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슈너-러 비밀채널' 후폭풍…美민주 "트럼프가 허락" 주장
野, 쿠슈너 즉각 해임 요구…전문가들도 "백악관에 있기 힘들 것"
(워싱턴=연합뉴스) 강영두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사위이자 정권 실세인 재러드 쿠슈너 백악관 선임 고문을 둘러싼 '러시아 스캔들' 의혹이 걷잡을 수 없이 번지고 있다.
쿠슈너 고문이 인수위 시절 러시아 측과 비밀 대화 채널을 구축하려 한 의혹까지 불거지자, 야당은 물론 안보 전문가들도 러시아 스캔들의 '몸통'으로 급부상한 그의 즉각적인 해임을 촉구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이 이 같은 사실을 알고 있었거나, 심지어 지시했을 가능성까지 있다며 직격탄을 날렸다.
쿠슈너 고문은 트럼프 대선 캠프와 인수위에서 핵심역할을 했다. 그러나 불과 사흘 전인 24일까지만 해도 러시아 스캔들에서 한걸음 비켜선 듯했다.
러시아 스캔들은 러시아의 미 대선 개입 사건, 트럼프 측근들의 러시아 내통 의혹 등 지난해 대선 캠프 및 인수위 시절 빚어진 의혹이 핵심이다.
그동안의 초점은 인수위 시절 세르게이 키슬랴크 주미 러시아 대사와 통화에서 미국의 러시아 제재 문제를 논의해 낙마한 마이클 플린 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 대선 캠프와 러시아 간 연결고리로 의심을 받아온 폴 매너포트 전 선대본부장에게 모였다.
그러나 워싱턴포스트(WP)와 NBC방송이 지난 25일 연방수사국(FBI)이 쿠슈너 고문을 조사하고 있다고 보도하면서 상황은 180도로 달라졌다.
쿠슈너 고문이 수사망에 포착되자 그를 둘러싼 러시아 내통 의혹은 봇물 터지듯 한꺼번에 쏟아졌다.
영국 로이터 통신은 26일 그가 지난해 4월부터 대선이 치러진 11월까지 키슬랴크 주미대사와 최소 2차례 통화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또 같은 날 WP는 그가 작년 12월 인수위 사무실이 위치한 뉴욕 트럼프타워에서 키슬랴크 대사와 만나 인수위와 러시아 간 비밀채널 구축을 논의했다고 보도했다.
쿠슈너 고문은 특히 비밀 대화를 위해 미국에 있는 러시아 대사관과 영사관 설비를 이용하는 방안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WP는 "인수위가 외국 정부에 '민감한 방식'으로 대화하자는 것도 이상하고, 특히 외국 정부의 설비를 이용하자고 하는 것은 더 이상하다"며 비밀채널 구축 의도에 강한 의구심을 드러냈다.
또 쿠슈너 고문이 비밀취급 인가 신청서를 작성하면서 일련의 키슬랴크 대사와 접촉한 사실을 써넣지 않은 것도 전형적인 트럼프 측 인사들의 '수법'이라고 지적했다.
WP는 "러시아 측 인사와 만난 뒤 신고할 때는 '깜빡했다'고 한 것은 비단 쿠슈너 뿐이 아니다"며 제프 세션스 법무부 장관과 플린 전 NSC 보좌관의 누락 사례를 함께 꼬집었다.
야당인 민주당은 쿠슈너 고문이 러시아 스캔들의 '몸통'으로 급부상하자 해임을 촉구하고, 공격의 화살을 트럼프 대통령에게 정조준했다.
민주당 전국위원회(DNC)는 27일 성명을 내고 "트럼프는 즉각 쿠슈너를 해임해야 한다. 키슬랴크 대사와 만난 사실을 신고하지 않은 것만으로도 형사범죄 수사 대상이 되기에 충분하다"고 요구했다.
DNC는 또 "트럼프 대통령과 쿠슈너 사이에는 제3의 명령채널이 있을 수 없다"면서 "쿠슈녀가 러시아와 비밀채널을 구축하려 한 것이 트럼프 대통령이 허락한 것 아니냐"고 주장했다.
국가안보국(NSA) 고문변호사 출신인 수전 헤네시 브루킹스연구소 연구원은 쿠슈너 고문의 비밀채널 구축 시도에 대해 "사안의 중대성이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엄중하다"며 "쿠슈너가 백악관에 머물 수 있다는 것은 생각할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가장 중요한 의문점은 과연 트럼프 대통령이 쿠슈너와 플린에게 키슬랴크 대사와 접촉하도록 지시한 것인지, 아니면 적어도 그들이 접촉한 사실을 알고 있는 지이다"고 강조했다.
빌 클린턴과 조지 W. 부시 정부에서 중앙정보국(CIA)과 NSA에서 근무한 베테랑인 밥 데이츠도 "심각한 일이며,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아주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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