히 함에 따라 국제사회는 딜레마에 봉착했다. 북한이 도발 중단 요구를 받아들이도록 대북 제재를 강화하든가 아니면 도발 중단 여부와 관계없이 일단 상황 악화를 막기 위해 북한과의 대화를 모색하든지 결단을 내려야 할 순간이 다가오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일각에서는 미국이 북핵 해결을 위한 동력을 상실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이후 북한 핵문제를 최우선 안보 현안으로 삼고 지난달 미중정상회담을 계기로 중국의 대북 영향력 행사를 강하게 압박하면서 북핵 프로세스에 새 바람을 불어넣고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지금 트럼프 대통령은 사위까지 연루된 '러시아 내통 스캔들'로 몸살을 앓고 있다. 대외 개입에 공을 들일 여력이 없다면 지난한 협상의 고통이 수반될 완전한 비핵화 대신 핵동결 정도에 만족할 수 있다는 우려도 일각에서 나온다.

이미 한국과 일본을 타격할 수 있는 미사일 기술을 보유한 북한이지만 미국 본토를 핵무기로 칠 수 있는 ICBM 개발까지는 수년의 시간이 더 필요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핵무기 및 미사일 발사를 동결시키기만 해도 미국의 안보에는 의미있는 성취로 평가받을 수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미국의 비핵화 동력을 유지하는 데 우리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당장 내달 한미정상회담에서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목표를 양국 대통령이 확인하고, 이미 북한 핵미사일 위협권에 들어가 있는 한·일이 목소리를 일치시켜 미국이 핵동결에 만족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jh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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